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19. 킹스 파크, 김밥 그리고 권


 호주에 올 때 마음 먹었던 것들 하나하나가 흐트러지고, 또 생각보다 쉽지 않은 호주 정착. 그렇게 여유없이 있다보니 막상 카메라를 들을 여유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중 사진이라는 나의 취미 생활을 즐길수 있는 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진도 사진이거니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 좀 쌓아보고자 또 하나의 좋은 모임을 알았으니 바로 사진모임이었다. 이 사진 모임 역시 퍼스 카페인 '퍼참'에 모임 중에 하나다. 그렇게 난 사진 모임에 가입을 하고 드디어 첫 모임을 나갔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들고 모임 장소인 킹스파크로 향했다. 


 킹스파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공원의 크기를 뛰어넘는 엄청난 넓이에 공원이었는데 높은 언덕에 위치해서 퍼스 시티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퍼스에 굳이 가봐야 할 곳을 꼽는다면 단연 첫번째로 꼽을 만한 곳이었는데 난 여태껏 가보지 못하다 이렇게 카메라 모임을 핑계로 처음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킹스파크. 이미 카메라들을 들고 한곳에 모여 서있는 사람들이 한눈에도 사진모임 사람처럼 보여 쉽게 찾을수 있었다.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모임에 껴서 사진 출사를 시작했다. 한국인 여자와 일본인 여자 모델 두명을 섭외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터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난 어느새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서 공원에 놀러온 이 사람 저 사람을 찍었고, 급기야 사진을 핑계로 한 멋진 연인들을 찍었는데 그 연인 뒤쪽으로 펼쳐진 퍼스의 스카이 라인과 연인의 모습의 얼마나 멋있던지 내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느새 사진 모임 사람들도 그 쪽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그들을 한번 찍고 싶었는데 누구도 선뜻 나서서 찍지 않은 것. 역시 이럴땐 여행다니며 들이대던 습관들이 참 도움이 된다. 




 주말에 킹스 파크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피크닉을 즐겼는데 이것을 보며 참으로 그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 살짝 부럽고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호주 영주권 준비를 하는지 마음속으로 이해할수 있었다. 한참 킹스파크에서 사진을 찍고 논 후에 오후가 되고 슬슬 뒷풀이 준비를 위해 다 함께 노스브릿지로 갔다. 사진 모임은 기타모임과는 달리 조금 럭셔리한 느낌이었다. 다들 모여서 공원에서 기타치고 보통은 누군가의 집에 가 술을 먹는것과는 달리 회비를 걷어 차이나 타운에서 요리를 시켜 먹고, 노는데 다들 여유가 있어보였다.


 사실 사진 모임에 사진을 찍으로 나왔다.라고 말하는건 솔직히 거짓말이고 퍼스 정착을 위해 인맥을 넓혀보고자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 괜시리 그런 내 자신에 자격지심인지 서스럼없이 어울리기 힘들었다. 머리속에는 친하게 놀고 술을 즐겼던 기타모임 사람들이 생각났다. 


 근데 재밌는 일이 하나 벌어졌는데 정말 이 퍼스바닥이 좁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는데 며칠전 윌이 차사고가 났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자기 차 뒤에 와서 박았다는거다. 다행인지 윌의 차는 멀쩡하고 오히려 뒷차의 앞 범퍼가 크게 구멍이 났다고 했다. 이유는 호주에 오면 흔히 보게 될 차 뒤에 달고 다니는 토우바 라는 것 때문인데 토우바는 쉽게 말해 큰 짐들을 실을 수 있는 짐차 같은 걸 연결할수 있게 차 뒤에 달아놓은 건데 이게 뒤로 툭 튀어나와있는데 뒷차가 윌 차의 토우바에 정중앙으로 들이받은 바람에 윌의 차는 멀쩡하고 뒷차가 구멍이 뻥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서 봤는데 뒷차에서 내린 사람도 동양사람이라는 거다. 근데 뒷목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보고 " 뭐야 저새끼, 한국사람인가? " 라고 생각하는데 뒷 사람도 내려서 보니 자기가 친 앞차 사람이 동양사람이니 대뜸 " 혹시 한국분이세요? " 라고 물어봤다는 거다. 어쨌든 윌의 차를 뒤에서 박은 그 운좋은 한국사람은 다행이도 착한 윌이 그냥 괜찮다고 가라고 해서 무사히 사고처리를 끝낼수 있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며칠후 이 사진 모임, 지금 바로 이 차이나 타운의 뒷풀이 모임에서 한 남자가 며칠전 사고 얘기를 하는데 내가 혹시 " 한국사람 차 박지 않았어요? " 묻는 순간 어떻게 알았냐는듯이 벙쪄서, 친한 동생이라고 얘기를 하면서 진짜 퍼스 좁다. 이런 얘기를 하는 그 순간 누군가 내 뒷에서 " 형 " 하면서 딱 어깨를 잡는데, 윌이었다. 완전 대박. 


 " 야 니 차 박으신 분 이 분 아니냐? " 라고 가리키는데 윌이 그 사람을 보더니 깜짝 놀래는거다. 이렇게 좁은 퍼스 바닥. 어쨌든 그런 해프닝이 끝나고 나는 적당한 시간에 모임을 정리하고 그랜다로우의 폴2 집에서 모임중이라는 기타모임으로 향했다.  트레인을 타고 그랜다로우에 도착해 갔더니  폴2 집에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어찌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이 사람들이 정말 편하고 좋구나 생각했다. 내가 기타모임 빠지고 사진 모임 갔다고 빅팍3자매가 투덜거리는게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또 한참을 놀았다. 지금 놀고 있는 이 집도 참 웃긴게 내가 그랜다로우에 맨처음와서 집을 알아보러 다닐때 집을 보로 온 곳이었는데 주인인 한국남자가 잘생기고 성격이 시원시원했던게 기억에 남았는데 지금 이 집에 폴2가 살고 있다. 폴2의 얘기를 들으니 정말 성격이 좋다고 하는거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불러모아 모임을 하고 노는데도 이런 모임을 허락하고 또 우리가 술먹다가 거실 카페트에 와인을 쏟았는데도 별 큰 반응을 안보이는데서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거실 카펫에 와인자국이 남으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정말 집의 소유권을 가진 집주인이 정기적으로 검사(인스펙션)를 하러 나왔을때 이런 얼룩하나하나가 엄청나게 큰돈을 물어야하거나 큰 비용을 들여 청소를 해야하는 즉 돈과 맞물린 일이기에 보통 집을 렌트한 주인들은 상당히 집에 얼룩하나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집주인은 정말 대박이었다. 뭐 암튼 그렇게 폴2네서 기타모임 뒷풀이를 즐겁게 하고 놀았고 우린 2차로 우리집으로 향했다. 역시 빠지지 않는 우리집. 


 우리집에 와서 또 가볍게 한잔하다가, 오늘 킹스파크 다녀온 얘기를 했고, 제니누나가 내일 김밥을 싸서 소풍가자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또 약속이 잡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부터 가슴이 떨려왔다. 이유는 바로 그녀가 호주에 오기 때문이었다. 

 영어권 나라는 가고 싶지도 않고 더군다나 그 곳에 가서 일을 하기는 더더욱 싫다고 강력히 말해 나를 혼자 호주를 보냈던 그 여자가, 결국 또 나를 찾아 오는 것이었다. 


 권은 밤 10시에 도착이었다.


 아침부터 참으로 그 떨리는 마음이 계속 되었다.


 일단 오늘은 빅팍3자매와 신과 김밥을 싸서 놀러를 가기로 해서 아침에 다 함께 시티에 가서 장을 봤다. 물론 어제 우리집에서 마지막에 술을 먹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우리집에서 잤다. 시티에서 김밥재료를 사고 빅팍으로 향했다. 그렇게 빅팍3자매의 집에 처음 갔는데 집은 생각보다 좋았는데 MJ,SR자매의 방이 완전 좁았다. 그 집은 제니누나의 사촌남동생 커플이 렌트한 집이고 MJ,SR은 제니누나를 그 집에 들어가면서 만나서 절친이 됬는데 절친이 된 제니누나 때문에 이 집이 싫어도 싫다고 말하기 좀 그런 껄끄러운 면이있었는데 가격에 비해 너무 좁은 방때문에 또 공장지대 구직을 위해, 또 그랜다로우 멤버 때문에라도 곧 그랜다로우로 옮기겠다고 생각을 먹은 상태였다. 



 일단 제니누나와 MJ,SR자매(둘은 친자매) 이 빅팍 3자매가 깁밥재료들을 다듬고 준비하고나서 본격적으로 김밥을 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김밥도 김밥이지만 정말 오늘내로 피크닉을 갈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오래걸렸다. 정말 김밥 마는것도 일. 어쨌든 제니누나가 워낙 요리를 잘하는 덕택에 완전 맛있는 김밥을 먹을수 있었고 또 손이 큰 덕에 엄청나게 많은 김밥을 만들었는데 만들면서 엄청 집어 먹어서 우스개소리로 이거 김밥 싸가지고 가서 또 먹을수 있을란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김밥을 다 싸니 어느새 오후가 저물었고, 김밥을 싸들고 우린 신의 차를 타고 킹스파크로 향했다. 어제 낮에 와본 킹스파크의 느낌과는 또 다른 밤의 킹스파크, 느낌이 달랐다. 일단 우린 김밥부터 서둘러 먹기로 하고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는데 밤이 되니 모기떼가 어찌나 많이 달라붙던지 장난이 아니었다.






 배불러서 못먹겠다던 김밥은 막상 도시락 뚜껑을 여니 순식간에 다 먹어 없애치우는 우리들. 모기떼에 물려서, 또 해가 완전히 저버려서 더이상의 피크닉은 즐기지 못했지만 정말 즐거웠고 또 밤에 킹스파크에서 바라보는 퍼스의 야경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 몇시간이면 만나게 될 권때문에 더욱 아름다워보였던 그 야경이었다. 


 야경 사진도 찍고 놀면서 우리는 다시 신의 차를 타고 빅팍으로 향했다. 빅팍에서 공항 갈 시간까지 잠시 맥주한잔에 빅팍3자매가 꼬불쳐둔 소주 한잔까지 하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이제 권을 마중나가러 신과 함께 자리를 떴다. 빅팍에서는 한번도 공항을 가본적이 없다는 신을 옆에서 지도책을 펴들고 인간네비를 하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길, 맨처음 퍼스에 도착한 그 날이 떠올랐다. 


 정말 불빛도 없고, 이 곳이 정말 호주가 맞나, 흡사 어느 개발이 될 된 나라의 밤 풍경같은 모습에 낯설던 그 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제 그 길을 권을 마중을 나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공항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arrive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기다리길 30분을 넘어 1시간이나 됐을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권이 홍콩에서 비행기를 놓친건 아닐까. 아니면 입국심사에서 막힌걸까 불안해졌다. 


 분명 권이 타고온 비행기는 도착이 떴건만 권은 나올 생각을 안한다 간간히 이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자동문이 열려서 저 안쪽이 살며시 보이는데 그 순간이었다. 한 여자가 스쳐지나가는데 권이 분명했는데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 꼭 일본여자 같은 느낌. 게다가 너무나 여유로워보이는 움직임. 짐을 실은 카트를 밀고가는 폼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하지만 분명 권. 그리고 시간이 또 한참이 흘렀다. 그리고 자동문이 열리고 나오는 한 여자. 아까 본 여자가 권이 맞았다. 정말 너무 반가워. 가서 끌어 안고 한참을 포옹했다.






 그리고 나서 시작 되는 장난, 신이 영어로 씨부려되면서 대만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거기다 그 때부터 펼쳐지는 신의 실감나는 연기, 권의 짐을 들어준다고 들다가 무겁다는 느낌으로 영어로 욕을 막해대니까 권이 쫀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권과 나는 그동안 못한 얘기를 나누고 가끔씩 신이 영어로 질문을 하면 권은 완전 쫄아서 대답도 못하고 신이 못알아듣는줄 알고 창피한 얘기를 하고, 난 그런 신을 보면 가까스로 웃음을 참는 신의 모습에 나 역시 또 웃음을 참고. 운전을 하고 가면서 신의 " 한국말 알아요, 김치 "는 완전 압권.


 그렇게 서울시내와는 완전 딴판의 어두컴컴한 시티를 지나 한참을 달려 그랜다로우에 도착했다. 호주 첫느낌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직 어리둥절한지 생각이랑 많이 다르다고 말하는 권. 그랜다로우에 도착해 짐을 들고 우리 유닛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권을 환영한다고 사람들이 거실에 모여있었는데 권의 모습을 보고 몇명은 생각보다 이쁘다는 듯이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드디어 권이 호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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