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62. 비 오는 날의 우울 ~교통사고 실습 체험~

 비가 억수로 내리던 5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침 출근을 하려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엄청나게 퍼붓고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운전이 염려 되어 우스개 소리로 함께 출근 하는 애플에게 웃으며 말했다.

 " 신이 데리러 갔는데 신 안나오고 교통사고 나면 존나 짜증 나겠는데 ㅋㅋㅋ "

 당시에 나는 신이와 같은 계란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공장에 꽂아준 신이는 공장을 밥 먹듯이 빠지고 있을 때 였고,  그런 신이를 픽업 하기 위해 아침 마다 공장 가는 길과 반대 방향인 신이 살고 있던 제니 누나네 집으로 갔는데 꽤 자주 헛걸음을 하곤 했다. 어쨌든 그런 농을 하고 집에서 출발 해서 인근의 신이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큰 도로인 쉐퍼튼 로드를 지나칠 때였다. 직진 신호를 받고 달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차 한대가 우회전을 하는 것이다.  비보호다 보니까 그 차량은 내가 지나 갈 때 까지 못기다리겠는지 내가 지나가기도 전에 우회전을 했는데 나도 달리던 속도가 있어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근데 빗길이라 그런지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먹고 조금 미끄러졌다. 

 그리고 차가 콩! 하고 부딪혔다.  우회전을 거의 다 했던 그 차의 왼쪽 뒤 꽁무니와 내 차 앞 왼쪽편이 부딪힌 것이었다. 정말 조낸 벙쪘다. 내 생애 첫 교통사고.

 비가 내리는 교차로에 두 차가 엇갈려 섰다. 
 상대방이 차에서 내렸다.
 동양인 아저씨였다.
 
 대뜸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삿대질을 한다. 
 난 생각했다.

 '아... 한국사람이구나 '

 교통사고 나서 반응 보면 뻔하지 뭐..

 난 좀 짜증난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신호등을 가리켰다.  여전히 직진 신호인 녹색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고, 충돌한 두 차는 그대로 교차로에 서있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교차로를 지나 차를 세웠고, 상대방 차 역시 교차로를 지나 차를 세웠다.  상대방이 내 차 쪽으로 길을 건너서 다가 왔다.  

 " 한국분이세요? " 내가 퉁명스럽게 묻자.
 " 아, 네... 아 죄송합니다. " 라고 아저씨가 말한다.

 한국에서도 교통사고가 나본적이 없어서 뭘 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그냥 일단 아저씨한테 운전면허증 좀 달라고 해서 운전면허증에 있는 것들을 받아적었다. 그리고 연락처를 받고 일단 퇴근 후에 다시 연락해주겠노라고 얘기하고  일단 차가 움직이기에 차를 몰아서 신을 픽업하기 위해 신네 집으로 향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기분이 정말 착찹한 상태였다.   사고 때문에 픽업 시간에 조금 늦은 상태였음에도 밖에 나와있지 않은 신. 전화를 걸었다. 자다 일어난 상태로 비몽사몽 전화를 받은 후에 " 나 안갈래, 형 가 " 라고 말을 했다.

 진짜 화가 났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공장으로 향하는 길.
 나와 애플은 분노했다.

 출근도 하질 않을 녀석을 픽업하기 위해 가다가 사고가 났다는 그 사실이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천만 다행으로 둘이 다치지 않았고 내 과실이 아니었지만 정말 기분이 아주 엿같은 출근 길이었다.

 공장에 도착해서 일을 하고, 하루 종일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 수 많은 생각 중에  가장 큰 하나는 교통사고 그 자체도 아닌, 신에 대한 분노였다. 



 일하던 공장 시즌이 끝나고 잠시 백수 상태였던 신을 공장에 꽂아주고, 그런 신을 픽업해주기 위해서 빅토리아 파크에서 글렌다로까지 갔다가 다시 공장으로 가는 아침 출근길의 대장정. 하루에 100킬로미터 넘게 운전하는 그 피곤함을 도저히 이기지 못하고 신 대신에 빅토리아파크 집을 대신 알아봐주던 길에 우연찮게 마침 한국에 간 제니누나 대신 집을 관리해주던 우리 집 주인 HJ에게 부탁해서 제니누나네 집에 쉐어를 구해주고, 글렌다로에 가서 신이 이사도와주고 다 그랬던건 너무나 녀석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신이 출근을 밥먹듯이 안하던 그 때, 한국에서 돌아온 제니누나나 다른 이들과 모여 맨날 술을 먹기 때문이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고, 나와 제니누나의 사이가 틀어진 상태에서 약간 그 상황을 즐기는 모습에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참 기분이 묘하고 엿같았다.  이렇게 내가 챙겨주고 이런 피해까지 입었는데 나 욕하는 사람들이랑 웃고 떠들며 술을 먹고 있을 걸 생각하니 갑자기 빡도 치고 또 그런 녀석을 그래도 좋아서 픽업해주고 하는 내 모습에도 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애플이 언제나 말했듯이.
 " 난 오빠가 신이를 왜 그렇게 챙기는지 모르겠어, 쟨 오빠가 생각해주는 만큼 오빠 생각 조금도 안해 " 라고 하는 말을 언제나 웃어넘겼는데, 이젠 그런 얘기들이나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한점에 집중 되었다. 마치 돋보기에 빛이 모여 불을 일으킨 것 처럼,  그 동안 그냥 웃고 넘기고 별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던 신에 대한 사소한 서운함이나 짜증들이 모두 모여 내 마음속에 분노를 일으켰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일단 HJ와 형님께 상의를 드리고 그 사고 낸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재밌게도 내가 전에 이 곳 빅팍에서 집 구하러 다닐 때,  한번 가봤던 집이었다.  조금 사람 좋아보이는 아저씨와 약간 털털한듯 하면서 사람 쉽지 않은 인상의 아줌마. 뭐 어쨌든 기분 좋게 아줌마와 아저씨가 발뺌이나 이런 것 없이, 보험처리를 할테니 정비소에 가져가보라면서 보험사 디테일들을 알려주었다.  아저씨 차를 보니 오른쪽 뒷쪽으로 연료주입구 근처가 찌그러졌고, 내 차는 왼쪽 본넷이 찌그러지고 램프 유리가 다 깨진 상태. 




 어쨌든 그 곳에서 보험 디테일을 받아들고 가는 길에 같은 스트릿에 사는 신이네 집으로 향했다. 신이에게 전화해서 불러냈다. 아침에 너 데리러 오다가 사고 났다고 하면서 차를 보여주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 신. 정말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 출근이나 하지 그랬어.. " 라고 한마디 하자, 미안한 표정을 짓는 녀석. 그럼에도 난 너무 짜증나 아무말도 않고 다시 차를 몰고 인근의 정비소로 갔다. 정비소로 가니 이건 사고 차량 전문으로 수리하는 업체에 맡겨야 한다며 명함 한장을 준다. 그걸 가지고 또 한참을 달려 캐닝턴 쪽으로 갔다. 그 곳에 가자, 사고 차량들이 많이 보였다. 전문적으로 사고 차량 찌그러진거 펴주고 그런거만 해주는 업체였다.

 차를 세우고 대충 견적을 받았다.  덩치 좋고 사람 좋아보이는 오지아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걱정말라며 내 차 사고 난 부분을 사진을 찍고 대충 살펴보더니 대략 견적을 내준다. 

 2500불.

 차를 2300불에 샀는데 이거 앞에 조금 피고, 라이트 등 가는데 2500불이라니..

 내가 어이없어 하자.

 아저씨는 " 니 과실 아니라며, 그 사람 보험사에서 다 처리해줄꺼야 " 라고 생글웃으며 얘기한다.

 난 일단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 아무래도 사고 낸 아저씨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 일단 알았다고 얘기하고 다시 그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한국아저씨와 아줌마와 얘기를 나눴다.

 아저시와 아줌마는 대충 500불 안팍이면 그냥 보험처리 안하고 직접 지불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큰 금액에 깜짝 놀라며 아무래도 보험처리 해야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 그러자고 했다.

 사실 호주에서 사고 났을 경우에 대해서 이런 저런 경우의 수 많은 얘기들을 듣고 하는데 간혹 차값보다 수리비가 비쌀 경우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차를 사고 낸 사람이 가져가고, 차 값 만큼을 보상해주는거다. 그러면 차 주인은 차 값 보상 받아서 좋고, 사고 낸 사람은 수리비 보다 싼 돈을 주고 게다가 비록 수리해야될 차지만 차를 받아서 헐값에라도 팔아서 서로 윈윈 하는.

 내 생각에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아무래도 어차피 사고 낸 그 아저씨 차도 어차피 보험처리 받아야 하니 겸사겸사 그러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엔 보험을 아예 들어놓지 않은 상황이라 별거 없는 상황. 정말 내 과실이었으면 좆됐을 뻔한 상황이었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사고 접수 하시라고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저씨로 부터 사고 접수를 했다고 해서 사고 접수 번호를 받았으니 불러 준다고해서 받아적고, 다시 정비소로 향했다. 그리고 정비소에다가 사고 낸 그 한국 아저씨 보험사 디테일과 사고 접수 번호를 주니 일단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이런저런 사항을 체크한 후에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그 때 내 차를 맡기고, 보험회사에서 차를 살펴본후에 차를 보상해줄지, 수리를 할지 결정을 한후에 다음 일 처리가 있을 거라고 하는거다.

 그리고 일주일, 이주일이 흘러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정비소에 찾아가면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말 뿐.
 
 다시 또 가도, 또 가도.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을 흘러흘러 몇달이 흘르고,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가뜩이나 힘든 영어로 전화통화 한번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영어 잘하는 석민이나 다른 이에게 부탁해도 보험회사랑 통화한번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보험회사랑 어쩌다 연결되도 전화주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하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보험회사에서 내가 보험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포기하길 기다린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엔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황당했다.



 더군다나 소송도 나중에 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소송을 할려면 최소한 경찰에 사고 접수를 했어야 했는데 난 어차피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고 뭐 그 한국인 아저씨도 나쁜 사람 같지 않고 뭐 당시에도 사고를 발뺌하거나 한게 아니였기에 생각도 안했는데 사고 접수 하지 않는 것이 큰 화근이 되어서 나중에 사고 접수를 할 수 없었다. 사고 접수는 사고 난 이후에 최소 2주안에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데 이러다보니 소송 할 껀덕지도 없고, 보험사에선 상대도 안해주고 어느 순간 포기 단계.

 그나마 다행인건 차가 운행에 지장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 차를 보고 " 괜찮은데? 엄청 찌그러진줄 알았는데 " 뭐 이런 반응들이 대다수라 그냥저냥 시간은 흘러 어느 순간 포기를 하게 되었다.




  어쨌든 찌그러진거 이외에 어떤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난 보상도 못받은채로 몇달간을 저 차 상태로 타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그냥 깨진 라이트만 내 돈을 내고 고쳤다. 막상 라이트 고치고 나니 찌끄러진부분은 아주 조금이고 생각보다 큰 피해가 없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져서 이제는 완전 차 사고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렸다.

 그렇게 내애 첫 교통사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  Info  호주에서 교통 사고 났을 경우 대처법 ]

 제일 좋은건 보험을 들어 놓는 것입니다.  보험은 일반적으로 3자보험과 풀커버 보험을 나눕니다. 3자 보험은 상대방만 보상해주는것이고, 풀커버는 상대방,내 차 등을 모두 보상해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워홀러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보험을 들지 않거나 3자보험만 드는데 얼핏보면 가격 차이가 꽤 나지만 디테일하게 비교해보면 풀커버 보험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3자보험은 기타 옵션으로 사고 발생시, 엑서스 피라던가 기타 잡다하게 요금이 부과되서 결국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럴바엔 안심하고 내 차도 보상 받을 수 있는 풀커버가 낫죠.  엑서스 피는 많게는 몇백불 하기 때문에 결국 풀커버랑 3자보험이랑 가격차이가 별로 없어지게 됩니다. 

 일단 보험을 들고 안들고의 여부를 떠나 모든 교통사고 대처법이 그러하듯이 비슷합니다.

 일단, 과실을 먼저 생각해보세요.
 상대방 과실이라면 꼭 사진을 찍어놓고, 상대방의 연락처,면허증 디테일등을 꼭 확인해두세요.

 그리고 경찰서에 꼭 사고 신고 하세요. 혹시라도 나중에 소송 걸일 생기시면 꼭 필요합니다. 전 이거 안해서 좆됐습니다.

 본인 과실시 보험을 들어둔 상태라면야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사고 접수 번호 같은 걸 받아서 상대방에게 알려주면 상대방이 알아서 할 껍니다.

 상대방 과실이라면 역시 반대로 그 접수 번호를 받아서 처리해야 합니다.

 보험이 꼭 보상받을때만 필요한게 아니라는 걸 이 사건으로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아무리 조심해도 나는게 사고더라구요. 항상 조심하시구요. 보험 꼭 드세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보험 안들고 있는 1인 입니다.) 


 ps. 포스팅 후기
  열심히 싸워서 끝까지 보상을 받아낸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언어문제부터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로 인해 (본인의 의지 부족 포함)  그냥 보상도 못받고 흐지부지 끝나버린 사건이라 별로 크게 쓸 내용이 없네요. 정말 재미없는 스토리지만 그냥 이런일이 있었다는 사실 기록 차원의 포스팅이니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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