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55. 시드니의 위엄


  저가항공 '제트스타'에 몸을 싣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도착한 시드니. 시계를 보니 대략 5-6시간 정도가 흐른 듯 했다. 같은 나라안에서 5-6시간 비행시간이라니, 이건 한국에서 태국을 가도 5시간인데(직항) 대박이구나 싶었다. 하긴 서북부 호주를 여행 할때 어느 마을의 소개서에서 WA지도 안에, 영국,독일,일본 지도를 그려넣은걸 본적이 있는데 정말 크긴 크더라 싶더라. 어쨌든 비행기에서 내려서 시드니 국내선 공항에 도착. 


 시계를 시드니로 맞추고나니 2시간이 휙 하고 늘어난다. 시간은 어느새 아침 7시. 게다가 날도 밝아있다. 찾을 짐도 없고 해서 제일 먼저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담배 한대부터 물어 폈다. 아 이 기분 얼마만인가. 낯선 공항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할지, 뭘 해야할지도 모를 이 막막함. 다만 난 원래 호주에 있었기 때문인지, 이집트 혹은 그 어딘가의 공항에 홀로 떨어졌을 때 만치 큰 막막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그 막막한 느낌을 즐길수 있었다.


 정말 너무 좋다. 이 느낌.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그 기분.

 

 담배 한대를 피고 다시 공항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여기저기 둘러 보며, 여기저기에 비치 된 시드니 지도며, 쿠폰북 등을 챙겼다. 그리고 공항내에 있는 숙박업소광고판으로 갔다. 왠만한 공항에 가면 의례 있는 것인데, 다양한 숙박업소 광고가 나열되 있고 전화기가 붙어있어서 전화를 해 볼 수 있는 것. 뭐 보신분이라면 뭔지 아실  듯.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으나, 그닥 신기하지 않아 안찍어서…-_-;;;


 암튼 그 중에 눈에 띈 숙박업소가 있으니 두리 하우스 였는데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아. 시드니에는 없는게 없다더니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도 있구나. 반가운 마음에 전화했으나 광고에 적힌것처럼 공항 픽업은 짤없고 그냥 알아서 찾아오라는 반가운 말투. 일단 두리하우스가 있다는 킹스크로스로 가보기로 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시티에서는 좀 떨어져있는 것 같았는데 또 보면 오페라 하우스랑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일단 시티로 이동을 해야되는데 보니까 이정표에 지하철이 있길래 타려고 봤는데 어디로 가야 되나 싶어서 공항 밖에서 한참을 별 생각없이 걸었는데 아무것도 안나와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보니 공항안에서 지하철로 향하는 입구가 부끄러운듯이 숨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군. 아직 이른 아침이라 한산한 지하철 입구의 매표소에서 가볍게 '킹스 크로스'를 외치니 무려 15불을 부른다. 아……………………지하철이잖아…………………..


 가볍게 나의 ANZ 신용카드로 한번 끊어주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다시 벽에 부딪혔다. 


 시골에서 상경한 한마리의 시골쥐가 된 느낌이었다. 눅눅하고 어두침침하며 뭔가 미국 뉴욕의 할렘가 지하철을 연상시키는 그 분위기에 여기저기 향하는 수 많은 플랫폼들. 당황스러웠다. 뭔가 '아 호주구나'하는 느낌이 강한 퍼스의 그 깔끔하고 아담하고 한적한 트레인역들은 먼나라 이야기. 


 일단 근처에 보이는 껄렁해 보이는 한 동양인에게 다가가 "킹스크로스갈려면…" 이라고 말하니 손짓으로 가리킨다. 그렇게 찾아간 플랫폼. 


 아 플랫폼에 내려오니 더욱 이 곳이 "대도시" 시드니 임을 마구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퍼스랑 분위기가 너무 틀리잖아. 완전 신기. 게다가 이 이른 아침. 뭔가 새벽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듯, 굉장히 피곤한 눈을 해서 퀭해 있는 동양인 여자가 의자에 앉아있다. 아 도시인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괜시리 한번 느껴보고는 조심스럽게 어두침침한 그 플랫폼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리고 이내 지하철이 오기 시작하는데………………….










 쩔어…


 지하철이….


 이층버스 이층지하철…..


 아 시드니 짱…


 " 난 대도시니까 지하철이 이층정도는 되야지" 하는 포스로 오는데 정말 그 위엄이 좀 쩔었다. 

 

 촌놈 처럼 나도모르게 감탄하면서 지하철 사진을 찍으니, 의자에 함께 앉아있던 퀭한 동양여자가 마치 나는 뉴요커, 너는 관광객 이란 식으로 시크하게 쳐다보며 지하철에 오르자 마자 의자에 기대 눈을 붙인다. 아.. 뭔가 이 느낌은…


 그런거 같았다.


 왜 그런거 있잖은가..


 뉴욕에서 바쁜 아침에 전화통화하면서 손에 스타벅스 커피 들고 사람들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그 바쁜 도시인의 모습. 괜히 또 뉴욕 구경가면 그런것도 신기하고 멋있어보이지 않은가. 아니라고 절대 말하지 말길. 거짓말 하지마… 어쨌든 난 이 곳 시드니 지하철에서 피곤에 쩔은 저 동양인 여자를 보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바쁜 도시인의 개간지.





 암튼 지하철에 올라타, 역을 확인해보니 한번 갈아타야되는 것 같았다. City central이었던것 같다. (갔다온지 두달만에 적는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옛날 처럼 일기를 쓰지도 않기 때문에 틀린 부분도 많으니 이해해주시길..)


 그리고 이내 도착한 시티센트럴 역에서 내려서 갈아타야되는데 아 썅. 이건 뭐 밑도 끝도 없이 또 완전 펼쳐진 플랫폼. 어디로 가란 말인가. 또 겨우 물어물어 찾아찾아 플랫폼을 찾아가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킹스 크로스 역. 


 역시 시드니?


 이내 여기저기서 한국사람들 처럼 보이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지하철 역내 스낵바던가 신문파는 곳에서 한국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역시 시드니 다운 위용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 탔던 지상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무리의 짐승같은 오지새끼들이 술에 취해 미친듯이 진상을 부리고 있었다. 아 시드니 오지는 진상도 시드니스럽군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킹스크로스 역 밖으로 나온 순간.


 아…. 이 느낌은


 아주 먼 옛날 일본에 여행갔던 시절. 맨 처음 오사카 땅을 밟았을 때, 아니 오사카 시내에 들어섰을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듯 했다. 


 당시 워낙 '이경규가 간다' 때문에 일본의 선진의식,선진국민 어쩌구 저쩌구에 세뇌된 탓에 일본은 쓰레기도 하나도 없고, 자동차 경적도 안울리고 아주 깨끗,조용할줄 알았는데 오사카 시내에 처음 들어선 순간 눈앞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쫙 펼쳐져 있고, 자동차 경적이 미친듯이 울려대던 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정도의 충격감으로 킹스 크로스의 첫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공기가 아침 새벽 공기 답게 쌀쌀하면서도 맑은(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런 새벽공기 느낌)가운데 눈 앞에 엄청난 풍경. 정말 농담아니고 쓰레기장 저리 가라 할정도로 길거리가 온통 쓰레기 바다. 그리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미친 자들과, 꼬추가 발딱 설 정도로 섹시한 차림을 한 창녀들(저들이 창녀가 아니라면 내 꼬추를 자름). 정말 진풍경이었다. 


 뭐야.. 킹스크로스…

 호주의 팟퐁(태국의 유명한 환락가,나이트엔데이 태국여행기 참조)이었던거야?


 대박. 


 특히, 가터벨트가 미친듯이 드러난 미칠듯한 꿀벅지를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그 여자들의 모습은 정말 아침발기를 언제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에게 간만에 아침발기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아… 오랜만에 저런 풍경들을 보고 또 그 기억을 되살려 글을 적다보니  왠지 모르게 예전 느낌의 저질풍으로 글을 적고 있네요 이해해주시길..)


 그리고 이내 한번에 눈에 들어온 '두리 하우스' 하지만 문이 잠긴 관계로 들어가질 못하고 잠시 담배한대 피며 그 길거리의 진풍경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마구 내 가슴에 담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한 한국남자가 두리하우스 입구로 들어가려고 한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인듯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올라간 두리하우스. 일단 체크인 시간이 아직 안됐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해서, 시드니 지도 한장 받아 챙기고 식당겸,로비겸,티비시청등을 겸하는 조그만 로비(?!)에 앉았다. 


 한국인 2명정도가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했는데 한분은 골코에서 여행 오신 분이고, 또 한분은 워킹 오신 분. 퍼스에서 왔다니 살짝 신기해하는 느낌(?!) 마치 외국얘기하듯이 퍼스를 얘기하는 느낌이 좀 신기했다. 그러고 있는데 위층에서 또 다른 한국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랑 얘기하고 있던 분들이 그 사람들을 보며 " 아 이제 떠나시는거에요? " 하면서 말을 건네길래 살짝 뒤를 돌아 봤더니 짐을 챙겨 나가는 폼이 어딘가 떠나는 분위기. 


 잠시 대화가 끊겨. 혼자 지도 보면서 있는데 뒤에서 아까 내려온 사람중에 한분이 

 " 혹시.. 블로그 하시는 나이트엔데이님? " 이라고 말하는거다.

 " 아, 네 "

 그러자 웃으시며 블로그 팬이라고 말씀하시며 재밌게 보셨다고 그러면서 친구분을 가리키며 

 " 얘가 완전 엑스에요 " 이러는거다. 


 뭐 그러면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 다른 분들이 그 분들 마중나갔다 왔는데 아까 나랑 얘기하던 분이 그 분들 마중 갔다오더니 대뜸 "블로그 주소 좀 알려주세요 " 한다. 


 " 아까 저분들이 그 블로그 보고 호주 오셨다고 그러면서 엄청 칭찬하시네요 " 이러는데 뭐 기분이 그저그랬다면 거짓말이고 좀 좋았다라고 해도 거짓말이고 완전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어느새 체크인 시간이 되서, 체크인 하는데 6-8인실 중에 고르라길래 좀 싼 8인실로 선택.  그리고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다 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짐을 풀고, 제법 맘에 들었던게 큰 사물함이 하나씩 있었는데 중국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봤던것 처럼 사물함 안에 콘센트가 있어서 안심하고 충전까지 시킬수 있게 해놨다. 사물함 크기도 큼직하니 좋았고, 원래는 곧바로 나갈려고 했는데 비행기 타고오고, 그래서 그런지 좀 몸이 찝찝해서 샤워 좀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본격적인 시드니 여행.

 일단 영사관에서 볼일을 봐야하는 화요일까지는 완전 여행자 모드로 있기로 했다.


 두리하우스에서 챙긴 지도 한장을 들고 주머니에 아이팟터치를 간지나게 꼽고 일단 걸었다. 뭐니 뭐니 해도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란 생각으로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지도를 보고 대충 방향만 잡아서 가는데 오랜만에 자동차에서 내려 걸어서 그것도 낯선 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시드니, 호주 제1의 도시.

 정말 퍼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대도시의 비정함이 마구 풍겨왔다.




[ 사진 위 : 킹스크로스의 상징 코카콜라 광고, 킹스크로스 하면 저 광고판이라고..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