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를 재밌게 보고 계신지 잘 모르겠군요, 덧글들이 너무 없어 반응을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드디어 (수기 내용 상) 카나본에 도착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저는 어느덧 카나본에서의 몇개월간의 시간을 정리하고 또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전에 포스팅한 다른 편지에서 저는 떠남과 머뭄에 대한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냥 여기서 돈을 쓸어담고 다른 곳은 여행으로 가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도 고려해본 생각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지 였습니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저는 떠남을 선택했습니다.

 이 곳 카나본에서, 참으로 많은 이들이 첫번째 워킹홀리데이를 포함 두번째 워킹홀리데이까지 근 2년간을 보내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 좁은 시골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공장의 매니저들, 농장주인들과 친분이 쌓여서 job을 구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기에 사람들은 정착을 선택합니다.  퍼스에서 누구보다 고생을 하며 Job을 구해본 저로서는 솔직한 심정으로 도시 생활에 대한, 아니 구직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보다 큽니다. 그래서 이 카나본에 대한 유혹이 누구보다 컸습니다.  물론 구직활동을 하며 별에 별 상황을 많이 겪어봤기에, 요령도 생겼고, 이제 어느정도 이력이 쌓인 터라, 금방 구하겠지란 생각은 해보지만 누구도 모를 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만큼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이 곳 카나본에 정착할까, 하는 고민을 수 없이 많이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전 여행자의 피가 흐르는 걸 까요. 한번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새로운 장소에 대한,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한,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떨림이 진정이 안되더군요, 그리하여 저와 애플(권)은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세컨 자격이 되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애플은 아직 세컨비자를 딸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아 현재 일하고 있는 공장을 그만 두는데 대한 압박감이 있지만, 애플 역시 어느새 여행자가 다 되어, 남들은 Job때문에 머무는 이 곳을 가지고 있는 Job도 버리고 과감히 떠나겠다며 저에게 결정에 대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많은 친구, 동생들과 이야기 했습니다. 
 솔직하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얘기하며, 하지만 구직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못 옮기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자는 카나본이 좋기 때문에 라는 얘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카나본이 좋기 때문에 라는 말은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Job때문에 벗어 날 수 없는 현실. 전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며, 어느새 저 역시도 자신을 속이고 이런 저런 이유를 둘러대며 카나본에 머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새로운 곳을 향한 갈망은 해소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전 이렇게 카나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순수한 여행 목적이 아닌 어디까지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로서 일과 여행을 모두 즐기기 위한 길이기 때문에 다음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도 모르고, 다음 정착지가 어디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동하며 괜찮은 Job을 구하게 되는 곳이 다음 정착지가 될 것입니다. 방향은 일단은 북쪽으로 잡았습니다. 이 것 역시 호주에 오기 전부터 마음 먹은 저만의 Rule에 따른 것인데, 한번 이동을 시작하면 그 방향으로 이동을 계속 하고자 마음 먹은 저만의 Rule. 퍼스에서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이동해 왔기에 이제 북쪽으로 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려해본 결과 다음 목적지는 관광지로 더 유명한 coral bay, exmouth 를 거쳐 작은 중소 도시를 거쳐 일단의 최종 목적지는 Darwin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이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자 사람들은 현재 시즌이 여름과 우기가 겹쳐 있어서 아마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연신 매일 티비에서 날씨보도를 봐도 카나본 북쪽으로는 이미 40도를 넘는 (약 46도~48도) 엄청난 더위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 카나본도 이미 36도 38도를 매일 기록 하고 있는데 여기는 장난이더군요. 있는 사람도 떠난다는 이 시기에, 농장의 일도 모두 정지 했다는 이 비수기에, 왜 하필 있는 잡도 버리고 북쪽으로 향하냐고 사람들이 말리더군요.

 솔직히 뭐 이유가 크게 있겠습니까,
 저의 고집,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 이겠죠, 이럴 때 가보는 것도 큰 경험 아니겠습니까. ^^;
 
 어쨌든 돈만 까먹고 위기 상황에 봉착하게 되느냐 아니면 다시 꽤 괜찮게 잘 풀리지 않겠느냐 복걸복이겠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고 겁을 먹고 움츠리고 있기엔, 호주 워킹 홀리데이의 시간은 너무나 금같은 시간이라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이동은 현재 머물고 있는 쉐어하우스 기간이 완료되는 다음주 화요일에 떠날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렇게 인터넷 하는 날도 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요, 이제 1주일 후면, 저는 다시 또 구직을 위해 바쁘게 생활하고 또 새로운 정착을 위해, 새로운 만남으로 당분간 인터넷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은 어느정도 적어놓은 포스팅들은 카나본을 떠나기 전에 최대한 모두 업로드 해서, 예약 글을 설정해 놓고 갈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게 항상 얘기하는 것이지만, 고맙다는 말씀 올리며 카나본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지, 예상해보시길, 저도 궁금하네요 ^^

 PS. 꼴통, 빨갱이 등등 혹시라도 지금 소포를 보내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있다면 당분간 취소하길 바란다. 난 떠난다.  아 그리고, 호주 이 깡촌에서 소주대신 바카디와 먹는 숏다리와 쥐포 덕에 이 곳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국 생각에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보면 결론은 숏다리와 쥐포를 대량으로 보내달란 말이다. 이가 다 빠져도 좋다. 건어물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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