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든 탓에 예상대로 새벽 2시에 깼다. 더 잘려다가 잠이 다 깨버려서. 일어났더니 BC가 보이질 않는다. BC는 지금까지 잠을 못이루고 있었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보니 BC가 있다. " 형 진짜 잘 자더라. " 라며 부러운듯 얘기하는 BC.  BC와 한참을 얘기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4시 30분경 졸립다고 자야겠다고 한참을 노력하더니 결국 잠자리를 마련 하고나서 잠든 BC. 난 한참을 돌아다니며 있다가 항구 쪽으로 나가 일출을 봤다. 일출을 보고나서 날이 밝아지고 한참을 있다가 BC를 깨웠다. 그리고 9시가 넘었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 되고 있었다. 과연 티켓이 매진 안되고 남아있을것인가, 가슴이 두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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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면서 시간때우고 있는데 9시 넘었는데도 문열생각들을 안한다. BC가 터미널 밖으로 나갔다 오더니 티켓 판매소 문열었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갔더니 말레이시아까지 고속페리 편도가격이 140RM(링깃)에 세금 3만루피가 필요하다는 거다.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알려준 가격은 120링깃이었는데, 이 표 파는 놈이 한국에서 일했던 놈인데 한국에서 많이 당했는지 한국사람이라는 말에 돈을 더 내야 된다고 이 지랄을 하는거다. 돈 없다고 쌩까고 나와서 아직 터미널 전체가 문을 안열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10시 넘어서 표를 끊어야지 맘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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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BC가 쫄아서 티켓 사야되지 않냐고 보채길래, 짜증도 나고 해서 " 급하면 그럼 너 먼저 끊어 " 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터미널로 다시 돌아오는데 티켓팔던놈이 한국말을 블랑카처럼 말하며 쫒아와 자기가 한국사람한테 당한거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우리가 돈 없다는거 못믿겠다며 4-5명 떼로 몰려들어 지들끼리 웃고 떠들고 이러면서 시비를 걸어왔다. 난 웃으며 있었는데, 갑자기 나를 툭 쳤다. 순간 나도 빡이 확 가서 욕하면서 들이댔더니 쫄아가지고 돌아갔다. (관련 에피소드 포스팅 보기 2008/01/20 - [세계각국/009 인도네시아] - 어글리코리안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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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되면 표 끊으로 가야지 맘먹고 시간 떼우고 있는데 BC가 배고프다고 밥먹으로 가자고 또 칭얼, 표 값이 얼마나 싸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표를 살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나중에 먹자고 말을 했다가, 에휴 그래도 동생녀석 배고픈데 밥은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밥먹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어제 먹었던 그곳에서 나씨고랭 먹는데 어제 우리한테 호기심으로 이런저런 말도 붙여오고 싹싹하게 굴던 여자아이들이 전날 엄마한테 무슨 얘길 들었는지 쌀쌀 맞다. ( 관련 에피소드 글 보기 2007/12/07 - [세계각국/009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벨라완에서 만난 한국인의 핏줄
)

 이래저래 어글리 코리안의 흔적을 느끼고 정말 찝찝한 마음으로 터미널로 돌아가 쇠줄로 묶어놓은 배낭을 끌러서 메고 표 끊는 곳으로 갔다. 표 끊는데 그 미친 인도네시아 놈이 있는데,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우릴 도와준 경찰이 아침이 되니 떡하니 제복을 입고 딱 오더니 우리에게 이 쪽에서 표를 끊는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경찰이 어떤 젊은 남자를 불러서 표를 끊는데 확실히 그 미친놈이 불렀던 가격보다 훨씬 싸다, 하지만 역시나 모자르다. BC한테 돈 빌리고 끊으려고 해도 존나 어이 없게 딱 4천루피(400원)이 모자른다. 18. 아침밥만 안먹었으면 끊는데 빌어먹을. 어쩔수 있나 1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이밀었더니, 표 끊는 놈이 눈만 말똥말똥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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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곧장 환전해주면 되는거 아닌가 어차피 여객터미널인데 말이다.
 근데 순간 우릴 도와준 경찰이 나타나더니 5천루피짜리를 쑥 내민다.


  와 씨발.. 진짜 순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왔다. 대박.. 내가 정말 여행하면서 이렇게 감동받아보긴 처음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면서 갑자기 내 손에 있던 1달러 짜릴 가져가며 " No problem " 이런다. -_-사실 뭐 1달러 환전하면 많아봐야 8600-800루피 정도 나올텐데(환율이 안좋으니) 그래봐야 4천-5천루피 그냥 경찰이 먹는거, 이 사람이 베푼 친절에 비하면 그정도는 얼마든지 OK.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티켓을 끊고 지루한 출국심사를 하고 배에 탈때까지 쫒아와 배웅을 해준다. 정말 감사합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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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 리가 엄청 큰 배를 생각했는데 고속페리라 그런지 크기가 조그맣다. 매일 운행한다니 상관 없겠다 싶었다. 배에 들어서니 에어콘 빵빵하고 자리는 텅텅 남아돈다. 편하게 가면서 인도네시아 여행을 반추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리가 완전 남아돌아 우리 좌석 앞쪽으로가서 아예 누워서 자면서 갔다. 자고 일어나니 그렇게 비어있는 수 많은 좌석들에 사람들이 다 누워서 자고 있다.  어느새 2시가 넘어있었다.  배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굉음을 내며 망망대해를 건너가고 있었다.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있다가 화장실을 갔다오는데 사람들이 위층 쪽에서 내려오는걸 보고 어디길래 내려오지하는 호기심에 나도 올라갔더니 갑판으로 올라갈수 있었다. 갑판 지나가는 길에 페리 조종실도 구경할수 있었다. 갑판에서 바다구경하며 담배한대피고 쉬고하다가 드디어 저 멀리 페낭대교가 보이고 육지가 보인다. 드디어 말레이시아에 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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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쯤 드디어 말레이시아에 도착, 간단한 입국심사를 거치고 밖으로 나왔다. 삐끼 몇놈이 말을 걸어오는걸 시간을 물어보니 1시간 빨라져 다시 HONGKONG시간대다.(한국시간 -1) 순식간에 저녁6시가 되버렸네.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곧바로 눈에 보이는 건물들,조형물들 내가 상상해왔던 말레이시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멋지고 깨끗하게 세련되었다. 페낭만 그런지는 몰라도 길거리가 구획이 잘돼서 바둑판 모양으로 쭉쭉 뻗어 있어 길찾기도 정말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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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호수에서 머물때 머물던 숙소에 말레이시아 페낭에 숙소 광고와 페낭 지도가 있었는데 유용했다. 그때 봐두었던 숙소가 몰려있는 거리 LOVELANE을 손쉽게 찾아갔다. 잠깐 사설 환전소에 들려서 환율을 물어보니 100달러에 365링깃을 부른다. 일단 급할게 없어서 LOVE LANE에 있는 몇몇 숙소에 들려서 가격을 알아보고 LOVE INN에 도미토리에 숙소를 잡았다. 인도네시아에 또바호수에서 주안개새리가 있던 LEKJON에도 이 숙소 광고가 붙어있었는데, 어쨌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주인에게 방을 잡고나니 여러가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작은 지도하나를 주면서 여기저기 설명을 해준다. 근데 이게 왠일 우리가 페리에서 내려서 오면서 들어가진 않았지만, 오면서 지나쳐왔던것들이 모두 가이드북에 나오는 관광지 였다. 정말 대박. 이렇게 좁은 동네였나 싶었다. 어쨌든 방을 끊어놓고 BC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이미 페낭의 모든것을 본거다. 즐길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일단 그래도 어쨌든 페낭에서 보통 보는건 다 봤으니 이제 어떻게 할까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BC는 100달러가 없어진 사건이후로 그냥 만사가 다 귀찮아졌는지 한시바삐 태국으로 향하고 싶은 심정이었고, 나 또한 애시당초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어차피 인도네시아에서 태국까지 올라가면서 울며겨자먹기로 봐야하는 나라에 불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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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군다나 경비가 인도네시아에서 예상보다 많이 들면서 말레이시아,싱가폴 때문에 미얀마를 포기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현재는 싱가폴을 포기했고) 말레이시아에 별로 볼일도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 그냥 곧바로 여기서 방콕으로 올라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조금 걸리는 부분은 태국 푸켓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태국인 친구 (여자2명)가 꼭 오라고 했는데 문제는 그녀들이 베트남 여행갔다가 8월 6일에 온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마땅히 할것도 없고 나 역시 하루라도 빨리 방콕에 올라가서 미얀마,한국 비행기 티켓 가격을 알아보고 전체예산계획을 다시 잡아서 다음 일정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말레이시아도 이것으로 끝! 방콕을 내일이라도 떠나자고 싶었다. 가이드북이라도 있으면 뭐 어떻게 좀 넘어보겠는데 귀찮기도 하고 일사천리로 해결해버리자는 손쉬운 생각에 숙소 카운터로 내려가서 여주인에게 방콕까지 가는 버스티켓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사야지 어쩌겠나. 여주인에게 구입한다고 하니 방값이야 내일 줘도 되지만 티켓을 끊을려면 지금 돈을 내야한다고해서 서둘러 환전을 하러 나갔다. 어차피 내일 말레이시아를 떠나니 버스비,도미토리값,밥값 정도만 계산해서 최소예산만 환전하자고 해서 한사람당 35달러씩 둘이 70달러를 환전을 하기로 했다.

 사설 환전소에 가니 문을 닫고 있었다. 간신히 환전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노점에서 국수를 사먹었다. 이곳 말레이시아는 정말이지 완벽한 다인종 국가였다. 국기도 미국국기 닮은것이 이런 것도 비슷하다. 화교가 엄청나게 많은지 중국어 간판도 엄청나고, 인도인들도 엄청 많았다. 얼굴만 인도인이 아니라 인도여행할때 봤던 그 의상들. 간만에 보는 인도인이 반갑기 까지 했다. 어쨌든 거리만 봐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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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데 방값,버스비 이것저것 제하니 둘이 딱 20링깃이 남았다. 아침에 딱히 할것도 없이 곧장 방콕행 버스를 탈것이라 생각했더니 그래도 말레이시아의 첫날밤이자 마지막밤을 뭔가 재밌게 보내고 싶어서 20링깃으로 맥주 2병과 맨솔한갑을 샀다. BC 가 " 형 이거 진짜 20링깃의 만찬이다 " 라고 말하는데 너무 공감. 정말 맥주가 너무 달고, 담배도 너무 맛있었다. 말레이시아 오자마자 일사천리로 딱딱 진행, 말레이시아 돈을 환전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금방 다 써버렸다. 돈에 뭐가 그려져있었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였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여주인이 우리가 얼마나 빈곤해보였는지 서양인들이 먹다 남은 병맥주를 우리에게 준다. 보통 다 그냥 버릴텐데 말이다. 정말 간만에 돈없는 외국인 mode 였다. 비록 말레이시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전혀 아쉽지가 않다. 자연환경이 너무나 멋졌던 인도네시아를 경험했고, 모든게 다 즐거운 태국을 갈테고, 내가 너무나 가고싶었던 미얀마를 갈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정쩡한 애초부터 마음에도 없던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뭐 그냥 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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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내일 정말 또 오랜만에 태국, 방콕으로 향한다고 생각하니 왜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정말 제2의 고향같은 느낌이다. 즐겁게 가자 아자!



인도네시아 여행기 처음부터 보기
2007/12/20 - [여행기/2006 동남아 3국] - 인도네시아 060715 DEPAR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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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 [세계각국/010 말레이시아] - 단일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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