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25. 퍼스 정리
퍼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 떠나기 이틀전.
진방이가 간다기에 너무나 맘에 들었던 준형차도 외면하고 년식이 더 오래됐으면서도 더 비싼 지금의 차 닛산 맥시마를 구입했다. 장보기도 끝마치고 모든 준비가 완료 되었다.
남쪽 행을 위해, 퍼스 남부, WA남부지역이 자세히 나온 지도도 구입하고 이제 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싸고 빠뜨린것들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토요일 마지막 기타모임을 했다. 기타모임 겸 우리 3명의 송별회 정도...
신이네 집에서 모여서 술을 마시며 씨끌벅적 놀았다. 사진도 찍고 기타도 치며 마지막 기타모임을 즐겼다. 내가 맨처음에 나왔을때와는 달리 많은 이들이 떠나고 또 그 만큼 새로운 이들도 왔다. 어쨌든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사람들과 놀면서 사진을 찍다가, 이런 젠장할.
의자 옆에 세워둔 기타가 있었는데 료지와 사진을 찍겠다고 료지옆으로 가다가 의자를 정말 아주 살짝 건드렸는데 덕분에 의자옆에 세워둔 기타가 쓰러졌는데 기타모임에서 수없이 기타가 쓰러진 경우를 많이봤는데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기타 목이 뿌러졌다. 그것도 JK제이케이의 기타였다. 졸지에 완전 벙찐 상황. 안그래도 부족한 여유자금은 기타값을 물어주느라 휙 하고 날라갔다. 진짜 나는 어쩜 이렇게 재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타를 부러뜨린 바람에 왠지 모르게 훅 김이 새버려 찜찜한 마지막 기타모임이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겠다며 모처럼 온 수와 다른이들때문에 애써 재밌게 놀았지만 떠남의 떨림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또 이놈의 기타때문에 더 재밌게 어울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모임이 끝난뒤, 다음날.
아침부터 갑자기 청천병력 날벼락.
진방이가 그냥 퍼스에 머물겠다고 말하는거다.
이런 씨발....
정말 너무 짜증났다.
남 앞다마 뒷다마 가리지 않고 까는 나와는 달리, 남의 욕 하는 걸 들어보기 거의 힘든 맘 넓은 권조차도 그 때 만큼은 폭발을 했다. 물론 대놓고 진방이에게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너가 가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 알았어 " 한마디로 그 폭발을 표현했다.
권이 그렇게 남 욕을 그것도 친한 사람 욕을 하는건 정말 처음 봤다. 권은 전에 내가 장난으로 윌과 엑스를 따라 간다고 했을 때, 진방이가 서운하게 했던 것부터, MJ,SR과 거의 붙어 다니다가 우리가 이동할려고 차 산다고 하자 다시 우리한테 자주 연락하고 발걸음 하는 걸 상기하며 얄밉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쌍욕을 한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섭섭했던 것들이 모두 폭발한듯 했다.
" 어쩐지 안갈것 같았어. 뭔가 찝찝하게 하더라구" 라며 짜증났던걸 모두 쏟아내었다.
하지만 짜증나는건 짜증나는거고,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제 바로 내일 월요일이면 남쪽으로 출발하려던 우리였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갑자기 급 막막해졌다. 차라리 일찍부터 안간다고 말했더라면 봤던 차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준형차를 구입하고 조금 더 넉넉한 돈으로 남쪽에 가서 농장을 알아보겠지만 진방이가 돈을 빌려준다고 같이 가자고 무리하게 큰 차를 구입한터라 둘의 수중엔 정말 기름값빼고 2명이 1주치 방값을 내면 끝인 돈만 가지고 있었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갑작스러워 짜증도 채 오래가지 못하고 금새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깡으로 남부로 내려가야하나,
아니면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카나본으로 방향을 급 수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워낙 농장 가면 웨이팅 1-2주는 기본이라는 말을 들은터라 막막함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카나본으로 결정하자니 카나본에 대해서 익히 조사한바 그 악명높은 곳에 뻔히 가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다. 모든 준비를 남부에 맞추어 했는데 카나본이 개좆같다는 걸 알면서도 가야된다는 사실과 어쩔수 없는 이 상황이 다 짜증났다.
결국 주말동안 고민한 결과,,
별 수 있겠는가, 카나본으로 우리의 목적지는 급 수정 되었다. 가서 그래도 웨이팅이라도 걸리면 방값이라도 꿀 수 있게 아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게 맞지 않는가.
그렇게 진방이의 한차례의 후림으로 권과 나의 미래는 확 바뀌게 된다.
일요일 마지막으로 조촐하게 신네 집에서 술을 한잔하며, 진방이에 대한 원망도 채 할 겨를없이 당장 내일 떠남에 대한 떨림을 간직하며 퍼스 생활을 종료했다.
[ 부록 ]
현재까지 등장한 등장인물들의 대한 간략한 소개, 나온 순서대로
윌(W) : 2살 아래의 동생으로 퍼스공항에서 조우, 호주 생활의 첫발자국을 함께 한 동생. 영어 실력은 굉장히 떨어지지만, 친화력이 좋고, 행동력이 으뜸.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다.
엑스(H) : 역시 윌과 함께 호주 시작을 함께 한 동갑내기 친구. 영어실력은 중, 도대체 왜 호주에 왔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강하며 혼자서 뭔가 하려는 의지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신의 일에 극도로 민감하지만 남의 일에는 말도 안되게 무감각하게 대응하며 자신이 하는 일은 무조건 좋고, 남의 일은 무조건 깎아내리는 스타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잘 이해가가지 않는 친구.
쥴리 : 윌이 퍼스에 오자마자 Job보다 빨리 구한 여자친구. 호주 생활이 오래되고, 공부를 목적으로 한 워킹홀리데이메이커이기에 영어실력이 엄청나다.
폴 : 그랜다로우로 이사가며 만나게 되는 동갑내기 친구, 술,여자,담배를 사랑하는 호남형. 상당히 재밌고 유쾌한 친구. 워킹홀리데이 2년차의 베테랑.
폴2 : 폴과 이름이 같은 바람에 폴2가 되어버린 한살어린 동생. 기타 실력이 프로급. 기타모임에 중추적 인물. 퍼스에서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한다.
신 : 폴2와 마찬가지로 한살아래의 동생. 역시 기타모임에서 만난 신은, 퍼스의 삼성이라는 공장 '바터'에 다닌다. 6개월간 3만불 정도는 가볍게 찍을 수 있는 바터에 다니는 이유로 항상 엘리트라 불리우는 신. 기타에 몰입 기타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지만 음치인 관계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MJ + SR : 친 자매로, 둘이 전혀 담지 않았다. 어려보이고 귀여운 스타일의 언니 MJ와 전혀 닮지 않고 오히려 자매라고 말했을때 모든이가 아연실색하게 만들며 또 막상 자매란걸 알아도 오히려 언니로 생각되는 신봉선을 닮은 SR. 둘다 영어 실력은 하, 하지만 둘의 결속력이 좋고 특히 동생인 SR이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라 괜찮은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제니누나 : 워킹홀리데이메이커의 막차 중에 막차를 타고 온 누나. 이 곳에서 막차 타고 왔다라 함은 만 30살까지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만 31살이 되기 직전에 받은 후에, 다시 입국해야만 하는 기간인 비자 받은 후 1년안에를 간신히 채운 사람을 말한다. 고로 만 32살이 되기 직전에 입국한...-_-;;; 어쨌든 MJ+SR의 첫 쉐어하우스 주인의 사촌누나로 쉐어하우스에서 MJ,SR자매를 만나 빅팍 세자매 결성 (빅토리아 파크), 음식실력이 수준급, 정말 요리를 잘하고 또 손이 커서 언제나 배터지게 먹고 음식을 남길정도로 만듬. 정말 1등 신부감. 영어실력은 최하. 구직의사 최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호주 생활은 노력보다는 운이기에 호주 전체안에서 여자가 할 수 일 중 가장 쉬우면서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돌공장에 취직된다.
돌 연구소 실험실에서 비커 같은 것들을 그저 정리하는것만으로 일주일에 1000불 이상을 버는 최고의 직업.
제이케이 JK : 기타모임의 회장, 기타실력도 좋고, 영어실력, 하고자는 의지, 운 거의 모든게 받쳐주는 워홀러의 정상급 레벨. 투잡을 뛰기 때문에 돈도 많이 벌고, 외국인 친구도 많아 돈과 영어 모두를 잡는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홍대 스타일의 세련된 스타일과는 달리 전라도 출신이라 걸죽한 사투리가 일품.
[이상 한국인들]
[이하 외국인들]
마이클 : 같은 쉐어집에 사는 쉐어 메이트, 프랑스인. 굉장히 잘생겨 여자들에게 인기만점. 성겪까지 좋고, 예의바르고 어느정도 동양적인 문화에 익숙하기에 '볼매'라고 불리움. (볼수록 매력있는.)
엘리자베타,밀로스 커플 : 이탈리아 커플로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도 잘 어울려 노는 커플, 특히 엘리자베타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음에도 완전 재밌게 잘 논다. 술자리에서 음악 틀어놓고 스트립쇼에서 추는 봉 춤을 추곤 한다. 근데 실제 봉이 없는 상태에서 봉이 있는척 추는거라 완전 코메디. 나에게 전수 해줌. 둘로부터 피자,스파게티 등을 사사받음.
알란 : 역시 같은 쉐어하우스에 사는 쉐어메이트, 호주인으로, 호주 영어 특유의 우물거리는 영어를 구사하고 여성 취향이 굉장히 특이한 친구. 의외로 조용한 성격이라 집에는 들어오면 거의 방에만 있는다. 나에게 영문 이력서 쓰는 방법을 알려준 친구
사티쉬 : 옆 유닛에 사는 인도인 친구. 성격이 조용하고 깔끔해 전혀 인도인 같이 안느껴진다. 정말 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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