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66. 호주 법정의 중심에서 유죄를 외치다!

나이트엔데이 2011. 2. 17. 09:00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65. 호주 법정의 중심에서 유죄를 외치다!
 
 이 이야기는 2010년 중순에 일입니다.  ㅠ,ㅠ

 음주운전 적발 당하고, 경찰서에 끌려갔다온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고,
 법원 명령서를 받고 언 한달. 법원에 갈 날이 다가왔다.
 무려 하루 Day off를 내고 법원에 갈 날짜만 기다려왔다. 두근두근

 한국 법원에 가도 어리버리 깔 판에 이런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법원에 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머리속에 짜증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블로깅 본능. " 아 조낸 다이내믹한거 하나 건졌네 " 하는 생각도 교차했다. 이 와중에 이러고 있다. 어쨌든 걱정 되는건 말했듯이 법원이란게 말이 통해도 좆같은데, 이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 까 눈앞이 깜깜. 

 일단 법원에 가는 날이 드디어 밝았다.

 미리 데이오프까지 낸 터라, 일단 아침에 일어나 씻고, 간만에 옷 좀 차려입었다.  법원 갈 때는 좀 그렇게 해줘야 함.
 시티로 차를 몰고 나가서 CPP에다 주차를 시켰다. 그리고 법원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긴장 좀 됐다.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고로 일단 법원 명령서 들고 리셉션으로 향했다. 
 " 나 어디로 가야 되니? " 묻자

 친절하게 몇층, 몇호로 향하라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제 금속탐지기 및 검문 하는 곳을 지나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가 판결을 받을 방으로 향했다.  처음 오는 호주 법원, 법원안에 무수히 많은 경찰들이 오가고 있었고, 깔끔한 복도와 굳게 닫힌 문들. 재판장(?!)이라고 해야녿하나 무수히 많은 그런 재판장들이 있었다. 어쨌든 내가 판결을 받게 될 방 앞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에 유리창이 나있어서 안쪽을 살펴볼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딱딱한 느낌은 없었다. 회의장 같은 느낌. 그래도 판사석은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해있지만, 티비나 영화에서 보던 느낌이랑 틀렸다. 호주라 또 다를 수도 있었던 것. 어쨌든 복도 한켠에 소파들이 있어서 그 곳에 앉았다.  여자 두명이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놀고 있었고,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음주운전 때문에 온거 같은데 뭐 분위기가 완전 가벼운 것이. 이게 양키의 여윤가 싶었다. 어쨌든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 되는 동안 할일 없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아침에 나올 때 카메라를 가져나갈까 하다가 안가져왔는데 후회... 뭐 그래도 곳곳에 사진찍지 말라고 조낸 무섭게 적어놔서 몰래 몰래 찍었을꺼 같은데 어쨌든 돌아다니다가 다시 그 소파로 오니 사람들이 꽤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간이 되자. 경찰 한명이 오더니 문을 열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열쇠로 열었다.  그리고 경찰이 안에 들어가 책상에 앉더니 서류를 꺼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지어 그 앞에 선다. 오늘 재판 받아야 될 사람 리스트인듯 했다. 참석 여부 확인 차원인듯.  다른 사람 하는 것처럼 기다렸다가 내 이름 얘기하니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체크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 너 유죄니 무죄니? "
 " 유죄 " 
 이러니까. 쓱 체크한다.  미리 유죄 인지 무죄인지 어떻게 주장할 것인지를 체크해놓는듯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체크를 끝내고 입구 가까이 끝쪽에 있는 대기의자에 주르르르르륵 다들 앉았다. 역시 양키들이라 조낸 여유있게 지네끼리 조낸 얘기하는데 대충 들은걸로는 뭐 그런 얘기들. 어디서 어떻게 걸렸네. 시시콜콜한 잡담들. 

 그리고 좀 있다보니 아주 중후하게 생긴 아저씨 한명이 들어와 앞쪽에 앉는다.  수염 기른 모습하고 중후한 체격이 진 뭔가 판사 포스. 
 저 사람이 판산가... 

 근데 사람들 분위기 여전히 개판. 조낸 시장바닥 마냥 완전 씨끄럽고, 그 들어온 판사포스 아저씨랑 조낸 노가리 깐다. 그걸 보면서 다시 한번. " 아.. 양키 새끼들 진짜 좀 짱인듯 "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수트를 잘 차려입은 이들이 들어오고, 경찰들도 들어온다. 그리고 자리 잡아서 앉아서 재판 준비를 시작한다. 이제 조용해질까 싶었지만 이제 경찰들이랑도 같이 노가리 깐다. 진짜 그냥 노가리가 아니라 깔깔 웃고 아주 난리. 정말 프리한 분위기. 

 호주 법원의 분위기가 그랬다.

 도대체 재판은 언제 시작하는겨 하면서 지루해 하고 있을 때 였다.

 맨 앞쪽에 높게 자리한 판사석 뒤쪽의 문으로 검은색 판사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아....진짜 판사 포스.  

 아까 그 판사 포스 났던 아저씨는 진짜 판사 할아버지에 비하면 개뿔...-_-;  아까 그 아저씨는 서기였어!!!!
 어쨌든 재판관 3명이 들어와 높디 높은 재판관 석에 착석. 그들이 들어오자. 다들 기립. 

 개판인 분위기 한번에 정리.

 긴장 되기 시작했다. 아....씨바......

 이거 뭐 재판을 영어로 받게 생겼으니 죽을 지경. 머리가 하얗게 -_-;;;;뭐라고 얘기해야되지 못알아먹으면 어쩌지 걱정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다 음주운전 적발 된 사람들 같은데 이렇게 한꺼번에 재판을 받는 모습이 좀 색달랐다. 
 그리고 이 와중에 지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역시나 있었다. 전세계 어디가도 이런 건 ㅎㅎㅎ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똑같다.  그리고 이제 재판 시작하나 싶어서 긴장 완전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조낸 잘 차려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오는 폼이 이건 또 뭐....완전 변호사 포스. 

 분명 지각생인데도 조낸 당당하게 참석여부 체크하는 경찰한테 가서 얘기하고 갑자기 앞쪽으로 휙 간다. 진짜 변호사. 뭔데 씨바.. 변호사 보내면 저래도 되는건가 싶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다들 뒤쪽 대기의자에 있는데 변호사가 변호인 석에 선다. 

 그림을 그리기도 그렇고  -_- 그려볼까... 귀차니즘에 텍스트로 한번 해결해 보겠다.  일단 재판장안에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재판관 들어오는 문 --------------------------------
 LCD 모니터 대각선벽쪽에 붙어있음                                 LCD모니터 벽에 붙어있음

                                                 재판관 3명 앉아있을 수 있는 재판관 석
                                                                   ( 존나 높음 )


                                                 서기 앉아있음. 컴퓨터,프린터 있음


     
                                                                                                           경찰,검찰 석



                                                                               변호 or 피의자 석



                                   참석 체크 하는 경찰 앉아 있음

  

 입구 문 ------------대기의자 쭉 ----몇줄 있음 -----------
             --------------------------------------------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이건 대기의자 -------------


 느낌 옴?

 어쨌든 그 뒤늦게 온 변호사 양반이 변호인 석에 서자, 경찰이 일어나 사건 개요를 읇는다.
 몇월 몇일 몇시에 어디에서 무슨 차를 타고 있던 누구 적발, 혈중 알콜 농도 몇프로 
 블라블라블라. 신기하게 조낸 잘 들린다. 사실 뭐 어려운거 없었으니까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판사가 변호사한테 변호를 하라고 얘기하자.
 변호사 존나 신나게 썰 푼다.

 혈중 알콜 농도 0.1프로가 넘었다. 난 0.09였음. 

 뭐 어쨌든 변호사 신나게 얘기하자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이러면 만화고....ㅋㅋㅋㅋㅋㅋ


 벌금 얼마~ ( 그때 들었는데 지금 기억도 안남 오래된 일이라) 그리고 면허정지 1달. 

 음 혈중 알콜 농도 0.1 넘고 저정도면 괜찮네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 생각.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고 볼 일 )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 돈 있으면 저렇게 변호사 써서 법정에 굳이 안나와도 되고, 대박... 진짜 저 변호사 양반 빼고 이 안에 모든 사람들이 저거 보다 다 많이 받음. 아 씨발 이래서 돈을 벌고 볼 일이다.  아오 빡쳐.

  변호사는 판사한테 존나 땡큐 ( 좀 정중하게 얘기했지만..) 날리고 곧바로 판결이 끝나자마자 훅 나가버렸다.

 이제 부터 변호사 쓸 돈 도 없는 인생떨거지들 판결 시작. 아오 빡침-_-;

 다행이도 내가 처음은 아니었다. 

 한명, 두명 재판받는 모습을 보니 패턴이 드러났다.

 강약 중간 약 덩기덕 쿵더더더러 덩기덕 쿵덕.

 호주 재판! 너의 패턴은 나에게 모두 읽혀졌다.

 패턴이 일정했다.

 경찰이 사람 이름을 호명 하면 앞으로 나가 변호인 앞에 선다. 그리고 물으면 이름을 대답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 경찰이 사건 개요를 쭉 읇는다.

 

 몇월 몇일 몇시에 어디에서 무슨 차를 타고 있던 누구 적발, 혈중 알콜 농도 몇프로 

 블라블라블라. 

 그러면 판사가 묻는다. 
 Guilty or Not Guilty ?

 그러면 이제 그 때 그 때 얘기하면 된다. 거의 대부분 Guilty 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판사가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한다.  존나게 다들 변명하는데 뭐 말하는 것과 상관없이 판결은 대체적으로 일정하다.
 
 할 말 다 하면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0.1프로 넘으면 대략 6개월 이상 정지. (그 때 그 때 조금씩 달랐지만 1프로 넘으면 대체적으로 6개월 )
 0.1프로 미만으론 3개월 정지.

 역시 아까 그 변호사 쓴 새끼가 대박이다. 

 암튼 이런식의 패턴. 대략 10명정도 쭉 재판을 지켜보니 쫄것도 없었다. 별것도 없어. ㅋㅋㅋ

 이렇게 지루하고 심심한 재판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 흑인 아저씨가 불려 나갔다.
 
 사건 개요를 읇는데, 이 아저씨 택시기사. 하하하하 대박. 혈중알콜농도 0.1프로 넘음.

 판사가 묻는다 " 유죄, 무죄? "
 

 이 아저씨 존내 큰 목소리로  "I'm Not Guilty " 드립.

아 뭔가 너무 당당해 이 아저씨!!



 아 진짜 존내 웃긴거 참느라 죽었다.  변호하는건 도저히 아프리카 발음이라 잘 못알아 듣겠어 패스...
 이유가 조낸 궁금할 따름.

 어쨌든 당당하게 무죄를 외쳤지만, 똑같이 6개월 정지.. 아 진짜 존나 배땄다. 이 아저씨 진짜 암낫길티 얘기하는 톤하고 제스쳐가 진짜 대박 

 그리고 이제 곧 내 이름이 불리웠다. " 켱무 뤼~ " 라고 내 이름을 한껏 꼬아서 불러준다.
 앞으로 나갔다. 나만 아시안이야 ㅠ,ㅠ 썅


 앞으로 나가자. 경찰이 사건 개요를 읇는다. 아...
 그러지마 자꾸 그날 일이 떠오른다.

 경찰이 사건 개요를 읇는데 당일 날 기억이 마구 떠오른다. 아 다른놈들도 이랬겠지
 
그리고 개요가 끝나자 판사가 묻는다.

길티 오어 낫길티?

뭐 어쩌겠어...한건 한거지.. "Guilty" 라고 얘기하자.

판사가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한다.



 (죄..죄송합니다. 술이 너무 좋았어요 ㅠ,ㅠ )라고 했으면 구속됬을지도. ㅎㅎㅎ 

 판사의 말에 곧바로 말하는데 진짜 조낸 놀랍게도 갑자기 영어가 미친듯이 술술.

" 나는 지금 집에서 약 30분거리의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지금 한국사람 4명을 픽업해주고 있다. 내가 만약에 운전을 못하게 되면 한국 사람 4명이 출근하기 힘들어진다.  면허정지 처분을 최대한 줄여달라 "

라고 진짜 조낸 술술술술. 

얘기를 끝내자,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그러면 뭐하나..

면허정지 3개월, 벌금 500불.




 ㅠ,ㅠ 씨파..

그렇게 재판이 끝나고 다른이들 재판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끝나고 나갈때 한명씩 호명해서 서류를 줬는데 판결 내용과 벌금 고지서였다.

듣던대로 벌금이 약한편이라 다행. 안전벨트 걸리면 800불인데. 호주는 참 음주운전에 관대하다.
암튼. 그렇게 나의 첫 재판이 끝나고 이건 뭐 한국에서도 안해본거를 호주에서 평생 처음 해본다. 

밖으로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재판을 같이 받았던 몇몇이들이 모두 같은 쪽으로 향해걷는다.  어떤놈이 나한테 넌 몇개월 받았니? 벌금은 얼마니? 물어보면서 말을 건다. 

 근데 이 놈 나보다 알콜농도도 적은데 벌금이 두배이상.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 이번에 두번째라고. 

 참 웃긴게 재판장에 있던 모든이들이 다 면허정지 받았는데 ㅋㅋㅋ 다 주차장으로 향한다. ㅎㅎㅎㅎㅎ
 
 인생 뭐 있나.

 일도 이것 때문에 하루 쉬었겠다. 시티도 나왔겠다. 
 
한국인 마트에서 장 좀 보고 집에 운전해서 갔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재판은 끝이 났다.

  말한데로 3개월 정지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니면 출근을 할 수 없는 고로, 3개월간 열심히 운전해서 다녔는데 경찰 볼 때 마다 어찌나 가슴조리던지 정말 죄짓고는 살 수가 없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음주운전은 다시는 안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걸린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차가지고 나가면 술 절대 안마시고,  술 마실꺼면 절대 차를 안가져감.

 500불과 음주운전 3개월 정지로 음주운전 예방 접종 맞았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의 첫 재판 경험 얘기를 끝마친다. 여러분들은 절대 음주운전 하지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