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원래는 이번 편은 몇달간의 애플과 나의 갈등에 대한 얘기 였으나, 이 글을 적는 시점에서 생각해보건데 아무래도 지금 일하고 있는 계란공장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두는게 나을것 같아 적어본다. 어느듯 워킹 홀리데이 얘기도 50번째 이야기다.  여행 다닐 때 처럼 적는 식으로 매일 매일의 일기를 쓰고 그 글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었더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분량이었겠지만 매일 사건 사고가 끊기지 않는 여행과는 달리 대개가 지루한 생활이기 때문에 정말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는 일이 많은 워킹홀리데이 생활에 맞게 나름 굵직한것만 적어봤는데 그럼에도 호주에서 머문 기간이 긴 탓인지 벌써 50번째 이야기다. 

 언제나 말했듯이 이 블로그에 모든 내용은 나의 개인적인 기록 보존 목적이 첫번째, 두번째가 다른이에게 보여지는 것인데, 내 블로그 때문에 호주를 갔다거나, 여행을 시작했다거나 하는 얘기를 듣게 되면 참 기분이 묘해진다. 뭔가 사명감이나 무게감을 가져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지만, 일개 개인 블로그 주제에 그딴거는 개나 줘버리고 그냥 맘편하게 쓰자고 생각해도 어느새 악플 생각, 읽을 사람들의 반응 등으로 몇번을 글을 고쳐쓰는걸 보면 나도 그리 쿨하지는 못한가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생각 가운데에서도 내 블로그를 보고 많이 도움이 됐다고 메일이나 댓글을 달아주는 이들이 있는걸 보면 완전히 쓸모없는 블로그는 아닌것 같아 흐믓한 마음은 있다. 괜히 워킹 수기 50번째 글에 앞서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있는데 혼자 감회가 새로워 적어보는 것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정말 50번째 글을 맞아, 블로그에 와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특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을 올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편 이야기 시작합니다.

50. Golden Egg Farm

 골든 에그팜. 
 이름도 간지 절정. 황금 달걀 농장

 정말 계란 공장 이름으로는 거의 초절정 간지 이름이 아닌가 싶다. 이건 마치 포르노 사이트 주소가 sex.com인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어쨌든 이름과는 달리 이 곳은 엄격히 말해 공장이 맞다. 그리고 난 지금 이 곳에서 일 하고 있다. 

 퍼스 남쪽의 농장으로 떠나기 전 잠시 머물렀던 퍼스에서 뜻하지 않게 제이케이가 Job을 물려주고 가는 바람에 들어가게 된 골든에그팜, 이 곳은 퍼스에서 조금 떨어진 프리맨틀 인근에 있는 공장이다. 맨 처음 출근하던날, 캐닝 하이웨이에서 빠져야 될 스트릿을 못찾아 조금 헤매서 찾은 공장. 공장의 첫 이미지는 '크다!!' 였다. 사실 퍼스에서 공장 다니고 싶어서 그렇게 이력서 많이 돌릴때 다녔던 공장들에 비하면 좀 작으려나, 하지만 그간 일했던 시푸드 공장이나 바나나공장 등에 비하면 정말 커보였던 공장. 

 첫날 출근을 해서 제이케이에 안내를 받아 이것저것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마침 슈퍼바이저가 홀리데이를 가는 바람에 John 존이라는 Aussie(오지, 호주토박이, 호주백인)가 슈퍼바이저를 맡아서 있었는데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 존은 제이케이에게 모든걸 위임하듯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존,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공장이 게임의 한부분이라면 존은 사기캐릭이다.
 일단 성격좋고 착함. 일 존나 잘함. 농담아니고 진짜 처음으로 오지 일하는거 보면서 내가 돈받는게 미안해질정도로 일 잘함. 정말 내가 언제나 멍청하고 게으르고 짐승같은 새끼들이라며 영어 안썼으면 굶어죽었을꺼라고 말하는 오지(aussie, 호주토박이, 호주백인)가 아니라 정말 말도 안되게 일 잘하는 근데 성격까지 완전 좋고 착한 존. 어쨌든 존은 앞으로 계속 나오니 여기까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면,

다행이도 제이케이와 일주일간 근무하면서 일을 배울수 있었는데, 농담아니고 일주일이라서 다행이었다. 공장일이란게 사실 보통은 하루 이틀 정도만 배우면 어느정도 숙지가 가능한데 내가 제이케이 대신 일하게 될 파트는 나름 기술직이라면 기술직. 제이케이가 자부심을 가지고 이렇게 얘기했다. " 이 파트가 이 공장에서 제일 알짜배기 파트에요, 기술직이죠 "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이 파트가 이 공장 넘버원 파트가 아닌가 싶다. 

 일단 제이케이를 따라 일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한 일은, 각종 펌프, 탱크 등이 가득한 방으로 가서 그 안에 또 조그만 쪽방에 들어갔다. 그 쪽방안엔 각종 기계등을 콘트롤 하는 컴퓨터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노트와 펜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전 날 사용한 물의 양을 체크하는 일인데, 원래는 슈퍼바이저가 하는 일인데 어느샌가 그냥 제이케이가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마 슈퍼바이저가 홀리데이 끝나고 돌아와도 그냥 계속 하면 될꺼라고 말한다. 이건 뭐 공장 밖에 두곳에서 (제법 걸어야 함) 계수기 같은걸 보고 물 사용량을 체크하는 일인데, 제이케이는 담배한대를 물면서, 그냥 아침에 담배한대 핀다는 생각으로 하면 오히려 편해요 라고 말하면서 가르쳐줬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 이 물 사용량 체크를 하는 시간은 나만의 스모킹 타임.  걸어가면서 피던 제이케이와 달리, 난 지금 아예 물 체크를 끝내고 난뒤에 혼자 계단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고 공장으로 들어간다.

 공장 밖의 두곳에서 물체크를 하고 공장안으로 와 아까 전의 그 쪽방으로 들어가 서류에다가 물 사용량 체크한것을 적어주고 이제 범핑룸으로 이동한다. 

 범핑룸은 간단히 말해서 계란을 뿌시는 곳이다. 
 내가 일하는 파트는 아니지만 이 곳에서 일이 시작 되어야 내가 일하는 파트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한두시간 정도 이 곳에서 일을 도와준다. 

 이 곳에 들어갔을때 기분은 정말 깜짝. 
 넓은 방에 크고 넓다란 깔대기 모양의 기계가 있는데 (동그랗지 않고 네모남) 이 곳 사방에 사람들이 서서 계란을 미친듯이 기계안으로 던져넣는 모습을 봤다. 그러면 이 기계에서 계란 껍질을 깨고 부시고, 다시 또 다른 기계로 가서 그 곳에서 껍질만 따로 쓰레기통으로 뱉어낸다. 그리고 액체는 작은 탱크를 거쳐 큰 탱크로 간다. 이 액체는 이때부터 몇번의 크고 작은 탱크를 거쳐서 살균,냉각 과정을 거친다. 일명 파스퇴르 라고 하면 알듯.. 그런 과정을 거치고나면 최종적으로 내가 일하는 파트 (팩킹룸) 옆 방의 큰 탱크안으로 저장 된다. 그리고 난 그 큰 탱크에 어느정도 계란 액체가 차면 그 때부터 내 파트의 일을 시작하는것다.

 어쨌든 범핑룸에 맨첨 가자 제이케이는 한 할아버지를 소개해주는데, 이 사람이 베리. 머리가 하얗고 키가 큰 백인 호주 할아버진데, 이 할아버지 일 할 때는 완전 다혈질인데 일 안할땐 완전 귀여움. 제이케이가 할배라고 부르는데 베리의 첫 이미지는 그란토리노의 클린튼 이스트우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름아니라 토니라고 우리파트에서 일하는 호주애가 있는데 범핑룸에서 정말 토니한테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욕하고 난리 치는데 조낸 무서웠다. 어쨌든 범핑룸에서 원래 일하는 사람은 베리와 루이. 루이는 서사모아 출신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남잔데, 제이케이가 같이 술도 마시고 하면서 많이 친한듯 보였다. 등치가 엄청 크고 성격이 완전 좋아보였다. 어쨌든 범핑 룸에서 베리오 루이가 둘이서 하루종일 일하고 아침 반짝 도와주로 온 제이케이,나,토니 3명은 대략 8시 정도에 팩킹룸으로 간다. 이때 쯤이면 범핑룸에서 대략 일인당 계란 한 3-4톤은 깨부시는 듯. 나름 스트레스 해소.

 팩킹룸으로 돌아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일하는 파트 시작. 
 범핌룽에서 깬 계란들이 액체가 되서 어느정도 쌓이면 일을 시작하는데 이제 왜 내가 일하는 파트가 기술직인지 얘기가 된다. 일단 계란액체라고 다 같은 계란 액체가 아니고 뭔가 첨가를 하거나 빼거나 하는것에 따라 각종 상품들로 나뉘는데 이건 팩킹룸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그 주에 생산해야될 제품들이 표시가 되어있는데 그날 뭘 만드는지 확인을 먼저 해야된다.

 왜 이것을 확인해야 하는가하면 제품마다, 팩킹머신(액체나오는 기계),탱크와 펌프 셋팅이 달라지는데 이것을 내가 해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뿐 아니라, 계란액체를 담을 비닐 백도 종류가 6종류 정도. 상품에 따라 이 비닐백도 달라지고, 당연히 포장 박스도 달라지고, 게다가 박스에 찍어야 될 날짜 도장도 달라진다. 유통기한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이 박스를 쌓는 트롤리,팔레트도 여러갠데 그냥 여러개가 아니라 똑같은 제품이라도 각 트롤리,팔레트 종류에 따라 쌓는 방법이 달라지고, 당연히 제품이 틀리다면 쌓는 방법도 천차만별 말그대로 상품 종류가 만약에 10가지라면 박스 쌓는 방법만 해도 30가지 방법이 존재 하는거다. 

 이 뿐인가, 여기까지라면 기술직이라고 말못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아침에 이 계란액체가 나오는 각종 펌프와 대형탱크를 셋팅하는 일부터, 액체가 쏟아져 나오는 팩킹머신 (이것도 기계가 두 종류가 있다)을 분해해서 닦고 일이 끝나면 다시 조립해야 한다. 말그대로 절대로 하루이틀 배워서는 할 수 없는 일. 아닌 말로 보통 하루에 한두개의 제품을 생산하니 제이케이에게 일주일을 배운다고 해도 내가 모든 제품을 배울수 없는게 당연지사. 농담아니고 내가 일한지 3달 정도 됐을때 정말 완전 처음 해보는 제품도 있었다.

 어쨌든 팩킹룸 입구 화이트보드에서 오늘 생산해야될 물건을 확인하면, 이제 옆방에 큰 탱크 두개가 있는 방에 가서 생산해야 될 물건에 맞게 탱크를 셋팅 한다. 스패너를 들고 파이프를 이리저리 연결하고 펌프를 연결했다 뺐다 하면서 기계를 셋팅한다. 맨 첫날 제이케이 하는거보고 정말 걱정이 태산. 도대체 뭘 알고 저렇게 하는건가 싶었다. 아닌 말로 봐도 모르겠는 상황. 물론 제이케이는 " 해보면 쉬워요 금방 배울꺼에요 " 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탱크 셋팅이 끝나면 다시 팩킹룸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팩킹머신을 셋팅하는데 일단 다 분해를 해서 청소를 해주고 다시 조립해준다. 

 그리고 기계에 달려있는 터치 패털에서 셋팅을 해주고 오늘 생산해야 될 물건에 맞는 용량을 입력해준다. 2kg,5kg,10kg,15kg 뭐 이런식으로 있는데 그냥 그게 아니라. 2kg=1.95 , 5kg=4.95, 10kg=10.10 ...뭐 이런식으로 다 셋팅 값이 다르다. 여기까지 왔는데 벌써 외워야 될게 탱크셋팅,분해조립방법,용량 등등등등.... 여기까지 기계를 셋팅하고 난 뒤에, 이제 오늘 만들 제품에 맞는 비닐백을 밖에서 가져와 준비를 해놔야되는데 이놈의 비닐백도 뭐 몇킬로 이렇게 적혀있는게 아니라 제이케이가 비닐백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각 용량별 비닐백의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뭐 2kg백은 제일 조그맣구요. 5kg,10kg은 비슷한 크긴데 액체 들어가는 입구 위치가 틀리구요. 뭐 이런식. 아..씨발 진짜 머리가 깨질것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비닐백을 챙기고, 또 제품을 포장할 박스를 챙긴다. 비닐백과 포장할 박스를 모두 팩킹룸 안으로 가져가 셋팅이 끝나면 이제 박스를 하나 만들어서 빈박스를 하나 만들어야 되는데 이건 박스에 테이핑 해주는 기계가 있는데 이 기계를 셋팅하기 위해서이다. 박스 크기가 다 다르니, 빈박스를 하나 만들어서 테이핑 해주는 기계 높낮이 폭 등을 조절해서 셋팅. 이제 이러면 내 파트의 일이 시작 되기 일보직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까 아침에 컴퓨터가 있던 쪽방에 가서 계기판을 확인하는데 수 많은 숫자들이 표시된 계기판 가운데 한계기판을 가리키며 제이케이가 저 숫자가 200이 되면 드레인 해주면 되요. 라고 하는데 그 숫자는 buffer. 말그대로 버퍼링이다. 뭔가 하면 아까전에 범핑룸에서 계란을 부셔서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 큰 탱크로 액체가 오면 버퍼숫자가 올라간다. 팩킹을 시작하게 되면 액체를 계속 뽑아 쓰기 때문에 범핑룸에서 마지막 단계 탱크까지 액체가 오는 양보다 뽑아 쓰는 양이 많기 때문에 팩킹을 시작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되면 버퍼가 계속 줄어든다. 버퍼가 완전히 줄어들면 에어가 차기 때문에 팩킹을 하면서 계속 버퍼를 확인해줘야 한다.

 그리고 바로 위에 제이케이가 말한 200이 되면 드레인 drain해줘야된다는 얘기는 이제 아침에 첫 팩킹을 시작하기 전에 전날 탱크를 쓰고 청소 하느라 들어있던 물들을 빼주는 작업이다. 이걸 안하면 팩킹 시작할때 물만 계속 나오기 때문에 팩킹 하기전에 물을 빼주는 일이다. 일단 버퍼가 200이 되면 드레인 시작. 비닐팩을 기계에 꼽지 않고 그냥 기계를 돌리고 펌프를 on시키면 기계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투명한 물이 완전 샛노란 계란 액체로 바뀐다. 탱크안에 있던 전날의 청소물이 다 빠지고 이제 계란액체가 나오기 시작하는것. 이러면 이제 잠깐 기계를 멈추고, 정말 팩킹 시작하면 된다.

 우리 파트는 3명이 일을 하는데 기계에 비닐팩을 꼽고, 각종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 그리고 중간에서 박스를 만들어서 비닐팩을 넣어줄수 있게 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된 종이상자를 트롤리나 팔레트에 쌓는 사람 이렇게 3명이 되는데 원래 멤버는 존, 제이케이,토니 3명인데 지금은 존이 슈퍼바이저 대신 슈퍼바이저 일을 보고 있어서  제이케이, 나, 토니 3명이고 다음주 제이케이가 일을 그만두고나면 슈퍼바이저가 돌아오고 그러면 존,나,토니 이렇게 3명에서 일하게 되는거다.  우리 파트에서 누가 박스 접고, 누가 박스 쌓고 이런건 뭐 그때 그때 그냥 다르고 하다가 바꿔서 하기도 한다니 별건 없었다. 일단 박스 쌓는건 급한게 아니니 제이케이가 기계에 서서 비닐팩에 계란액체를 넣는 일을 하고 난 바로 옆에서 박스를 접어서 포장하고 토니가 박스 쌓는일을 했는데 말그대로 3가지 일을 다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첫날, 난 당장 내가 맡은 박스 접는 일 조차 버벅. 왜냐하면 비닐팩에 계란액체가 담겨나오면 제이케이가 내가 만든 박스 안에 넣는데, 이 스피드를 못따라가서 완전 버벅. 제이케이나 토니가 계속 도와줬는데 제이케이나 토니가 박스를 만드는데 약 2초 정도 걸리면 나는 그 2-3배 걸리는 것이다.

 다행이도 하면 할 수록 좀 나아졌는데 정말 생각보다 힘들어서 당황스러웠다. 당장 제이케이가 지금 하고 있는 저 기계 만지는 걸 내가 다음주에 해야 하는데 이 박스 접는 일조차 어렵다니....약간 절망. 

 웃긴건. 토니가 박스 접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내가 제이케이에게, " 야 토니 박스도 존나 빨리 접는데 할배한테 왤케 욕먹어 " 라고 말하자. 제이케이가 " 보면 알아요 왜 욕먹는지, 그리고 박스도 그렇게 빨리 접는것도 아니에요" 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ㅋㅋㅋ 지금은 토니가 느리게 보일 정도.

 토니는 곱추에 약간 어리버리 아니 어리버리라기 보다도 약간 지능이 (정말 아주 약간 ) 떨어지는 오지였는데 맨 처음엔 베리가 토니한테 욕하고 소리치는게 난 베리가 못돼서 토니를 괴롭히느라 그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 베리가 뒤끝이 있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일할때만 그렇게 난리치고 일 안하고 있을땐 토니랑 웃으며 대화하고 정말 성격좋음. 게다가 문제는 토니가 정말 욕먹어도 쌀 정도로-_-; 답답함. 농담아니고 정말 이제 왜 욕먹는지 알겠으며, 박스 접는 일도 지금 내가 훨씬 빠르고.. 아 일하는 첫날 보니 토니가 얼마나 빨라 보였는데 이젠 답답해 미칠 지경. 어쨌든 그래도 토니가 착해서 괜찮다고 말하는 제이케이의 말이 생각나는데 뭐 착하긴 착해서 좋다.

 어쨌든 바삐 팩킹을 하고 팩킹이 끝난뒤 다시 기계를 청소하고, 셋팅하고 그렇게 첫날이 마무리. 

 " 어때요 해보니까? " 라는 제이케이 말에..
 농담아니고 정말 일주일뒤가 벌써 걱정.
 그렇게 일주일간 제이케이에게 일을 배웠는데 그 다음주 월요일 제이케이가 그만두고 이제 나혼자 시작해야되던 그날 밤에 잠이 안와서 밤새고 갔을 정도. 

 맨 처음 혼자서 출근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일주일간 머리속에 뭔가 잔뜩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머리는 혼란스럽고, 뭘 해야 되긴 되는데 이게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정말 시푸드 팩킹이나 바나나 공장일은 완전 단순노동에 속할 정도였다. 게다가 출근하니 드디어 휴가갔던 슈퍼바이저 '스잔나'가 돌아왔는데 덩치가 좋은 여자였는데 성깔 좀 있어보였는데 왠걸 정말 성깔있다. 일단 가볍게 물체크하고 범핑룸까지 간건 좋았으나 이후 문제 태산, 뭐 다행이도 이제 막 시작한 나에게 큰 기대를 안하는지 대충 뭘 해야되는지 알려주고 또 거의 다 스잔나나 존이 대신 해줘서 난 말그대로 힘쓰는 일만 했다. 

 이후 일하면서 별의 별 사고를 치면서 조금씩 일이 손에 익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어갔다. 존도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고, 스잔나도 제법 성깔 부리며 나에게 화도 냈지만 그래도 굉장히 알아듣기 쉽게 간단하게 얘기를 해줬다. 정말 다른건 몰라도 스잔나 맞춤식 영어 좀 짱인듯. 귀에 쏙쏙 박힌다. 불필요한 말 없이 포인트만 간단하게 얘기하는데 알아듣기 완전 쉽고, 제스쳐까지 꼭 같이 해주는데 그런 모습에, 스잔나가 아무리 화를 내고 지랄해도 별로 나쁘게 보이지 않았고 퉁퉁한 그 모습이 하마같은게 언제나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아침에 잠깐 범핑룸으로 도와주로 갈 때 역시 할배 '베리'도 일할때 성격이 지랄같아서 베리한테도 욕을 진짜 작살나게 먹고, 무시도 많이 당했다. 그래도 그냥 일 할때만 그렇지 일만 끝나면 또 딱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환하게 웃는 할배 모습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베리 같은 경우엔 정말 보면서 참 많은걸 떠올리게 하는데, 이 흰 머리를 가진 거구의 할아버지.
 정말 성격이 다혈질이다. 정말 토니 갈굴때 보면 쩌렁쩌렁하게 그 굉음의 기계들이 돌아가는 방에서도 '퍽킹 토니 어쩌구저쩌구 '하는 말이 또렷히 들릴정도. 말끝마다 욕이 완전 꼭 들어가는데, 한번은 베리가 나에게 종이로 된 계란판들을 바깥 큰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는데, 양이 많아서 두번에 나눠서 가져갈려고 한번 가지고 나갔다가 금방 돌아오니 베리가 나에게 화를 냈다. 아마도 내가 못알아듣고 그런줄 알고 소리질르며 화를 낸건데 내가 남아있는 종이계란판을 가리키며 이거 가져갈려고 왔다고 하니까, 곧바로 웃으며 'I apologize'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한 두세번 일이 있으니 그 이후는 베리가 별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크게 실수 한 것도 없었으니, 몇달이 지난 요즘은 농담도 건네고 많이 생각해준다. 지나가다가도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뭐 그렇다.

 어쨌든 정말 욕도 무진장 먹고, 사고도 많이 치면서 어느덧 몇개월이 지난 지금.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일단, 존이 다른 파트로 가면서 내가 이 파트를 맡게 되었다. 슈퍼바이저인 스잔나는 다른일로 바쁘기 때문에 거의 팩킹파트로 오지 않는다. 말그대로 스잔나는 슈퍼바이저이면서 이 팩킹파트를 직속으로 관리하는 역활이었는데 팩킹파트 관리를 나에게 맡겼다. 지금은 내가 총괄한다. 승진이라면 승진일까. 뭐 페이가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공장 내 알짜배기 파트에서도 그 파트를 책임지고 있다보니 대우가 좀 다르다고나 할까.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스잔나가 아주 성격이 지랄같은데 언젠가 진방이(계란공장에서 일했었음)에게 들은 얘긴데, 제이케이가 공장 끝나고 "오늘 스잔나가 12시에 점심 먹으로 가라면서 등에 가볍게 손을 갔다대더라" 라고 말하며 완전 좋아했다는 얘기. 그 정도다. 화나 안내면 다행인 스잔나가 다정히 와서 점심 먹으라고 얘기했다는것에 좋아할 그 스잔나가 나 일하고 있는데 물 떠다 줌.. -_-;

 아닌 말로, 요새는 그냥 내가 출근하면 알아서 셋팅을 한다. 뭐 하라고 말 할 필요도 없고, 알아서 기계 셋팅부터 모든걸 다하고 팩킹 알아서 시작하고, 알아서 끊고. 알아서 다음꺼 준비하고, 일 끝나면 알아서 다 청소하고 다음날 할꺼 준비 다 해놓고, 이렇게 하다보니 맨처음 일이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존이 다른파트로 가면서 내가 이 파트를 맡다 시피했을때 스잔나가 10-20분에 한번 꼴로 잘 하나 지켜보러 오고 중간중간 참견하고 하더니, 요새는 거의 얼굴을 안들이민다. 말그대로 정말 위임된것. 그러다보니 뭐 스잔나가 성질 부릴일도 없고, 맨처음 만났을때 비하면 완전 다정다감. 스잔나한테 욕먹은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날 정도.  

 정말 자부심 충분히 가질수 있는 것이, 많은 워홀러들이 오지잡은 커녕 한국인 밑에서 개같은 시급 받으며 일 하고 있을때, 혹은 오지잡이라도 일일이 지시 받으며 단순노동에 시달릴때, 난 분명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고 자부한다. 내가 일하는 파트에도 오지들이 있고, 또 가장 중요한 파트기 때문에 바쁠때 여기저기파트에서 사람들을 끌어오는데 난 오지들에게 일을 시킨다. 말그대로 내가 현재 있는 파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 내가 뭐 하라고 시키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하고,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뭐 그런거.  워홀들끼리 술마시며 내가 흔히 하는 말이 " 야 어디가서 오지 부려먹는 워홀러 있음 오라고 해 " 라고 하는데, 정말 현재 일하는 파트에 정말 자부심이 있다. 덕분에 아마 이곳보다 조금 시급이 좋은 곳에서 일할수 있다고 해도 급여가 엄청 많지 않는한은 이 곳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


 사족1 공장 관련 얘기..
  골든 에그 팜에서 생산 파트를 크게 3파트로 나눌 수 있다.
 생상파트 말고 세부별로 많이 들어가지만 일단 생산 3파트를 중심으로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울월스,콜스 등에서 파는 말그대로 그냥 일반 계란들을 팩킹 하는 곳.
 이 곳에서 한국여자애들(워홀러)과 동남아 아줌마들, 오지 아줌마들이 일함.
 이 파트를 보조하는 파트는 loader(계란 판 기계에 올리는곳), 계란판 닦는 파트, 냉장창고파트 등.
 loader에서도 한국남자애들 일함(내가 꽂아준애가 여기서 일하는 것), 여자애들은 보통 다 저기 일반 계란 팩킹 하는데 꽂아주는거.

 그리고 두번째 생산 파트는 내가 일하는 계란 액체를 팩킹 하는 곳.
 단가가 가장 비싼 제품이다 보니 가장 알짜배기며 중요한 파트
 이 파트를 보조하는 파트가 아침에 내가 일을 도와주는 범핑파트,지하 냉동창고파트

 마지막 세번째 생산파트는 가장 조그만 곳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은 인원이 붙어있는 곳인데 삶은 계란 상품들. 껍질 깐 삶은 계란, 마요네즈랑 섞어서 으깬 삶은 계란 등을 만드는 곳. 이 곳은 오로지 동남아 아줌마들로 구성. 이 파트는 보조 파트 없고, 그냥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데, 여기 아줌마들이 공장 여자 일중엔 알짜배기, 여기 아줌마들이랑 친해지면 삶은 계란 막 주고, 챙겨주고 한다. 

 사족2 공장 일자리 얘기...
 맨 처음 제이케이가 날 꽂아줄 때 한 말인데, 정말 이 공장은 어플리케이션 폼 자체를 받질 않는다, 무조건 인맥으로만 뽑는 곳. 내가 얼마전 꽂아준 남자애나, 여자애 보면 알 수 있음. 팩토리 매니저가 와서 일 할 사람 데려오라고 말하거나 애플 꽂아줄때 보면 내가 팩토리 매니저한테 "내 여자친구 좀 일시켜줘 "라고 말해뒀더니 나중에 어떤 한국여자애가 자기 친구 일 시키려고 팩토리 매니저한테 일자리 좀 달라니까, " 무 여자친구가 먼저 "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때 좀 제프한테 감동. 한번 가서 얘기했는데, 뭐 결국 애플 됐음. 

 아마 5월 경 쯤에 남자1,여자1 자리 날껏 같음. 확실한건 아니고 그 때쯤 일자리 될거 같은데 저번처럼 그냥 돌리지 않고 이번엔 아마 렌트하게 될 것 같으니, 집 양도 받거나, 쉐어생 새로 들이면 일 찾고 있는 사람한테 줄까 생각중.

 사족3 이번 포스팅 얘기
 원래 공장 사진 첨부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도대체 어떻게 컴퓨터로 옮겨야되는지 모르겠다는, 정말 난감. 소프트웨어깔고, 블루투스로도 해보고 별의 별 지랄을 다해도 도무지 옮겨지지 않음. 나중에 디카가져가서 찍어서 사진 올리겠음. 공장 모습 궁금한 사람들은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시길..

 사족4 시드니 예고 사진
 오늘 사족이 무쟈게 달리네요.
 시드니 편이 많이 늦어지는데 대해 혹시 시드니 편을 기다리고 계실 몇몇 분을 위해 사진으로나마 좀 올려봅니다. 사진은 시드니 맛집 ' Harry's Cafe de Wheels' 찾아 가려고 간게 아니라, 우연히 길을 잃고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해서 맛본 곳입니다. 맛집인 이유는 저 가게 역사에 있을껏 같네요. 가게 옆에 보면 정말 많은 유명인들이 이 곳에 와서 음식을 먹는 사진이 찍혀있습니다. 시드니 공항 및 시내에도 분점이 있는데 이 곳이 본점이라네요. 말그대로 역사가 오래 된 곳.

 이 날 아침 정말 기분 좋았었는데,,,,아오.... 이날 그 일이 벌어질줄이야..

 농담아니고 세상에서 먹어본 핫도그 중에 가장 맛있.....었을까요? ㅋㅋㅋㅋ 나중에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정말 맛있어보이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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