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42. 남쪽으로 향하는 길
나이트엔데이
2010. 1. 25. 11:00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돌고래 가득한 몽키마이아의 해변을 뒤로 하고 우린 다시 남쪽행 길을 나섰다.
샤크베이 반도 끝에 위치한 몽키마이아에서 부터 남쪽으로 가기 위해 다시 반도를 나가는 길.
어제밤, 몽키마이어로 향할 땐 몰랐는데 낮에 보니 정말 멋드러진 해안도로였다. 정말 호주에서 여행하면서 도로를 달릴때는 너무나 긴 이동거리에 지칠 때도 있지만 한국에서 느껴볼 수 없는 여유로움과 한가로움, 그리고 그 풍경에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남쪽을 가야 한다는 기약도 없었기에 여유롭게 계속 여행을 즐겼기 때문에 더욱 이런 로드트립이 즐거웠다. 길을 가다가 뭔가 있을 법한 곳은 꼭 한번씩 들려보고 괜시리 마음이 쓰이는 곳은 반드시 가봤다. 샤크베이에서 역시 지나가다가 shell beach라는 곳의 이름이 적힌 이정표를 봤다.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해변 인근의 마련되어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가 단 한대도 서있지 않았다. 우린 내려 해변가로 향하는데 멀리서 봐도 뭐 그다지 이쁜 풍경도 아니고 도대체 왜 여길 관광지랍시고 갈색 이정표로 만들었을까 싶었다. 쉘비치란 이름 답게 조개껍데기들이 바닥에 쫙 있는데 얼핏 보면 말그대로 하얀!!! 백사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모래가 아니라 온통 조개껍데기로만 이뤄진 해변이었던 것이다.
대충 근처에 관광지 설명 해놓듯 만들어 놓은걸 보면 이 해변의 길이가 약 70km, 4000년 전부터 조개껍데기들이 해풍에 밀려와 만들어졌다는데 좀 신기했다. 사실 그냥 풍경만 보자면 엄청 이쁘거나 한건 아닌데 해변에 모래대신 조개껍데기들로만 있는게 좀 신기했다. 게다가 이 어찌보면 평범해 보이는 풍경 속에 내 시선을 잡은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었다.
해변에 가면 장난으로 모래에다가 글씨를 적으면 파도에 실려 혹은 바람에 실려 글씨들이 사라지곤 하는데 이 곳은 모래가 아닌 조개껍데기 였기 때문에 나뭇가지등으로 글씨를 새기면 엄청 오래 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 것을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에서 발견할수 있었다. 연인들끼리 와서 남긴듯이 누구와 누구 몇월 몇일 이라고 적혀있는 것들이 있는데 2-3개월은 흔하고 심지어 6개월 전쯤에 남긴 문구도 있었다.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해변에서 발견한 로맨스.
우리도 질 수야 없지, 싶어서 미친듯이 글씨를 남기기 시작했다.
MOO ♡ APPLE
그렇게 우리의 추억도 다른 이들처럼 쉘비치에 남기고 우린 다시 또 길을 나섰고 한참을 달려 샤크베이 반도의 끝자락에 다 달았다. 그리고 또 한번 관광지를 뜻하는 갈색 이정표에 적힌 Hamelin Pool 이라는 문구를 봤다.
햄린풀, 뭐지. 도대체 뭐하는데지 싶어 다시 또 고속도로에서 햄린풀로 향하는 간선도로로 접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제법 오래 달린 끝에 한 카라반파크에 들어섰는데 대충 주차를 해놓고 밖으로 나왔는데 한낮이라 그런지 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 말고도 놀러온듯이 보인 한 호주 가족이 있었는데 엄마,아빠,딸 둘이었는데 딸들이 중학생 정도로 보였는데 딸 둘은 흥미도 없고 더위에 지쳤는지 햄린풀로 향하는 길 초입에 있는 나무그늘 밑에 자리 잡아 앉고 엄마와 아빠만 햄린풀로 향해 걸어갔다.
너무 심한 더위와 강한 햇볕에 그냥 갈까 싶었는데 ( 멀리서 뭔가 보이긴 한데 별로 볼 건 없어보였다 ) 그래도 한참을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으니 뭔지나 보자 싶어서 땡볕에 길을 걸어 해변가로 향해 걸었다. 제법 거리가 있어서 한 10분정도 걸었는데 가까이 가자 제티처럼 나무다리로 트랙을 만들어 바닷가 위에 세웠는데 물이 있는게 아니라 돌덩어리들이 있었다.
[ 앞서 가던 호주 아줌마, 남편은 갑자기 되돌아갔다. 혼자서도 꿋꿋히 보러 가고 있는 호주 아줌마]
무슨 생태학습장 마냥, 트랙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림과 함께 설명한 board들이 있었는데 대충 뭐 읽어보자면 뭐 맨처음 박테리아들이 산소를 만들고 뭐 침전물로 이 돌같은게 생겼고 뭐 결국 이 곳에서 거의 맨 처음 산소가 만들어졌다고 뭐 그런거 였는데 이 돌들을 스트로마톨라이트 (stromatolites)라고 부르는데 사실 배경지식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돌덩어리였고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위키백과를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제법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Stromatolite)는 층 모양의 줄무늬 형태로 성장하는 침전물이다. 주로 석회암으로 구성된다. 미생물, 주로 시아노박테리아(청록조)의 성장과 신진대사에 의해 퇴적물이 독특한 구조를 보이며 쌓여서 만들어진 유기적 퇴적구조를 말한다. 선캄브리아시대 암석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화석이며, 국내에서는 경상누층군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위키백과)
라고 되있지만 도대체 뭔 말인지 몰라 다른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이해가 쉽다. (혹시 더 궁금하신분은 '스트로마톨라이트'로 검색해보시면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다. )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는 내부가 단단한 층 모양의 단단한 암석이고, 그 표면은 시아노박테리아로 덮여 있어 부드러운 해면처럼 되어 있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기울기나 낮과 밤의 길이의 차이, 파도의 영향 등으로 다양한 형상이 만들어진다.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연구함으로써 지구의 생명의 근원과 그 탄생의 역사를 밝힐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 현재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계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서부 샤크만의 하메린풀은 국립공원으로 관광지가 되어있고,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라고 다른 곳에 설명되어있는 걸로 봐선 굉장히 과학적으로도 중요하고 희귀한 곳에 다녀왔다. 뭐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고 이런걸 모른 상황에서 그닥 흥미롭지 않은 돌덩어리처럼 느꼈었다. |
그렇게 Hamelin Pool을 나와 다시 길을 달렸고 이제 드디어 남쪽부터 북쪽까지를 관통하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다시 만났다. 샤크베이 반도를 빠져나온 것이다. 그리고 한참을 다시 달렸고 퍼스와 카나본 사이에 위치한 큰 도시인 Geraldton에 이르기 약 1-2시간 전 우리는 드디어 칼바리에 이른다.
칼바리에 대한 존재를 안 것은 퍼스로 내려간 윌로부터였는데, 퍼스에서 친해진 이들과 함께 칼바리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뭐 제법 괜찮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려가는 길에 한번 들리고자 했는데 칼바리는 칼바리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또 고속도로에서 칼바리로 향하는 간선도로에 접어 들었다. 도로 초입부터 활짝핀 꽃들이며 특유의 분위기가 남쪽으로 성큼 다가 왔음을 느꼈다.
황량한 사막길로만 달리다가 슬슬 남쪽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간선도로를 따라 약 70-80Km는 들어가야 나온 칼바리. 일단 시간이 어정쩡해서 우린 칼바리에서 하룻밤 머물고 다음날 국립공원을 본 후에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칼바리 마을로 향하는 길 칼바리 국립공원 입구가 여러개 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칼바리 마을.
생각보다 큰 마을 규모에 깜짝 놀라기도 전에, 꽤 이쁜 마을 풍경에 다시 한번 놀랬다.
큰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칼바리는 인근의 국립공원도 있고, 마을의 집들이며 풍경이며 너무 아기자기 이뻤다. 거의 대다수의 도시들이 해변가에 있지만 (카나본 역시) 뭐랄까 이 곳 칼바리의 첫인상은 정말 여기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마을이었다.
거의 평지 위주로 산 보기가 힘든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산이 있는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 답게 바닷가와 자리 잡은 언덕지대를 따라 이쁘게 집들이 자리 잡은 곳이라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일단 언제나 처럼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Visitor Center표지를 발견하고 금방 비지터 센터에 이를 수 있었다. 차를 주차장에 대고 비지터 센터에 들어가 일단 타운 맵과 관광자료들을 훑어 봤다. 어차피 하룻밤을 머물 것이었기 때문에 우린 일단 타운맵에서 찾은 백팩커로 향했다.
국립공원이 자리 잡은 마을인 덕택인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카라반 파크며 리조트 들이있었는데 반면에 백팩의 숫자는 한개였다. (두개였나..기억이 가물..) 어쨌든 유일한 그 백팩에 들어섰으나 리셉션이 문닫고 어딜가 버렸다. 일단 차를 대고, 리셉션이 열리길 기다리다 배가 고파서 백팩 마당의 있는 테이블에서 미고랭을 끓여먹었다. 그리고 좀 쉬다보니 리셉션이 열렸고, 우린 도미토리 방에 들어갔다. 큰방에 2층 침대가 4개가 놓인 8인실이었는데 방도 깨끗하고 괜찮다 싶었는데 이 백팩 전체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달랑 두개, 2층에 샤워실 화장실 한개씩, 1층에 샤워실 화장실 한개씩. 정말 대박-_-; 이러면서 비싼 방값. 역시 호준가..
뭐 어쨌든 대충 짐을 방에 풀어놓고, 하루 몽키마이아에서 노숙하면서 다 녹아버린 아이스박스며 뜨거워진 음료수 맥주등을 백팩 냉장고 안에 다 넣어놨다. 그리고 난 너무 더워 일단 백팩 수영장에서 더위를 피해 수영을 하며 놀았다. 그리고 슬슬 해가 질 무렵, 우린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차를 몰고 인근의 바닷가로 가서 일몰을 보며 잠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지금은 여행중이라 마냥 좋지만 이제 퍼스를 지나 남쪽으로 가면 다시 또 구직전쟁 시작이라고, 걱정스런 대화를 나눴다. 멋진 바다풍광에 어울리지 않는 대화주제였지만 어쨌든 잠시 여행을 다시금 즐기고 있는 우리에겐 소중했었던 순간.
엑스마우스에서 원래 저녁을 레스토랑가서 사먹으려고 했으나 당시에 다음날 갑자기 새벽에 일찍 출발하게 되어서 외식을 못한터라, 이 곳 칼바리에서 분위기를 잡고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일몰보고 있는데 배가 고프다고 보채는 애플때문에 서둘로 향하게 된 레스토랑. 레스토랑 정보는 마을안내책자에 나온데서 찾았고, 백팩에 리셉션 여자에게 어떤지 물어보자 맛있고 좋은 곳이라고 말해줘서 결정.
그렇게 향하게된 Flinaly's Fresh Fish BBQ
어렵지 않게 찾은 그 가게는 비비큐 전문이었는데 가게 이름에서도 나오듯이 피쉬엔칩스 와 각종 비비큐를 파는 곳이다. 가게에 들어가자 약간 빈티지 스럽게 인테리어를 해놨는데 분위기는 괜찮았다. 이미 많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자리 잡아 앉아 와인이며 맥주와 함께 음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BYO가 되는 식당이었다. 게다가 따로 맥주를 팔지 않는듯 해서, 일단 우리는 메뉴 2개를 주문을 하고 내가 백팩으로 돌아가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를 가져오기로 했다. 동양사람 보기가 힘든지 자꾸 말을 거는 주인아저씨. ㅎㅎㅎ
그래도 유쾌한 주인아저씨가 사진찍는데 포즈도 막 잡아주고 웃겼다. 어쨌든 주문후에 차를 몰고 다시 백팩으로 돌아가 맥주를 가져오고 나서 조금 있으니 메뉴가 나왔다. 푸짐한 각종 튀김이며 비비큐들이 한가득 있는 메뉴를 보곤 괜히 두개나 시켰나 싶었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외식. 더군다나 정말 신기했던 것은 이 외식이 애플과 내가 단 둘이 외식하는 첫번째 자리라는 것이었다. 둘이 뭐 따로 약속 때문에 따로 따로 외식한적은 많아도 단둘이 이렇게 외식해보긴 처음이라는게 너무 신기. 어쨌든 맛있는 음식과 맥주. 그리고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힘입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나올때는 완전 배두둘기며 나오는데 어느새 어두 컴컴 해진 동네. 차를 몰고 백팩으로 돌아오니 백팩에 머무는 서양애들이 옹기종기 모여 1층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배불러서 소화도 시킬겸, 잠깐 비치까지 걸어갔다가 와서도 소화가 안돼 바깥에 의자에 앉아 있으니, 한켠에서 책을 보고 있던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건다. 덴마크에서 온 이 할아버지는 2달동안 호주를 여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 곳곳을 많이 여행한듯 했다. 가장 좋았던 도시로 퍼스를 꼽은 이 할아버지와 제법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뭐.. 애버리진 얘기부터 덴마크가 지원해주고 있다는 그린랜드 얘기까지..
덴마크에 매년 엄청난 돈을 지원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문제가 많다는 얘기에 호주정부가 애버리진한테 하는 것과 똑같은거 아니냐고 하자 동의하면서 큰 문제거리라고 얘기하고는 또 자신의 친구중에 한명이 한국애를 입양해와서 키웠는데 어느덧 30살이 되었다며 뭐..그런 얘기까지.. 뭐랄까 오랜만에 정말 여행자의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고나 할까, 문득 몇년전 인도에서 만났던 세계여행을 하는 한국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나서도 백팩에 머물며 여행을 하는 할아버지들을 볼 때마다 정말 이 할아버지들이 어쩌면 더 젊은이답게 진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딘가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백패커들과 여유있게 책을 즐기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대화. 오랜만에 내 마음 한구석에 텅비었던 무언가를 채워주는 조용한 칼바리의 밤이었다. 이게 행복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