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46. 퍼스, 비열한 거리
나이트엔데이
2010. 2. 15. 09:56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제니누나네 집에 머물며 정말 신세를 진다는 생각에 돈을 너무나 많이 썼다. 그냥 백팩에 들어가거나 다른 집에 들어갔으면 더 나았을꺼란 생각이 들 정도, 뭐 하지만 잠깐 머무는거고 또 이렇게 함께 즐겁게 어울릴수 있음이 좋았다. 하지만 정말 지출은 너무나 심하게 나갔다. 안그래도 북쪽에서 일을 둘다 그만두고 여행을 하면서 돈 꽤나 썼던 상황이라 더욱 부담감이 압박해오고 있었다. 그러던중 마침 호주 멜번에 있다가 잠시 한국으로 돌아간 사촌동생이 소포를 보내줬는데 역시 호주 생활을 한 사람이라 소포의 질이 레벨이 달랐다. 소주도 쪼그만 병으로 두병이 아니라 댓거리로 2병에 팩소주까지 10개정도, 담배며 아주 정말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으니 시원하게 소포를 보내줬다. 정말 소주 한병만으로 소포비의 가치를 했던 소포였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면 호주로 소포보낼때 소주 댓거리, 담배 한보루면 소포비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 한국가격과 호주에서의 구입가격 차이가 소주한병,담배한보루로 인해 약 1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대략 15만원가까이 하지 않을까 싶다. 말그대로 사촌동생이 보내준 소포는 정말 (내 돈들이는건 아니었지만) 소포비 정도는 가볍게 제낄정도로 아주 알찬 소포였다.
어쨌든 또 그런 소포를 받은 덕택에 괜시리 또 신세지는 제니누나에게 팩소주도 다 풀고, 소주 댓거리도 한병 풀었다. 소주 댓거리 한병 푼 날은, 밤에 피곤해서 난 거실바닥에 누워있는데 제니누나가 소주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며 냉장고에 넣어둔 남은 댓거리를 꺼내 혼자 다 마셨다. 개인적으로 별로 저런거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신세지는 제니누나니까 하고 넘겼다. 이렇게 이 집에 머물며 괜히 미안한 마음에 집에 같이 사는 쉐어생들 중에 또 나와 동갑내기 친구 두명이 있어서 소주를 많이 대접했는데 제니누나가 싫어하는 JD는 항상 소주를 권유해도 정중하게 사양했는데 다른 동갑내기녀석인 KD는 넙죽넙죽 잘 얻어마셨다. 아무래도 신세지는 입장이다 보니 괜시리 그 집 사람들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다.
특히 제니누나에게는 개인기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무래도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갑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 장보러 가자 " , " 쇼핑센터 어디 새로 생겼다는데 거기 좀 가자 " 등등으로 제니누나를 차로 여기저기 데려다 줬는데 솔직히 좀 유별난 면이 있었으나 집에서 머물게 해주는 편의를 봐주는 제니누나에게 싫다는 내색도 못하고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있었다.
"난 여기 호주 쌀 못먹겠더라, 한국마트가서 한국 쌀 사먹어야돼 서울마트 좀 가자 "
라고 하면 난 귀찮아서 잘 가지도 않는 한국마트까지 차로 데려다 줘서 쌀을 샀고.
" 난 여기 호주 정육상태 맘에 안들어 한국인이 하는 클로버 정육점에 좀 가자 "
라고 하면 또 십여분을 달려 그 멀리있는 클로버 정육점에 갔고 (생전 첨 가봄..)
" 무야 XX에 한인마트 새로 생겼다는데 한번 가자. 차로 15분 밖에 안해 금방 갈꺼야 "
기타 등등 정말 나중에는 좀 짜증날 정도로 개인기사 부리듯이 부려먹었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할 수 없는 나였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박싱데이도 지나고 제니누나가 바다 놀러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잠시 시티비치로 여럿들과 놀러도 갔다오고 나서였다. (시티 비치 놀러간거 포스팅 할까 말까 고민중 어쨌든 시간의 흐름상으로는 박싱데이 다음날이었습니다. 12월 27일 )
이쯤 해서 두개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의 사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때 당연히 술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또 본의 아니게 내가 술을 몇백불어치를 샀다. 하이네켄 두박스에 양주까지, 게다가 또 크리스마스 분위기 낸다고 울월스(대형마트)에서 칠면조 제일 큰 걸 사다가 집에서 요리를 했다. 그리고 밤에 술을 먹기 시작할 때 쯤이었다. 원래 먹기로 한 멤버에서 제니누나나 그 집 쉐어생들인 JD,KD등이 잘 아는 동생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한 집에서 두 팀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졌으나 이내 약간 합쳐지는 분위기 그래도 한쪽에서는 거실 식탁에서 우리가 파티하고 마당쪽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에 맥주 파티를 하는 다른 손님들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르익었고 다들 배도 부르고 해서 칠면조는 못먹겠을껏 같은 거였다. 그래서 그냥 킵해뒀다 내일 먹을까 했는데 술이 좀 취한 제니누나가 " 무야 나 칠면조 먹고 싶어 " 라면서 또 무슨 종부리듯이 말하는거다. 그렇게 모두가 배부른 상태에서 칠면조가 나왔다. 그래도 뭐 사람이 많으니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칠면조를 먹으려는데 진짜 기가 좀 막힌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닭같은거는 다리에 뭔가 상징성 아닌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데 (개인적으로는 날개부위를 좋아하지만) 거대한 칠면조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는데 그냥 와서 좀 먹으라고 해서 와서 앉은 KD녀석이 제일 먼저 정말 갑자기 칠면조 다리를 한개 쭉 찢어서 지 앞접시에 놓는거다.
아 이새끼 진짜 염치 없구나. 생각했다.
난 그걸 보고 애플 좀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 권, 칠면조 다리 하나 뜯어 " 라고 말을 했는데 갑자기 KD녀석이 다른 또 다리를 쭉 잡아 뜯더니 지 여자친구에게 주는거다.
" AR야 이거 먹어 "
진짜 조낸 벙쪘다. 정말 넉살이 좋은건지 양심이 없는건지,
순식간에 거대한 칠면조 다리 2짝이 다 없어지고, 더군다나 KD는 마치 자기가 칠면조를 쏘는거마냥 놀러온 다른 팀들(우리 말고 KD손님들)에게 칠면조살을 쫙쫙 찢어주며 " 야 니네들 많이 먹어 " 이 지랄... 아 진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 남의 껄로 생색내는 새끼.
솔직히 애플이나 나나 다리를 별로 좋아하거나 집착하는것도 아닌데 그 모습에 괜시리 맘이 상했다. 그렇게 좀 기분이 상황에서 술을 계속 됐고, 슬슬 파티분위기가 파하는 쯤 해서 또 놀러온 손님들의 아는 사람들이 또 집에 왔다. 말그대로 놀러온 손님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 격. 정작 원래 파티를 했던 우리들은 다들 피곤하고 술이 돼서 파티 종료가 된 상황에서 완전 모르는 사람들의 파티가 그 곳에서 시작된것이다. 우리 파티멤버는 모두 피곤해서 방이며 쇼파등으로 흩어지고 거의 마지막까지 있던 나역시도 거실바닥에 쓰러졌다. 이때 남긴 술만 해도 새 와인2병,박스도 뜯지 않은 하이네켄한박스, 양주등이 있었다.
난 피곤해서 잠을 이루려고 했으나 씨끄러워서 잠도 못자고 있는 상태. KD때문에 놀러온 경상도 사투리 쓰는 좆병신 같은놈이 그 일행에 어떤 남자에가 불러서 온 어떤 여자들 꼬시려고 계속 수작떠는데 웃기지도 않는 농담으로 여자애들의 반응은 냉담한데 혼자 계속 씨끄럽게 조낸 신경 거슬린 상황, 그러던중에 KD새끼가 나에게 오더니 정말 기가 막힌 한마디를 한다.
" 무야 자냐? 피곤해? 우리 소주한잔 해야지 "
아 진짜 그 순간 진짜 농담아니고 일어나서 한대 때릴뻔했다.
씨발 누가 보면 소주 한병이라도 사와서 한잔하자고 하는줄 알겠네. 이 씹쌔끼가 내가 한국에서 소포로 받은 그 댓거리들중에 남은 한병을 거실 싱크대 위에 올려놓은걸 보고 먹고 싶은거 였다.
정말 벌떡일어날걸 참고 참았다.
그리고 그냥 " 야 나 피곤하니까 냅둬. " 이러고 잠을 계속 청했는데 이 새끼가 소주가 존나 먹고 싶었는지
" 야 그러지 말고 일어나, 소주 한잔 하자. 이럴때 한잔 해야지 " 이지랄을 하는거다. 개새끼가 이게 소주 좀 쳐먹여놨더니 맛을 들였는지 사람을 호구로 봤는지 계속 저지랄. 하지만 이 집에서 신세지는 내 처지도 있고 정말 끝까지 참았다. 그리고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난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술 쳐먹은걸 하나도 안치우고 간밤에 그냥 간듯, 거실과 부엌(집 사진 보셨으니 알겠지만 그냥 연결되있음)이 난장판, 게다가 가관은 우리 술(특히 하이네켄이나 양주는 내가 샀으니..)들이 다 까고 없는거다. 분명 뜯지도 않은 새 박스였던 하이네켄 박스는 뜯어져 모두 마셔버렸고, 역시 뜯지도 않은 와인들 마저도. 정말 기가 막혔다. 정말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가 아파오면서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아니 진짜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그렇지 정말 나이 어린여자애랑 사귀어서 같이 어려저셔 그런가 진짜 개념드럽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우리가 원래 같이 오늘 술 먹기로 하고 술을 먹은 것도 아니고 따로 따로 먹고 있었는데 도대체 저 술을 어떻게 깔 생각을 했는지 정말 그 뻔뻔함에 할말을 잃었다.
이건 뭐. 완전히 개 황당한 순간이었다.
담배를 한대피며, 아무래도 KD.. (아 씨발..이니셜 쓰기도 짜증. 그냥 본명 쓰겠음 어차피 사진 안올릴테니) 경덕이 새끼한테 다른건 몰라도 하이네켄 한박스 값은 받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 순간부터 아주 정내미가 떨어졌는데 그 와중에 부시시하게 일어나 방에서 나오는 제니누나는 거실 풍경을 보고 또 내 얘기를 듣고 조금 화가 난듯했다. 제니누나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주인도 없는집에 쉐어생들의 친구가 놀러와 또 그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불러서 말그대로 그 집 사는 사람도 아닌 손님의 손님들이 파티를 벌이고 술까지 먹고 간 상황에 짜증이 난 듯 했다. (물론 경덕이와 그 어린 여자친구는 함께 있었지만)
어쨌든 제니누나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담배한대를 피고 어제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어딘가로 나갔다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30불을 건네주며 어제 걔네가 맘대로 먹은 술값을 받아왔다며 주는데 맥주 한박스 값도 안되는 이 돈으로 기분이 풀릴리 만무. 어쨌든 30불이라도 건졌지만 기분은 나도 이미 상할때로 상한 상태였다. 정말 이때부터 경덕이 녀석을 보는데 정말 얌체같이 느껴지고 짜증났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큰 친밀감이 없었고 내가 퍼스로 다시 돌아와 이 집에 잠시 머물며 알게 된 사이라 그런지 그래도 그냥저냥 흘러가졌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작다. 그래도 짜증나는건 짜증나는거지마.
정말 오랜만에 퍼스에 와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며 얌체같이 행동하는 이들을 만나고 나니 갑자기 북쪽 카나본에서 만난 그 수많은 좋은이들이 떠올랐다. 정말 어떤 계산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그냥 잘해주고 위해주었던 그 때가 마구 그리워졌다.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정말 애새끼들이 어찌나 계산적이고 얌체같은지 정말 정내미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도 끝나고, 시티비치도 놀러 갔다오고 했을 때 쯤이었다.
제니누나가 놀러가자고 한 에스페란스 계획은 언제 갈지도 모르는 기약 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게 12월 31일에 가느냐 1월 1일에 가느냐 뭐 그런 얘기가 오갈 때 쯤이었다. 제니누나가 갑자기 애플과 날 불렀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 너네 이제 여기 좀 머물렀으니 아무래도 방값을 내야할거 같은데, 거실쉐어니까 90불 정도 생각하는데 어때? "
라고 말하는거다.
저기요,,,제가 잘못들은건가요?
ㅎㅎㅎㅎㅎㅎ
90불..
여기서 90불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안가는 분들에게 잠깐 몇가지 얘기를 해드리겠다.
보통 집을 렌트하면 렌트비를 빼기 위해서 쉐어생들을 들이는데 예를 들어 보통 방3개 이층집, 그리고 1존(시티에서의 거리)의 집이 대략 1주에 400불 가량 한다. 주인이 커플이든 싱글이든 방하나를 쓴다고 하면 나머지 방두개를 더블룸으로 돌려서 (싱글룸 크기라도 돈을 메꾸기 위해서) 100~110, 방이 정말 크면 120정도를 받는다. 그러면 4명에게서 주에 뽑는돈이 최소 400-440 가량 이게 한달정도면 렌트비는 기본적으로 빠지고 추가로 조금 더 들어오는 돈으로 전기세며,물값이며,인터넷 비를 내게 된다. 어차피 퍼스에서 물값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을 정도로 싸고, 전기세도 한국에 비해선 싸기 때문에 말그대로 사람들이 렌트를 하는 이유는 자기는 공짜로 살거나, 혹은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수고를 감수 하는 것이다.
시티에서 정말 엄청나게 좋은 집에 일명 마스터룸 (화장실 딸린 방) 정도가 되면 150불, 그냥 일반 더블룸은 130불 정도다. 그리고 1존 정도로 가면 이제 방값은 대략 100-110불 정도가 된다. 싼 집은 90불 정도까지 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집 렌트비를 빼고도 오히려 남는다. 정말 싸게 받는 집 같은 경우가 주인이 방값을 아주 조금 부담하는 정도. 말그대로 돈이 안되면 굳이 렌트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런 가운데 조금 더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이 돌리는 것이 이른바 거실쉐어다. 거실에도 사람을 들여서 적은 금액을 받고 돌리는데 추가돈을 더 벌고 싶은 렌트주인과 적은 금액으로 살고 싶은 이들과의 서로의 목적이 맞아 벌어지는 일이다.
시티에서 거실쉐어 비용이 대략 70불이다.
1존에 좀 싼 방 값이 90불이다.
이쯤 되면 위의 90불의 의미를 알겠는가.
시티에서 모르는 사람 집에서 살아도 70불.
아는 누나네 1존 집 거실 쉐어 ( 그것도 처음부터 얼마나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 90불.
제니누나 입에서 90불 얘기를 하는데 정말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농담아니고 정말 머리속이 멍해지면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왔다.
옆에서 애플이 " 언니 안그래도 저희가 돈 드릴려고 했어요 " 라고 말하는데
속으로 '야 씨발 그것도 우리가 정말 넉넉하게 좀 줘야지 하고 생각했던게 70불인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난 진짜 이 순간부터 제니누나와 말을 섞기도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씨발 이 누나가 나한테 장사할 생각이구나 하는 생각밖엔 안들었다.
퍼스로 돌아와 술 마시면서 " 이 누나 옛날에 맨날 내방에서 재워줬는데 이제 렌트돌리네 많이 컸어 제니누나 " 이럴때마다 " 알지 고마웠지 " 라며 얘기했던 누나였는데...
솔직히 기대가 없었다면 이렇게 큰 실망감도 없었겠지만 기대가 컸다.
우리가 북쪽에서 퍼스로 향하면서 나눈 대화에서는 제니누나가 옛날 생각해서 돈을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을꺼지만 그래도 그냥 우리가 알아서 어느정도 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돈도 섭섭치 않게 70불 정도를 생각했는데 돈 얘기를 꺼낸 누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90불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그랜다로우에 살때 내 방을 내주고 차가운 거실바닥에서 잤던 수 많은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더군다나 이 집은 누나가 렌트한 집이 아니라 사촌동생부부가 잠시 한국으로 떠난 사이 누나가 그냥 단지 관리자 차원에서 머무는 상황. 말그대로 돈을 받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상황아닌가. 갑자기 정말 속이 비비꼬이며 짜증이 엄청나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누나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추가수입인 상황이었다. 그것도 정말 말도 안되는 90불. 진짜 벙쪘다. 이렇게 돈을 쳐 받을꺼면서 그렇게 개인기사처럼 부려먹은건가, 그렇게 소주를 받아쳐먹은건가. 이내 별의 별 못된 생각이 다 들었다. 이내 ' 에이 씨발 드럽네 줘버리고 말아 '라는 생각이 들며 이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플과 따로 대화 도중. 애플 역시 90불이란 돈 액수를 듣고 황당했다는거다. 내가 좀 깎던가 하자 라고 말하자. 역시 남한테 싫은소리 듣는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애플은 날 보고 " 뭘 깎어 90불 달라는데 그냥 줘 " 라고 날 면박을 주고 만다. 정말 이런걸 볼 때면 다른여자들 처럼 여우짓을 못하고 곰처럼 구는 애플이 짜증이 났다. " 야 짜증나잖아 90불이 말이돼? " 라고 말해도 " 됐어 어차피 우리가 살았잖아 공짜로 살려고 했던것도 아닌데 왜 그래 " 라며 애플에게 쿠사리만 먹었다.
그렇게 내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한 채로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예정대로 제니누나가 노래를 부르는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너무나 가기 싫었지만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겠는가 어차피 가기로 한거 다만 목적지만 에스페란스에서 그나마 3-4시간이면 도착하는 퍼스의 남쪽, 와이너리가 많은 농장지대 마가릿리버로 바뀌었을 뿐. 사실 갈 인원이 많았는데 내 차 말고 신이 차도 움직이는데 아무래도 에스페란스는 너무 멀어 부담된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마가릿리버까지 차 두대로 다녀오는데 정말 운전하느라 신이와 난 개피곤에 쩔고. 차 제공해, 운전해. 하지만 총무를 보는 제니누나는 그런거에 대한 배려도 눈꼽만치 없이 정확하게 1/n로 회비를 나누는데 좀 얼굴이 굳었던 신이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돈 적게 들이고 지하고 싶은거 할려는 그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다들 가고 싶어서 간것도 아니고 정말 신이와 난 왜 갔나 싶었다. 내가 신이에게 " 나야 신세져서 그때 간다고 했으니까 가는건데 넌 갑자기 왜 가냐 " 라고 하자 신이는 그냥 싫은소리 하기 싫은게 다였다고 나중에 얘기했지만 "제니누나가 가고 싶어서 간거지" 라고 약간 투덜거릴뿐. 그런 신이를 보면서 내가 나쁜놈인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남한테 싫은소리 듣는것도 싫어하지만 남의 욕을 거의 안하는 애플마저도 나중에 " 마가릿리버 갔다왔을때 제니언니가 회비 1/N로 받을때 좀 기가 막혔어 " 라고 얘기하는걸 듣고 다행으로 생각했다. 애플이 남에 대해 안좋은 소리를 하면 정말 심한 것일 때만 싫은소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점점 정내미가 뚝뚝 떨어져가는 순간들이었다.
물론 좋게 생각할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뭐랄까 배신감이랄까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아는 사람이 90불.
그것도 그냥 아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그렇게 우리집에 많이 놀러와서 술 먹고 재워주고 집에서 쫒겨나다시피 할 정도로 했는데, 미안한 마음에 소주며 술값으로 이미 천불도 넘게 썼는데 정말 까놓고 얘기해서 씨발 그냥 백팩가거나 모르는 사람 집 단기쉐어나 거실쉐어가 더 싸게 먹히는건데 이건 괜히 눈치보고 미안해하고 돈쓰고 기사노릇하고 진짜 좆병신 같은 짓을 한 거였다.
애플은 "어차피 내려고 했던 돈 조금 더 냈다고 생각해, 비싸도 뭐 어떻게 달라는데로 줘" 라고 했지만 정말 점점 화가 치밀어올랐다. 아닌말로 깎아서 낼까 하는 처음의 생각은 나중에 "씨발 그냥 줘버리고 이제 마음의 짐을 털어놓는다고 생각해야지 " 로 변해갔다. 말그대로 이제부터는 돈벌이로 생각해주니 그냥 맘편하게 머물어주기로 했다. 아싸리 마음이 편한하기까지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조낸 속쓰리고 짜증나고 암튼 인간같지 않아 보였다.
내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한번 이런 일이 터지고 나면 그전에 맘에 걸렸던게 마치 무슨 식스센스 반전처럼 착착 맞아떨어져가는게 전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맨처음 이 집에 와서 " 와 집 좋다 이 집 얼마야? " 라고 하는데 " 비밀 " 이라고 하면서 안가르쳐줌.
ㅎㅎㅎ 날 쉐어생으로 보는거임?
리오가 이 집에 한번 날 보러 놀러온적이 있는데 역시 똑같이 " 와 집 좋다 이 집 얼마에요? " 라고 말하자 제니누나는 내쪽을 한번 쓱 보며 내 눈치 한번 보고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주에 1400불 " 이라고 거짓말... 1400불 같은 소리하고 있네.. 라고 당시에도 생각했으나 이젠 정말 짜증나게 생각된 행동. 호주와서 렌트 사정 뻔히 아는데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였다.
어쨌든 제니누나와 KD녀석 때문에 정말 완전히 정내미 떨어지는 순간.
우리가 이제 퍼스에 머물게 되서 쉐어하우스를 구해서 나가는데 하는 말.
" 진방이 우리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할까봐 괜히 다른데 가서 헛돈 쓰느니.. "
누가 들으면 미친,,ㅋㅋ 공짜로 들어와서 살라고 하는 줄 알겠네, 이제 돈 맛을 본거지.
그동안은 쉐어비 받으면 꼬박꼬박 원래 집주인인 잠시 한국에 머무는 사촌동생 계좌로 꼬박꼬박 보내던거 이렇게 해서 여윳돈 좀 번거 가지고 돈 쳐먹으니 돈 맛을 봐서 집으로 불러드리고. 암튼 이 사건을 계기로 정내미가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옛정도 있고 나 역시 그리 독한놈은 아니라 그냥 저냥 지내고 있던 어느날 한번은 또 주말에 술을 마시러 갔는데 좀 늦은 시간이라 내가 차를 타고 가서 술을 사가지고 왔는데 그건 애플,나, 진방이, 제니 누나 이렇게 4명이서 뿜빠이 하기로 했는데 뭐 갑자기 다른집 가서 술을 같이 마시기로 했는데 남자애들 온다고. 난 솔직히 당시에 좀 기분이 안좋아져서 맥주 가지고 다시 가겠다고 하자 극구 붙잡아서 그렇게 술을 먹고 그냥저냥 술값도 못받구 흘러간적이 있다.
그리고 이 때 이후 조금 시간이 흘러 (최근) 비슷하게 제니누나네 놀러 간적이 있다. 마침 신이가 그 집으로 놀러왔다는 애기를 들은터라 그냥 신이 보고, 술이나 한잔 하려고 갔는데 뭐 갑자기 또 남자4명이 놀러온다고 조낸 좋아하면서 난리. 워낙 남자에 환장하는 터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아무래도 나보단 애플이 만만했는지 애플에게 " 애플아, 너 집에 안가? " 라며 눈치를 주는데 정말 순간 입에서 쌍욕 나올 뻔 했다. 분명 우리가 술을 사가지고 와있었으면 또 좋다고 같이 마시자고 했을텐데, 안그래도 이때 잠깐 윌이 나한테 빌려간 외장하드 가져다 주로 여기로 와서 고맙다고 공장에서 가져온 피자 한판(파스타공장다님)을 줬는데 난 그걸 받아서 부엌에다가 놨는데 그거 쳐보고는 자기 주는 줄 알고 " 어머, 이게 왠 피자야~ "라며 방긋하는데 내가 퉁명스럽게 " 내꺼야, 내비둬 " 라고 말하자.
" 근데 왜 이게 여깄어? "
" 왜 거깄긴 거기다 나뒀으니까 거깄지 " 라고 서로 퉁명스럽게 대화를 했다. 어쨌든 애플도 기분이 엄청 상했는지 집에 가자고 보채서 둘이 밖으로 나왔는데 진짜 애지간해서 남욕 안하고 쿨한 애플이 정말 서러웠는지 제니누나 방에서 벌어진 얘기며, 아까의 그 상황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진짜 이때부터 입에서 제니누나한테 더이상 누나도 부르기 싫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이렇게 나는 제니누나에게 완전 정내미가 떨어졌다.
솔직히 90불 문제까지는 단지 섭섭하고 그냥 좀 씁쓸한 거였는데 이후에 숱한 사건들은 날 열받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이 상태까지 왔다.
그렇기 때문에 90불 얘기를 들은 이후에 마가릿리버 여행도 함께 갔었고, 자주 놀러가서 얼굴도 봤고, 술도 마셨고 했는데 최근(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완전히 남남 수준까지 되버렸다. 막상 이 글을 쓰다보니 괜시리 더욱 화가 나 조금 과격한 표현도 들어갔는데 어쨌든 제니누나 덕분에 카나본에 사람들이 더욱 빛나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본의 아니게 제니누나 특집이 되어버린 마당에 추가로 몇개의 일화를 더 얘기해보겠다.
한번의 사건은 자기 맘대로 록킹햄 사건인데, 퍼스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록킹햄이란 곳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약속 다 만들어놓고 갑자기 토요일에 " 야 내일 아침에 록킹햄 간다. 니 차에 나랑 XX랑, XX랑 타고 가 " 라고 말하는거다. 뭔 개소린가 싶었다. 난 간다는 얘기도 안했는데 자기 맘대로 그것도 내 차를 무슨 자기 개인기사 부리는 마냥 그렇게 약속을 다 잡아놓은것이다. 난 모른다고 월요일날 새벽에 출근인데 피곤해서 일요일날 죽어도 안간다고 거절을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정말 조낸 황당했다.
그리고 또하나,
이것도 록킹햄과 관련된건데, 어디로 놀러나 가자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서호주 최고의 휴양지라는 로트네스 아일랜드에 가자고 얘기를 하는데 다들 반응이 시원찮다. 그냥 록킹햄이나 가자고 얘기하는 사람들. 난 도대체 왜 그 좋다는 로트네스를 내비두고 저렇게 록킹햄을 갈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이내 알았다. 로트네스 아일랜드를 가려면 배를 타고 가야되는데 배값이 비싸니, 록킹햄이나 가자는거다. 말그대로 내가 차가 있으니까 그냥 대충 기름값이나 조금 쉐어해서 싸게 놀러를 가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 왜 도대체 로트니스를 냅두고 록킹햄을 가려고 그래? " 라고 물었을 때
조심스럽게 진방이가 " 로트네스는 배타고 가야되잖아요 비싸잖아요 " 라고 말하는데 진짜 순간 너무 짜증나서, 아러면 내가 록킹햄 가는거 오일쉐어 안하고 내가 차 쓰는 비용,운전하는 비용 한번 넣어서 돈 받아볼까 그래도 록킹햄 갈래? 라고 따지듯 묻자. 아무말을 안한다. 진짜 퍼스에 다시 오니 사람들이 너무 얌체처럼 느껴졌다. 정말 무슨 시골사람 서울사람처럼 카나본에서 느꼈던 따뜻함 정다움은 온데간데 없이 정말 계산적이었다.
또하나의 사건.
위의 사건 중에 내가 맥주를 얼렁뚱땅 사버린 그 날의 일이다. 다른 쉐어집에 사는 애플과 난 제니누나네 놀러를 갔다.
원래는 제니누나,나,애플,진방이 4명이서 술을 마시려고 했는데 근처에 사는 NH라는 애플과 동갑내기 여자애가 있는데 걔네 집에 가서 술을 마시게 됬고, 술 인원은 우리4명에 NH와 그집에 사는 20살짜리 여자애 미미, 또 NH가 아는 남자애들을 불렀다고 하는거다. 그렇게 NH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애 2명이 왔는데 이 중에 한명이 쭌이라는 녀석이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 호스트빠에서 일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녀석이었는데 어쨌든 이날 본 이후로 제니누나는 아주 쭌이 노래를 부르는거다. 대놓고 찝쩍이다가 나중에는 몇번만나면서 같이 놀았는지 언젠가 한번 누나네 놀러가니까 그간 쭌과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고 쭌이 얘기했던 걸 얘기하면서 마치 어린소녀마냥 별 시덥지 않은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쭌이 자기를 아마도 좋아하는거라고 착각하고 있는거다. 그러면서 아주 입이 찢어질라고 한다.
" 일단 쭌이랑 사귀고 좀 놀다가 차버려야지 " 이 지랄까지 한다.
그래서 내가 좀 환상 좀 깨라고 우스개소리로 제니누나가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미미를 가리키며 알고보니 쭌이가 미미 좋아하는거 아니야? ㅋㅋㅋ 웃으며 놀렸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미미가 " 오빠 저 한국에 남자친구 있다니까요 " 이러는거다. " 야 한국에 있으면 이미 깨진거나 마찬가지야 니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네 ㅎㅎ 니네 무조건 깨져 " 이러자 "아니에요 저 그런 여자아니에요 " 뭐 이러면서 농담하고 있는데 좀 더 제니누나를 놀릴려고 쭌이 미미한테 사귀자고 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며 " 근데 미미가 오케이해 " , " 제니누나가 쭌이 좋아하는거 아는데도 오케이 "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완전 거실에서 폭소가 터졌었다.
뭐 그날, 제니누나는 나에게 또 염치없이 " 야 내일 쭌이 우리집에 놀러오기로 했어 무야 클로버 정육점좀 가자 쭌이 먹일 고기 사야돼 " 이지랄을 하는거다. 아 도대체 이 누나는 어떻게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뭐 어쨌든 그리고 이후에 최근에 들은 얘긴데,
쭌과 미미가 사귄다.
진짜 대박.
어쩐지 얼마전에 (애플보고 너 집에 안가냐? 라고 말한 사건이 있기 전) 제니누나네 놀러갔을 때
" 요새 쭌이랑은 잘돼? "
라고 물어봤을 때
" 그 새끼 얘기도 꺼내지마, 아 진짜 퍼스에는 다 또라이 밖에 없나봐 호주엔 다 또라이만 오냐?"
라고 얘기하는데 난 속으로 " 누나가 젤 똘아이야 " 라고 생각하며 별 대수롭게 듣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저런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얘기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당시에 우스개로 얘기했던게 현실로. 그렇게 지극정성 쏟으며 챙겨줬던 미미에게 뒷통수 얻어맞은걸 보며, 솔직히 좀 꼬소해 했다. 뭐 그래도 신기하게도 기타모임에 SB라고 괜찮은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이 제니누나한테 좋다고 고백하는 또 완전 신기한 헤프닝도 있어서 남자 마다안하는 제니누나는 아마 곧 사귈듯 하다. 다 지복이다. 진짜 ㅎㅎㅎ
어쨌든 이것이 퍼스에서 도착해서 최근까지 벌어진 일 중, 씁쓸함을 느꼈었던 것들인 것이다. 이렇게 퍼스에 돌아와 따뜻함을 느끼려다 씁쓸함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