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밤에 도미토리 방에서 완전 짜증나는 외국인 하나가 있어서 잠을 설쳤다. 그리고 일어난 새벽. 오늘은 일찍부터 칼바리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퍼스로 향하기 위해 바삐 준비했다. 일단 잠깐 풀어놓은 짐들을 다시 차에 싣고 아침으로 라면을 먹었다. 아침 공기가 엄청 차가운게, 북쪽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시원함.
떠날 채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칼바리 마을로 오는 길에 봤던 국립공원 입구 두곳을 봤기에 그쪽으로 향하는데 가기전에 기름을 좀 채우고 갈려고 주유소를 갔는데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그래봤자 6시) 주유소 문들이 다 닫혀있었다. 이런 젠장. 어떻게 하나 싶어서 일단 칼바리 안내 책자를 좀 보면서 아쉬운대로 주유소 문이 열리기 까지 별로 볼 생각이 없었던 바닷가 쪽 볼거리를 좀 봐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차를 그쪽으로 향했다.
칼바리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칼바리 국립공원' 그리고 이 칼바리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국립공원 내에 있는 nature`s window라고 하는 것인데, 칼바리 안내책자 표지에 당당히 올라와 있는 사진이 바로 nature window다. 마치 그랜드 캐년같은 (절대로 견줄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풍경의 칼바리 국립공원에서 풍화작용으로 바위 가운데만 마치 창문이 나듯이 뻥 뚫린 Nature`s window가 칼바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 였으나 이 이른 새벽 주유소가 문을 닫아 생각지도 않은 곳에 가게 된 우리는 정말 주유소 문을 닫아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모를 멋진 풍경을 보게 된다.
자동차에 남아 있는 기름으로 칼바리 국립공원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남쪽으로 길을 가기엔 부족했기에 일단 근처 바닷가로 향했는데 가면서 보니 이 곳 역시 칼바리 국립공원에 속하는 곳이었다. 칼바리 마을로 향하던 길 한쪽으로만 국립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엄청나게 큰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놨고 그 안에 마을 칼바리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칼바리 안내책자를 보면 해변가로 쭉 십여개 정도의 볼거리가 늘어서있는데 일단 가장 먼곳부터 가서 훑어 내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향한 Natural Bridge와 Island Rock.
칼바리 마을로부터 남쪽으로 해안가를 따라 있는 Red Bluff Road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우측으로 각 명소에 이르는 자그마한 도로들이 있다. Natural Bridge까지 이르고 나서 그쪽으로 향하는 자그마한 도로로 접어들었을 무렵, 정말 내 평생 잊지 못할 환상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너무나 많이 봐서 놀랍지도 않다는 그 캥거루 였으나 이 것이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는 모습이었다. 바닷가로 향하는 도로에 접어들었을 무렵 저 멀리 초원에 아주 큰 캥거루 한마리가 서서 우릴 바라보고 있었고, 자동차가 그 쪽으로 향하자 캥거루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캥거루가 달리는 초원의 이동방향과 도로의 방향이 같은 바람에 본의 아니게 차가 달리며 캥거루와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달리게 되었고 캥거루는 또 우릴 피해 도망가듯이 계속 뛰었는데, 정말 캥거루와 함께 달리던 그 수십초의 순간은 온 몸에 전기라도 감전된듯 짜릿한 느낌이었다.
정말 눈앞에는 깎아지를듯한 절벽과 함께 저 멀리 푸른 인도양이 펼쳐져있고, 그 길로 향하는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멋진 풍경임에도 길 옆에서 같이 달려주는 캥거루 덕분에 이 풍경은 내 인생에 절대 잊혀지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으로 각인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야겠단 생각에 급하게 옆에 앉아있는 애플에게 빨리 동영상을 찍으로 재촉했지만 DSRL을 들고 있던 애플이었기에 동영상은 무리. 정말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지 못한게 한으로 남을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다.
사진으로 도저히 표현할수 없었던 생동감 있는 살아있는 풍경이었다. 우린 정말 기름이 만땅채워져있었으면 못봤을 이 풍경 때문에 얼마나 주유소문이 닫혀있던걸 감사했는지 몰랐다.
[사진 : 정말 2미터 넘는 거대 캥거루가 같이 뛰던 그 모습,, 소름 돋는다 ]
너무 멋진 풍경을 본 탓인가,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바다의 절벽들을 봐도 그 캥거루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고 급기야 애플은 바닷가 풍경은 뒷전이고 그 큰 캥거루 동영상을 다시 한번 찍어보겠다고 계속 풀밭쪽을 어슬렁거리며 캥거루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가 이곳으로 향할때 길가에 차 한대가 주차되있다가 바로 우릴 쫒아온 차 한대가 있었는데 한 무리의 서양애들이었는데 길을 잃었는지 우리에게 칼바리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과 함께 칼바리 마을로 가는 길을 물었다. 프랑스애들이었는데 난 마침 지도가 한개 더 있어서 그걸 건네주고는 길 설명을 해주자 그들은 이 곳 Natural bridge와 Island rock에서 잠깐 풍경구경을 하고는 먼저 길을 떠나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준다. ㅎㅎㅎ 운좋은 새끼들.
암튼 우리도 그 멋진 풍경을 보며 잠시 그 곳에 머문뒤 이제 다음 장소로 가기로 했다. 한껏 멋진 풍경을 보고나니 이걸 안보고 가려고 했었던게 아찔해질정도였다. 이건 뭐.. 칼바리 와서 정말 하이라이트은 안보고 지나칠뻔했던 것이다. 나는 natrue`s window가 있는 계곡지역만 칼바리 국립공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 곳 바다쪽도 칼바리 국립공원이었던걸... 어쨌든 정말 운좋게 주유소가 문닫는 바람에 얻은 행운이었다.
[사진 위 : 캥거루들. 애플이 그 캥거루의 감동을 되살려보겠다고 캥거루를 찾다가 찍은 캥거루 사진..]
[ Natural Bridge 모습 ]
바닷가를 따라 이렇듯 멋진 풍경을 가진 곳들이 쭉 늘어서있는데 뭐, 모습의 차이가 있어도 대략 이런 느낌들. 아무리 좋은것도 한두번이라고 처음 Natural Bridge와 Island Rock을 볼 때의 감동은 점점 다른 것들을 하나씩 볼 때마다 줄어들어 뭐 막판에는 정말 큰 감흥은 없었다. 여전히 캥거루와 같이 달리던 그 순간의 짜릿함만 온 몸에 흘렀다.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좀 그렇고 해변가에 늘어서있는 각 명소의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가 갔던 곳들만 열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Natural Bridge, Island Rock, Eagle Gorge, Mushroom Rock, Red Bluff 이 정도.
칼바리 마을에서 남쪽으로 Red Bluff Rd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각 명소로 향하는 작은 도로들이 바닷가를 따라 나있으니 구경에 큰 어려움은 없다. 차로 이동 주차장에 차 세우고 바닷가로 향해서 보고 다시 차 몰고 또 다음 장소의 반복. 나중엔 좀 많이 귀찮았다.
애플은 나중에는 귀찮다고 Mushroom rock은 아예 가지도 않았는데 현명한 판단, 다른데는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되는데 이곳만 굉장히 오래 걸어서 가야했는데 막상가도 별게 없어서 정말 애플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그렇게 바닷가의 각 명소를 몇군데만 추려서 보는데도 금방 풍경에 무감각해졌다.
이제 바닷가쪽 칼바리 국립공원의 구경을 끝마치고 어느덧 시간은 8시 정도가 다 되었다. 마을로 다시 오니 주유소 문이 열렸다.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기름을 넣고 칼바리를 떠날 시간, 마을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길을 나섰다. 잠깐 사족을 말씀드리면 정말 개인적으로 호주 여행에 감이 안잡히시는 분은 옆에 구글맵 띄어놓고 보시면 이해가 가실듯 싶습니다.
퍼스 남쪽부터 저 멀리 북쪽까지 쭉 이어지는 몇천킬로의 고속도로 North west coastal Hwy(Highway)가 쭉뻗어있으면 그 길을 중심으로 바닷가쪽에 자리 잡은 마을이 있는가하면, 내륙쪽으로 자리 잡은 마을이 있는데 그런 마을로 향할려면 고속도로에서 다시 간선도로로 향해서 또 70-100Km 정도를 이동해야 합니다. 칼바리는 North west coastal Hwy에서 Ajana Kalbarri rd로 접어들어 약 70km를 이동하면 나오는데 이제 갈 칼바리 국립공원(계곡쪽)은 Ajana Kalbarri rd에 있는 것, 고로 그 곳을 보고 그냥 다시 그길로 쭉 North West coastal Hwy로 향해 고속도로를 타고 퍼스로 내려가면 되는 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주유소 기름을 넣고 칼바리 국립공원에 들어서는데, 완전 엄청나게 큰 지역인 탓에 차로 각 볼거리 지점까지 이동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도보로 좀 이동하면 볼 수 있게 해놨다. 새벽일찍 갈려던것이 낮에는 너무 더워서 국립공원안을 걸어다니다보면 열때문에 죽을수도 있고 쓰러질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서였는데 때문에 칼바리 안내책자에도 반드시 이른새벽 혹은 오후 쯤에 들어가라고 적혀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가장 더울 시점에 가게 되었다. 어쨌든 이제 본격적으로 Nature window를 보겠다고 차를 몰고 국립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요금을 내는 곳이 있었는데 직원이 아무도 없이 바리케이트가 올라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잠깐 있다가 정말 아무도 없어서 그냥 지나갔다.
ㅎㅎㅎㅎ 아싸 11불 굳었다.
이제 이곳부터 비포장길을 26킬로미터 이동을 하면 The Loop와 Nature`s window를 보러갈 수 있는 주차장이 나올 것. 내 자동차를 가지고 비포장 길을 이동하는게 좀 걱정됐는데 정말 숱하게 이동하며 내 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나 달라 너무나 잘 달려주는 내 차, 비포장도로의 제한속도인 40km를 가볍게 넘겨 50km정도 밟아도 잘 나간다. 정말 사륜구동 안부러운 나의 90년식 닛산 맥시마. 옆에서 애플은 쿨쿨 잘도 잠자고 있다. 쯧..-_-;
그리고 도착한 The Loop와 Nature`s window로 향하는 길의 주차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는데 역시나 굉장한 더위와 햇볕이었다. 곳곳에 경고문이 붙어있다. 실족사를 경고하는 문구는 없다. 더위를 경고하는 문구뿐. 열기가 널 죽일 수도 있다는 경고문구와 함께 예방조치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경고문들. 농담아니고 왜 이런 경고문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더위와 열기를 상상할수 있을 것이다.
The loop는 이 길에서 협곡을 크게 한바퀴 도는 약 10km의 트래킹 코슨데 뭐 관심도 없거니와 이런 땡볕에 가는 건 말도 안되고 그냥 우린 몇백미터만 걸으면 도착하는 하이라이트 nature window만 보고 오기로 했다.
아주 오랜기간에 걸친 협곡의 모습은 제법 웅장했고, 나름 그랜드캐년 삘이 났다. 물론 실제 그랜드캐년에 비하겠냐마는. 어쨌든 나름 만족스러운 협곡의 모습. 생각보다 금방 Nature window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정말 더위가 장난아니었다.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꽝꽝얼은 얼음물이 불과 십여분 사이에 완전히 물이 되있었다. 농담아니고 정말 쩌는 더위.
찌는 더위에 도착한 네이쳐윈도는 칼바리 관광안내책자의 표지와는 달리......
째깐했다.
사진빨도 아니고, 관광안내책자가 합성인가 싶을 정도로 사진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이게 진짜가 아니라 진짜는 The loop에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네이쳐윈도.. 뭐 어쨌든 이게 칼바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라지.. 갑자기 너무 급실망한탓에 애플은 짜증모드가 됐다. 안그래도 쪄죽겠는데, 힘겹게 오니 고작 이거라니.
짜증난 애플과 함께 좀 쉬면서 사진을 찍고 그 곳에 좀 머물렀다. 사람도 한명도 없고, 우리밖에 없는 지라 그래도 북쩍이는 관광지에 비해 느낌은 있었다.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돌아간 우린 슬슬 출출도 하고 해서 컵라면이나 먹기로 했다. 주차장 한켠에 있는 테이블에서 부르스타를 꺼내 물을 뎁혔다.
가볍게 국립공원내에서 이렇게 끼니를 때우고 이제 국립공원내 또 다른 명소 z bend로 향하기로 했다. 다시 또 이 곳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야하는 Z bend. 우리는 좀 실망감이 컸나. 더 이상 보지말고 딱 z bend까지만 보고 남쪽으로 향하자고 의견을 조율했다.
그리고 다시 또 한참 차를 타고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또 한참을 걸어 도착한 Z bend의 뷰포인트.
썅..
협곡에 뭔가 물이 한가득이면 좀 더 멋진 풍경이련만...강의 물은 말라 비틀어져있고 협곡의 모습은 그냥 저냥. 완전 개 실망한 우린 힘없이 발길을 돌려 다시 또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한켠에 또 쉼터에서 담배한대 피고 이제 확실히 남쪽으로 향하자고 얘기했다.
그렇게 우린 카나본을 떠난 이후 어느정도의 호주 로드트립 일정을 드디어 마치고 본격적으로 퍼스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 이제 여행은 끝났다. 이젠 다시 현실속으로 들어가는 일 뿐.
아침에 정말 잊을수 없는 풍경을 선사해준 캥거루에게 감사하며 모든걸 다 잊더라도 그 캥거루와 달리던 순간은 잊을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정말 값진 순간이었다. 이제 남쪽으로 Go Go!!!! 남쪽으로 향하는 길의 첫발은 애플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아까전에 칼바리 국립공원에 들어서는 비포장길에서 옆에서 쿨쿨 잠든데에 대한 소심한 복수. ㅋㅋ 어쨌든 애플이 운전을 해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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