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엑스마우스 둘째날,
몸이 많이 피로 했는지 정말 아주 푹 자고 일어났더니 해가 중천이다. 권은 생리통이 너무 심해 움직일수가 없는지 만약에 북쪽으로 이동할거라면 여기서 몇일 더 있다가 움직자고 말하는것이다. 왜 그러냐고 묻자, 카라타에 백팩커도 없다지 않으냐며 생리가 끝나면 가자고 말하는 거이다. 여전히 북쪽이냐 남쪽이냐에 대한 갈등이 있는 상태라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카나본이 덥다고 덥다고 했는데 엑스마우스로 오니 카나본 더운건 더운것도 아니었는데 한낮의 기온이 가볍게 40도 이상 나와주시는 엑스마우스. 그 곳 보다 더 덥다는 카라타. 아무리 Job구하기가 쉽다 한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단 아,점으로 짜파게티를 끓여먹기로 했다. 퍼스에서 카나본으로 올라올때 짜파게티 한박스를 사가지고 왔는데, 아껴먹는다고 정말 거의 한달에 한번 끓여먹을까 말까 했더니 아직도 짜파게티가 거의 박스채로 있다. 유통기한은 이미 올해 11월까지, 정말 호주 한인마트에서 가끔 세일 할때 보면 거의다 유통기한이 마지노선인 것들이 많은데 뭐 어쩌겠는가 한국음식은 먹고 싶고 돈은 없고 그냥 사야지. 어쨌든 아껴먹은 덕택에 유통기한이 한달도 더 지난 짜파게티를 그래도 맛나게 먹고. 방으로 들어와 쉬는데 정말 진땀이 날 정도다.
바깥이 얼마나 더운지,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등이 따가울 정도로 햇볕이 강하다. 정말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올 정도로 더운 날씨. 점점 더 북쪽행에 대한 우려가 강해져 온다. 가만히 있어도 돌아버릴것 같은 이 날씨에 이동이라,, 한숨만 나왔다.
권이 아파서 그냥 쉰다고 하니, 막상 딱히 갈 곳도 없고. 원래는 투어를 하려고 했으나 쉬기로 했다. 그리하여 쉬는 김에 짐정리나 싹 다시 한번 하고자 차를 방문 가까이에 대고 짐을 모두 들어내서 정리를 하고 다시 차에 실었다. 배낭하나 짊어지고 다닐 때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짐들. 정말이지 배낭하나로도 모든게 충분하고 여유로웠던 배낭여행자와 어느덧 현실에 찌든 삶이 되버린 워킹홀리데이메이커로서의 간극은 짐의 양만큼이나 컸다.
짐정리를 대충 끝내놓고나서, 권과 다음 이동루트에 대해 다시 또 토론, 계속 의견피로를 망설이는 권에게 살짝 떠보듯이 그냥 그럼 남쪽 가자. 라고 말하자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걸 가지고 뭐라고 얘기하니, 그래도 북쪽보다는 남쪽이 좋다는 대답을 한다. 권의 최종결정은 이렇게 더운데 도대체 어떻게 거기 가서 있겠냐는 것이다. 카나본도 더워서 정말 미칠것 같았는데 자기가 단지 우려하는건 이제 남쪽으로 가는 그 먼 길이 우려가 되는 것일뿐이고 간다면 남쪽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수 많은 고민과, 망설임 속에 남쪽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어차피 이제 이 곳 서북쪽에서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지역이라고는 브룸이 하나 남았는데 아쉽지만 브룸은 언젠간의 기회로 남겨두고 못본곳이 더 많고 날씨도 쾌적하다는 남쪽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더위도 더위지만 브룸은 현재 우기에 현재 시즌에는 약 3-4월까지 바다에 맹독성 해파리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또 브룸의 그 유명한 볼거리 달로 가는 계단은 10월까지만 볼 수 있어서 결국 브룸으로 가봤자 모든게 시즌이 아니었다.
결국 카라타로 향해봤자, 그 다음의 목적지인 브룸이 현재 그닥 메리트가 있지 않았기에, 아예 엑스마우스에서 그냥 남쪽으로 향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지나쳤던 몽키마이아,칼바리 등도 보고, 퍼스에 들려 오랜만에 사람들도 좀 만나고, 이력서를 퍼스 공장 지대에 한번 돌리고, 웨이브락도 좀 보고, 남쪽 농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뭐 아무래도 할일이야 더 많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드디어 거의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린 드디어 다음 목적지로 퍼스 남쪽을 선택했다.
하루종일, 그냥 빈둥거리며 쉬기에는 엑스마우스에서의 시간이 조금 낭비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때는 요즘 시즌이라는 바다거북의 산란을 보기 위해, 쥬라비 터틀 센터로 향했다. 밤에 운전하는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는데, 더군다나 퍼스에서 카나본으로 갈 때보다 더 야생에 가까운 이 곳에서의 운전이라 규정속도보다 많이 줄여서 천천히 운전하는데 정말 그러길 잘했다. 쥬라비로 향하는 동안 정말 수없이 캥거루를 봤는데, 정말이지 길 한가운데서 경적을 울려도 꿈쩍도 안하는 캥거루를 보며, 퍼스에서 카나본으로 올때 밤에 정말 겁없이 운전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캥거루가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순간 적으로 눈이 멀었는지 아니면 원래 눈이 먼건지 바로 앞까지 서있는 자동차의 엔진소리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서있는다, 클랙션을 울리자 귀가 쫑끗하면서 가만히 서있다가 옆으로 비켜서 갈려고 악셀을 밟자 그제서야 도로 가로 뛰어서 저 숲풀넘어로 뛰어간다. 이런데서 속도 내고 운전했다가는 정말 차가 반파 되기 십상.
정말 캥거루가 어찌나 많은지, 예전에 퍼스에서 카나본으로 갈 때 캥거루 못봤다며 속상해 하던 권은 온데 간데 없고, 이젠 뭐 캥거루가 있던지 말던지 별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도로 가에 있던 수많은 캥거루들은 나름 밤운전을 해서 쥬라비로 향하는 길을 더욱 재미나게 해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달려 쥬라비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너무 깜깜해서 당황했지만, 차에서 내리니 우릴 반겨준건 하늘에 쏟아질것 처럼 많은 별들이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급 정거를 했다.
비킬거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전진했으나 꿈쩍안하는 캥거루
한참을 가만히 도로에서 멍때리는 캥거루
클랙션을 울리고 지나가려고 하자 그제서야 도망가는 캥거루
" 사막의 별들 만큼이나 별이 많다 " 라고 얘기를 해주니 너무 아름답다며 좋아하는 권. 그리고 작은 후레쉬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바닷가로 향했다. 완전한 어둠만이 가득한 바닷가로 향하는데 권이 계속 무섭다며 칭얼 되는데, 정말 깜깜해서 기분이 싸하긴 하지만 바다거북을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해변가. 하지만 가는 길에도 해변가에도 바다거북은 없었다. 시즌이 맞긴하나,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결국 별 구경만 실컷 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
숙소로 돌아와 권이 생리통이 너무 심하니 하루만 더 있으면 안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해서 우린 엑스마우스에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숙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보니 주차장에서도 캥거루가 뛰어놀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야생을 느낄 수 있는 북쪽. 이 북쪽을 포기하고 게다가 나의 룰, 한쪽 방향으로 돌자라는 룰까지 깨고 남쪽행을 선택한데 대해 뭔가 아쉬움이 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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