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39. 환상적인 풍경, Exmouth 일주

나이트엔데이 2010. 1. 7. 12:32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엑스마우스 셋째날,


 늦게 잠을 잤으나, 일찍 깨워달라고 부탁한 터라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거의 아무것도 안했으니 오늘 마지막 날은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자 대충의 계획을 짰다. 일단 체크아웃 시간 전에 권이 리셉션에 가서 하루 더 방을 잡고,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조이로 부터 전화가 왔다. 조이는 권과 함께 바나나 쉐이드에서 일하며 친해진 동생인데, 성격도 서글서글, 얼굴도 서글서글 괜찮은 녀석이었다. 권이 떠날때 많이 아쉬워했는데, 그런 조이로부터 지금 살고 있는 팜스테이 오너가 농장에서 일 할 사람을 구하는데 아는 사람 있으면 일을 시켜줄테니 말하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났다는 거다. 


 이 전화 한통에 권은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알게 모르게 구직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터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다시 카나본으로 돌아간다는게 맘에 걸렸다. 권은 계속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안그래도 다들 뭐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사람들 안뽑는다잖아.. 왜 지금 떠나냐고, 그리고 남쪽도 크리스마스라고 사람을 안뽑는데잖아, 어차피 거기 길게도 안하고 한달정도 일한다고 하니까 크리스마스 보내고 1월 쯤에 딱 이동하면 좋을 것 같아. 어차피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한거 가는 길에 잠깐 일하고 좋잖아 " 라고 얘기하는데 여전히 퍼스에서 고생했던 구직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난 그 제안이 땡기면서도 영 찝찝했다. 사실 카나본에서 어차피 일이야 구할려면 구할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시작하는 것보다 월등히 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구직활동을 해야하는것이라면 새로운 곳에 가서 하자라는 생각에 움직인건데 게다가 요란스럽게 사람들과 작별을 한터에 이렇게 돌아가는데 대한 민망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한 결과, 민망하지만 크리스마스시즌도 보내고 새해를 카나본에서 보내고 떠나자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구직활동도 필요없이 가서 일만 하면 되는 것아닌가. 정말이지 다시 한번 인맥만 어느정도 쌓이면 쉬지 않고 일 할수 있는 호주의 수 많은 소도시에서의 생활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지금 호주의 여느 대도시에서는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엄청난 경쟁속에서 굳이 시티잡들을 노리고 있을 (적은 시급에도) 수 많은 워홀러들이 있을텐데, 참으로 어찌보면 행운이다.


 어쨌든 그렇게 결정한 후에, 조이에게 그러면 농장주인에게 말해보라고 전해주고는 우리는  맘편하게 놀러를 나갔다. 일단 못가봤던 곳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차를 몰고 가는길, 이놈의 넓은 땅덩어리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분명 같은 동네이건만 1시간을 운전해서 가도 끝이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단 lakeside란 곳이 동네책자 소개에서 땡겼기 때문에 그곳을 향해 가는데 빌어먹을 cape range national park 지역안에 포함되는 곳이라 가는 도중에 엔트렌스피로 11불을 냈다. 국립공원인 만큼 더욱 큰 기대가 되었으나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사진 위 : 저렇게 바다 중간에 위치한 바위섬(?!)이 있는데 아래 사진 보면 그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물론 물도 너무 좋고, 코랄베이만큼 물빛이 아름다웠다. 풍경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큰 기대에는 못미쳤고, 오히려 그 곳은 낚시를 하기에 굉장히 좋아보였다. 바다 한가운데 길게 바위가 솟아올라있는데 그 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몇명있었는데 딱보기에도 괜찮은 스팟. 혼자서 수영도 좀 하고 낚시 하는것도 구경 좀 하다가 심심해서 금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린 어차피 돈내고 들어온거 다른데도 좀 구경해보고자 움직였는데 어차피 그 바다가 그 바다인지라, 흥미를 금새 잃었고, 권 또한 몸이 피곤하니 돌아가자고 해서 우린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괜히 11불만 낸듯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이상한 풍경을 맞이한다. 바닷가 쪽으로 사막같은게 보이는거다. 


 그래서 그 쪽 해변으로 향하는데 정말 사구가 있었는데 나 역시도 오랜만에 보는 사막삘의 그 사구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그런 사구를 첨보는 권은 신나서 사구를 마구 뛰어 올라가는데 먼저 올라가던 권은 사구의 정점에서 탄성을 지른다. 대충 예상은 되었으나 나 역시도 올라가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막의 사구라면 사구에 올라가도 펼쳐진건 사막의 풍경이었겠지만, 바로 앞이 바닷가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예상은 했으나, 정말 딱 사구 위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쪽빛의 인도양을 볼 때 정말 아름다운 풍경에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사막 저 편에 푸른 바다가

그저 두명이서 왔다갔다 온 것 뿐인데 발자국이 저렇게...

 

 굳이 11불 내고 먼길을 달릴필요도 없이, 이런 좋은 곳이 있었던 것이다. 사막과 멋진 바다가 합쳐진 그 풍경이란... 정말 엑스마우스를 다시 한번 값지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즐겁게 풍경을 즐기며 사진도 찍고 놀고 난뒤, 11불의 불만족은 온데간데 없이 이 풍경하나로 권과 나, 둘의 기분은 완전 좋아졌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난 아까전에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한을 풀어야 겠단 의지로, 숙소에 있는 풀장에 가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권이 풀장으로 와, 방금 조이의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카나본에 가야 한다고 하는것이다.


 농장주인이 주말이라고 낚시가야되는데 내일 10시까지 오면, 얼굴이나 보고 애기나 좀 하고 방 보여주고, 일 얘기좀 하면 좋겠다고 했다는거다. 이런 썅.. 


 엑스마우스에서 카나본까지 5시간은 걸릴텐데 그러면 새벽에는 떠나야되는데 체크아웃 리셉션은 7시에 오픈. 젠장...


 그 와중에 권과 좀 다툼이 있었다.


 권은 나에게 리셉션에 가서 미리 체크아웃 할 수 없는 지를 좀 알아봐달라고 했고, 난 너가 한번 물어보라고 얘기하면서 조금 다퉜는데, 권은 아침에 하루 더 연장하러 갔을 때도 일하는 여자의 영어를 전혀 못알아듣겠었다며 나보러 가보라고 한 거였는데 난 한번 그래도 말이나 해보라고 말하면서 서로 다퉜다. 결국은 내가 가서 미리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키만 미리 반납하고 디파짓 돈을 돌려받아 미리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조이에게 전화를 해서 아침 10시까지 가겠다고 연락을 주고 우린 급 짐정리를 했다. 새벽에 떠나야 하는 만큼 미리 짐을 싸서 차에 옮겨 실었다.


 그렇게 어이없게 다시 카나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결국 코랄베이와 엑스마우스는 정말 여행이 되버렸다. 짐도 바리바리 무겁게 다 싸고 떠난 여행. 


 근데 좀 아쉬웠던건 원래 오늘의 계획중에 하나가 저녁 때는 엑스마우스 시내로 나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리셉션 데스크가 문닫기 전에 미리 체크아웃하느라 게이트 키( 자동차가 통과 할 수 있는 키 )를 반납하느라 움직일수 없게 되었다. 이게 너무 아쉬웠다. 이제 엑스마우스를 내가 다시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많기에 그 아쉬움이 컸다. 


 어쨌든 이제 내일 새벽에 다시 카나본으로 향하게 된다.

 권과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웃었다.


 " 떠난다면서 한 일주일은 파티를 하고 술을 마셨는데..."

 " 떠나고 일주일도 안되서 카나본으로 돌아가네.. "

 이런 걱정부터...

 쓸데 없는 걱정까지...


 그럼에도 어쨌든 맘편하게 구직활동의 압박에서 벗어나 또 몇달을 지내 마음이 편한 카나본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져왔다. 잠시나마 남쪽이냐 북쪽이냐에 대한 고민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구직활동에 압박감까지 안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카나본으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