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29. 무의 행운, 윌의 변심, 엑스의 진상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29. 무의 행운, 윌의 변심, 엑스의 진상
nor-west 시푸드 공장, 정확히 시푸드 공장의 항구에서 일을 시작한지 몇일, 엑스와 나는 어느정도 하버에서의 일이 손에 익어갔다. 냉동창고에도 몇번을 들어갔다. 다른 하버에서의 일과 차이점과 장단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하버가서 일할때는 시급이 거의 50불인 반면에 정말 쉬지 않고 2-3시간을 일해서 사람을 완전 맛이 쪽가게 하는 반면에 이 곳은 공장 하버인 탓에 시급은 17불 정도지만 30분 정도하면 쉬고, 30분 정도하면 쉬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해서 일이 할 만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간 하버(일반 하버 일)에 비하면 할 만 한 것이지, 힘들기는 다른 잡에 비할 바가 못됐다.
그나마도 하루 종일 배를 2척이고 3척이고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노동량은 비슷. 다만 쉬엄쉬엄하기 때문에 살만 했다. 일을 하며 시푸드 공장에서 일하지만 일주일간 이 곳 하버로 차출 온 한국인 2명, 리오와 데니스와도 이제 조금 친해졌다. 둘은 두살아래의 동생들로, 이 곳 카나본에서 약 6개월 정도를 보냈다고 한다. 두 사람과 이야기하며 조금씩 카나본 물정에 눈을 떠갔다. 그리고 일이 끝난다는 목요일이 다가왔다. 그날 난 냉동창고에 들어가는 일이 걸렸는데 아침에 그 날 냉동창고 들어가는 인원 3명을 뽑는데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냉동창고에 들어가는건데 아침 첫배 물건을 모두 unload하고 나서 쉬고 있을 때였다. 슈퍼바이저는 빨간모자를 쓴 에버리진 할아버지, 이제는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네이븐이었는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 너 이거 끝나고 할 일있냐? " 라는 물음에 난 직감했다. 아 하버일을 나에게 줄려고 하나보다. 하지만 머리속에 오만잡생각이 다들었다. 아무리 잡이 궁해도 이걸 계속 몇달이고 하라고 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한참 농장들에 돌려놨던 연락처 덕분에 몇몇 농장에서 연락이 온 터라 job에 대한 목마름이 많이 가신 상태였다. 잠깐 망설이는 사이에 네이븐은 나에게 " 시푸드 공장일인데...할 생각있냐? 할 생각이 있다면 내가 전화를 해주겠다 " 라고 말을 하는데 난 내 귀를 의심했다. "factory? "라고 되물으며 옆에 있던 리오를 봤다. 리오가 웃으며 " 형님 지금 팩토리 꽂아주려는 모양인데요, 빨리 오케이 하셔야죠 " 라고 하는거다.
난 활짝 웃으며 " 꼭 일하고 싶다. 나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 " 라고 말하자, 네이븐은 웃으며 알겠다며 전화넣어줄테니 내일 공장으로 가보라고 하는것이었다. 정말 너무 기뻐서 아니 너무 행복했다. 이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리오는 나에게 " 형님 운 대박이신데요, 지금 시푸드 공장, 있던 사람들도 몇십명을 짤랐는데 이 시기에 공장을 들어가다뇨.. 공장일 여기에 비하면 정말 쉽고 할만 해요 잘 풀리셨네요 " 라고 말하는거다.
이 후로 오늘 하루 냉동창고 들어가는일이 결코 힘겹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배 한척의 박스를 모두 옮기고 나왔는데 엑스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 야 너 혹시 슈퍼바이저가 와서 일 할꺼냐고 물어봤냐? "
" 어, 너한테도 물어봤어? 한다고 했어?"
" 아니, 하버일이라 안한다고 했지, 이거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계속 하냐 그냥 일주일이니까 참고하지 "
" 야, 하버일 아니야.. 공장일이야. 공장 꽂아준데 자기가 전화해준다고 내일 가보래 "
그러자 엑스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바로 네이븐에게 찾아가 얘기를 하는거다. 잠깐 대화를 하더니 완전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온 엑스.
" 아 씨발, 개새끼.. 나 공장일인지 모르고 거절했다고, 하고 싶다고 얘기하니까 안된다네 "
" 그럼 너한테 먼저 물어봤는데 니가 거절해서 나한테 와서 물어봐서 나 된거네 " 라고 말하자. 엑스는 씁쓸하다는듯이 혼자 욻조린다... " 씨발 내 복을 내가 걷어찼네 " 라고 말하는거다.
솔직히 엑스에게는 안됐지만 이 때 얼마나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운이 좋았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기분좋게 하버에서 일주일을 마치고 리오와 데니스에게 내일 공장에서 보자며 인사를 나눴고, 엑스는 찝찝한 기분을 안고 일을 마쳤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난 시푸드 공장으로 향했다. 카나본에서도 외딴 barbage island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시푸드 공장, 사무실로 찾아서 들어가서 네이븐이 말한대로 "스티브"를 찾았다. 알고보니 스티브는 시푸드 공장장, 스티브는 전화를 받았다며 곧바로 매니저 마이클을 불러왔고 마이클이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설명해주고, 유니폼과 장화등을 주고는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공장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인 리오와 데니스가 보인다. 데니스가 곧 일을 그만두고 떠날 예정인지라 데니스가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가르쳐주면서 앞으로 어떤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런저런 공장생활에 대한 TIP을 가르쳐주는 데니스. 리오가 말한것처럼 데니스도 나한테 " 진짜 운 좋으신데요, 여기 진짜 지금 사람을 짤랐으면 짤랐지 뽑을 때가 아닌데 어떻게 뽑히셨데요 진짜 신기하네요 "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난 드디어 Nor-west Seafood공장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일하면서 카나본의 진정한 비밀들을 알게 되었다.
- 이번 포스팅의 잠깐 소주제, 카나본의 비밀을 시작합니다. -
사실 엑스와 윌이 카나본에 대해서 얘기하며 깝쭉거리던 것은 카나본의 실상을 전혀모르고 했던 이야기 였다. 백팩에 일본애들이 많은 것을 보고 카나본에 일본 사람 많다고 하는것부터 나름 일을 하고 있었다고 시건방 떨며 " 카나본 일자리 많아, 구할려면 구해 " 라고 말했던 것등 모두 카나본의 진수를 맛보지 못한 것이다. 카나본은 실제로 내가 퍼스에서 알아본 대로 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WA주 최저시급 17불은 이 곳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농장일들도 대개가 짧은 소규모일이 대부분, 말그대로 최악.
게다가 이 곳은 일본인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대만애들이 완벽하게 장악한 동네였다. 백팩에 대만애들이 없던 이유는 대만애들은 모두 자리를 완벽하게 잡아서 쉐어하우스에서 생활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쉐어하우스를 구해야되지 않냐는 말에 오히려 헛소리 한다는 듯이 엑스와 윌은 여기는 백팩이 훨씬 좋아요, 쉐어하우스 구하는 사람 한명도 없어요 " 라고 얘기했던 것은 정말 말그대로 그 자체가 헛소리 였다. 말그대로 정보와 Job이 갖춰어진 이들만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다.
거의 모든 공장과 농장은 특히 알짜배기는 모두 대만애들이 꽉 잡고 있는 카나본. 정말 장난아니었다. 공장의 한국,일본,대만 비율은 대만사람 10명당 한국사람 1명정도의 비율. 그나마도 일본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푸드 공장에는 일본사람이 없었고, 바나나 공장에도 없었다. 토마토에만 몇명의 일본인들이 있을뿐, 아마 거의 대다수의 일본사람들은 농장에서 일을 할 것이다. 결국 이 곳 카나본 3대 기업이라는 시푸드공장,바나나공장,토마토 공장은 거의 대만사람들이 독차지 하고 한국인들이 조금 있는 수준.
그런 카나본이지만 나중에 보니 이 곳에 장기로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2년정도 머문 한국인들도 몇명이 있었다. 알고보니 작은 마을 답게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인맥이 형성되어서 정말 일자리 걱정없이 3대 공장을 돌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굳이 옮겨서 또 일자리 때문에 고생할 필요없이 카나본에만 머물면서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하기때문에 장기체류를 하는 것이었다. 카나본은 이제 막 온 이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어느정도 인맥만 형성되면 Job걱정을 하지 않는 그런 곳인 것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제 난 시푸드 공장에 취직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만 권이 일을 여전히 잡지 못해 카나본 백팩에 머물며, 일자리를 소개받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자리가 거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래도 나래도 일을 하게 되서 그것도 카나본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시푸드 공장에서 일하게 되어 천만 다행이었다. 권의 방값이며 생활비까지 감당하느라 버는 족족 바닥나며 세이빙을 거의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인 상황이었다.
권은 매일 저녁 6시에 캐시를 찾아갔지만 거의 일자리가 씨가 말라서 항상 낙심한채로 돌아왔다. 그렇게 백팩의 생활은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윌이 나에게 얘기를 했다. " 한국으로 돌아갈래요 " 라고 하는 것이다.
일도 안잡히고, 농장일도 너무 힘들고, 영어도 안되는데 더이상 생활을 지속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 말이 이해가 안갔다. 윌의 말대로 윌의 영어 실력은 정말 형편없을지 몰라도 내가 본 윌은 누구보다 친화력도 좋고, 실행력도 좋았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정말 훌륭한 워홀러였다. 그런 윌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니 정말 말이 안되게 느껴졌다. 아무리 말려봐도 윌의 결심은 확고한듯 보였다.
" 그냥 일단 퍼스로 가서, 차나 팔고 한국으로 돌아갈래요 " 라고 말하는 윌.
그리고 윌은 같이 올라온 엑스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난리를 치는 엑스. 엑스는 화를 냈다.
" 니가 힘든게 뭐가 있어? 그리고 같이 올라오자고 해서 왔는데 니가 가면 어쩌겠다는거야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솔직히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껏 본 엑스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다. 그런데 지금 윌이 떠난다니 정말 얼마나 비상상황이겠는가.
그리고 윌은 지금 분명 엑스가 짜증나서 떠나려는 것이다.
결국 내 생각이 맞았다.
퍼스에서 내가 엑스에게 느꼈던 것들을 절실히 윌이 느낀것이다.
내가 봐도 퍼스에서 농장가는 모든 준비는 윌의 몫이었다. 엑스는 다만 윌이 준비한 모든것에 숟가락 하나만 얹은 것이었다. 카나본에 와서 봐도 윌이 요리를 하면 엑스는 나와서 밥을 먹고, 윌이 엑스의 뒤치닥 거리를 다 하고 있었다.
윌은 나에게
" 힘든 것중에 농장일이 힘들어서도 있지만, 솔직히 엑스형이 짜증나서 가려는 것도 있어요. 정말 여깄다간 미쳐버릴꺼 같아요 " 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엑스는 변한것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주위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엑스 였던 것이었다.
남 욕 안하고 맘 넓은 권 조차도 엑스만큼은 확실히 짜증난다고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같이 시푸드 하버에서 일할때 권은 내 도시락을 싸주면서 엑스의 것까지 항상 싸줬는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한번 할법도 한데 단 한번도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권의 말을 빌리자면 그 정도하면 저녁은 미안하니 내가 하겠다라고 말할법도 한데 저녁 한번 하는 일이 없고, 저녁도 그냥 우리끼리 먹기가 야박해서 같이 먹자고 하면 보통은 그냥 설겆이라도 한번 할 법한데, 밥도 자기만 후딱 먹고 자기껏만 설겆이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린다고.
내가 몇번을 " 엑스껀 냅둬, 하지마, 그리고 저녁도 그냥 우리끼리 먹어 " 라고 말해도, 착한 권은 항상 어떻게 그러냐며 엑스를 챙겨주었다. 정말 그나마 권이니까 저정도로 봐주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입에서 쌍욕이 나오면서 상종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암튼 이제 엑스는 윌에게 조차 미움을 사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엑스도 엑스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 듯. 나에게 한풀이를 하듯이 말해왔다.
" 아 씨발 퍼스에서 올라올때 내가 돈을 얼마를 들고 왔는데 지금 그 돈 다쓰고, 내 돈으로 생활했는데 내가 씨발 그냥 계속 같이 갈꺼니까 돈 같이 쓰자고 한건데 이렇게 가 버릴꺼면 내 돈은 어떻게 해 " 라고 하는거다.
솔직히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 아 그건 정말 아니다 ' 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퍼스에서 지켜본봐 정말 동분서주하며 준비를 한 것은 윌이었다. 생활비는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엑스의 말은 정말 절대 아니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난 약간 비꼬듯이 물어봤다.
" 야. 돈 문제같은건 확실히 해야지, 영수증이라도 해놓던가, 그걸 뭐하러 같이 써, 둘이 걷어서 써야지 " 라고 말하자..
" 이렇게 지 혼자 간다고 할 줄 알았냐 " 라며 화를 내는 엑스.
내가 알기론 둘이 거의 비슷한 돈을 들고 왔기때문에 엑스의 말은 조금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한번 그렇게 말하더니 이후로 엑스는 지 나름대로의 불만을 얘기하는데 정말, 둘을 지켜본 나로서는 솔직히 코웃음만 났다. 요리를 혼자 다 하는 윌, 그것 조차 불만으로 전환시킨다.
" 니네 처럼 음식 맛있게 하면 말이나 안해, 맨날 음식같지도 않은거 만들어서 재료비만 존나 들고 난 거의 먹지도 않는데 " 이 지랄을 한다.
솔직히 이건 엑스의 대표적인 레파토리였다.
좀 더 거슬로 올라가서 또 한번 엑스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워킹홀리데이 거의 처음으로 올라가 윌과 나는 각각의 룸메이트인 YS와 엑스에게 짜증나, 집을 옮기게 되는데 당시에 그랜다로우로 이사오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 재밌게 노는 우리를 보며 나름 자기네 끼리 화기애애하다는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당시 윌도 똑같이 나에게 얘기함) 그러던지 말던지, 나중에 엑스는 우리에게 YS가 짜증난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 때 한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 음식쉐어하는데 존나 많이 쳐먹어, 난 거의 먹지도 않는데. 난 집에서 거의 밥안먹는데 이것저것 반찬 만든다고 존나 재료비도 많이 쓰고, 쉐어하지 말까바 "
근데 그건 정말 어불성설, YS에 대해 다른건 몰라도 음식솜씨 하나만큼은 아트. 게다가 엑스가 그 음식을 안먹는다고? 권과 내가 카나본에 와서 거의 매일 저녁을 해서 같이 먹었는데 남들 밥한그릇 먹을때 두 세그릇 뚝딱 하는 엑스. 어쨌든 그 얘기를 들으며 윌이 " YS 원래 짜증나는 스타일이에요. 형은 못느꼈어요? " 라고 말하자, " 씨발 그러면 그 때 얘기해주지, 미리 알았으면 같이 안살았을꺼야 " 라고 이 지랄을 하는거다. 윌하고 내가 동시에 " 그 때 얘기해줬어도 넌 몰랐을꺼야 " 라고 엑스의 성격이라면 100% 다음과 같이 얘기할것이다. " 왜 난 괜찮은데... "
엑스는 지 나름 불만을 표출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내가 보기엔 윌의 떠남이나 불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둘의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윌이 확실히 떠나기로 마음 먹은 때였다. 윌은 퍼스로 내려갈때 다른 한국인인 벤과 제이슨과 함께 내려간다고 말했다. 내가 누누히 말했듯이 카나본은 정말 결코 좋은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카나본이 좋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윌이 떠난다.
그리고 윌이 떠나는 날 아침.
나는 출근하려고 보니 타이어가 펑크를 넘어, 완전히 찢어져 타이어 고무 속에 있던 쇠로 된 철사들이 들어났다. 부리나케 윌이 도와줘 금방 타이어를 교체하고 출근하는 때. 윌과 정말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잘 내려 가라며 포옹을 했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윌은 가고 없었다.
이제 4인용 방은 윌이 떠나고, 나와 권, 엑스 3명이 썼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 3인의 백팩 생활은 계속 되었다. 윌이 떠나고도 약 2주간 엑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노트북만 붙잡고 꿈쩍않았던 엑스는 윌이 떠나고 2주가 지났을까 슬슬 돈도 떨어져간다며 일을 구해야 겠다고 한 짓이 ,2주만에 처음으로 한 구직 활동은 저녁 6시 캐시에게 가는 것이 다 인 것이다. 역시 이 녀석은 변함이 없었다. 스스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녀석.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노력을 쓰레기 취급 하는 녀석이었다.
차가 없어도 걸어서 매일 왕복 4시간을 농장지대를 다니던 수 많은 일본애들을 미련하다며 병신취급하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구직활동을 위해 농장지대를 돌아다니며 쌔까맣게 타서 돌아온 이들의 뒤에서 " 가만히 있어도 꽂아주는데 저런 고생을 뭐하러 하나 병신들 " 이라며 욕을 하는 정말 상식 이하의 놈이었다. 나는 안정적으로 시푸드 공장을 다니며 생활하고 또 시푸드 사람들과 친해지며 슬슬 쉐어하우스를 구해서 나갈 생각을 했지만, 권의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던 때 결단을 내린다. 권의 일자리는 나중에 따로 구하기로 하고, 이 곳에 있어도 어차피 권의 일자리는 여전히 못구하니 차라리 방세라도 줄여야겠단 생각으로 쉐어하우스를 구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쉐어하우스를 구해 나가기 며칠전,
난 권에게 차를 내어줄테니 이 차를 타고 구직활동을 하라고 일러줬다. 그리고 엑스에게도 " 권 내일 농장 돌려고 하니까 같이 가 " 라고 말을 했다. 분명 엑스는 혼자 가는게 아니라 권과 함께 가는 것이기에 갈 것이다. 녀석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녀석이니. 그리고 둘이 가기로 했고 저녁에 옆방에 있는 일본인 스즈키와 마보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데 새로운 일본인이 나타난다. 또라이 마코토의 등장이다.
마치 쌍꺼풀 수술을 실패한듯 굉장히 부담스러운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덩치 하는 마코토는 게다가 완전히 부담스러운 일본인이었다. 솔직히 일본사람들을 보며 그닥 가식적이다란 생각을 가지지 않는데 마코토는 완전히 가식 그 자체였다. 이제 막 카나본에 온 마코토는 자기도 구직활동 가는데 같이 가면 안되냐고 나에게 물어봤는데 왜 안되겠는가 가라고 말하자. 완전 부담스럽게 " 너 왜이렇게 젠틀하냐 , 넌 나의 천사다. " 라며 나에게 말을 했고 또 권에게 다가가 " 넌 나의 여신이다. 정말 고맙다 " 라며 낯간지럽게 말했다.
그리고 약간 들떠서 있다가 지나가던 캐시에게 또 가식을 떤다.
" 사람들이 그러는데 너 정말 sweet하다고 한다. 내가 봐도 넌 정말 sweet하다 "
라고 말하자, 캐시가 비웃는다. 카나본의 개또라이 캐시가 그 말을 듣고 뭐라고 하겠는가.
캐시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쓰레기통을 치우며 " 사람들이 놀린거다. 난 sweet한 사람이 아니다. 난 dragon" 이다.라고 말하는데 배꼽잡았다.
그렇게 가식을 떨어대던 마코토, 그에 반해 완전 만담 콤비인 스즈키와 마보는 마코토를 놀리는데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마코토가 외국인 특히 호주여자를 사귀고 싶다며 어디로 가면 만날수 있냐는 질문을 하자, 스즈키와 마보는 "에버리진을 사귀어" 라고 말을 하며 낄낄 댔다. 그러자 마코토는 " 전 native랑 사귀고 싶어요 " 라고 그러자.. 마보와 스즈키는 " 그러니까 에버리진 " 이라고 말하면서 " 몇만년동안 살고 있는 이찌방 네이티브 " 라고 말하는데 정말 배꼽잡았다.
이야기가 완전히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본론-_-;;
권,엑스,마코토 3명이서 구직활동으로 하러 가던 날, 난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프랭크에게 리프트(카풀이라고 생각하면 편함)를 부탁했다. 그리고 퇴근해서 돌아오니 3명 모두 농장을 돌고 와있었다. 권에게 수확이 있냐고 묻자,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는데 과관이었다.
우리가 맨처음 카나본에 왔을 때 내가 밥먹으며 그저 " 야 여기 농장 다 no work, no job " 이라고 적혀있는데 라고 말했을 때, 난 그럼에도 다 들어갔었다. 하지만 저 말을 했던 것은 그냥 카나본의 사정이 정말 안좋다라는걸 얘기하고 싶어 얘기한건데, 시건방을 떨며 자기가 퍼스에서 보여줬던 찌질함은 잊은채로 " 야 그렇게 적혀있어도 들어가 " 라며 시건방 떨었던 엑스..
권은 나게에 " 아 엑스오빠 완전 웃겨, 농장들어가려고 하면, 야 여기 no work, no job 안보여? " 라고 안들어갈려고해.. 라고 얘기했다. 나중에 퍼스로 내려간 윌과 전화통화하다 들은 얘기지만 윌과 엑스가 맨처음 올라왔을때도 엑스는 no work, No job만 적혀있으면 " 야 들어가서 욕먹으면 어떻게 해 " 라며 퍼스에서 단 한장도 이력서를 돌려보지 않은 티를 냈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 바나나공장도 들렸었는데 바나나 공장에 이름을 올리고 오겠다고 마코토가 간다고해서 권도 같이 가는데 엑스가 안가고 차에 있는 다는 것이다. 기왕 온김에 이름이나 다시 올리고 가라고 (왜냐하면 올리고 나서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한번씩 가서 갱신을 해주고 오는 것이 좋다) 하자 쓸데 없는 짓이라고 말하며 차에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살짝 나중 얘기를 해주자면 결국 마코토와 권은 바나나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정말 이 사소한 일 하나가 엑스의 성격을 말해준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남의 노력을 짓밟는 엑스.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탓
내가 하는 건 좋은거, 남이 하면 안좋은거
그게 바로 엑스였다.
이렇게 얘기가 나온 김에 이 포스팅에서 엑스에 대한 모든 걸 털어놓고 가보려고 한다.
몇개의 에피소드가 엑스의 진상을 보여줄터.
퍼스에서 매일 컴퓨터만 끼고 살면서 집에서 인터넷만 하던 엑스는 그랜다로우에서 매일 사람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하던 나에게 자랑 할 거리라고는 쉐어하우스의 인터넷 속도뿐. 어쩌다 그랜다로우로 초대해 술을 마실때면
" 영양가도 없는 애들이랑 무슨 술을 마시냐? 걔네가 잡을 꽂아줄것도 아닌데 " 라고 말을 하며 유일한 자랑거리를 내세운다.
" 우리 집은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다 실시간으로 보는데, 아직도 그거 못봤냐? 난 실시간으로 다 보는데.. " " 최신 게임 다 다운받았어, 복사해줄까? " " 영화하고 드라마 최신꺼 다 봤는데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뭐.. "
그런 엑스는 카나본에 와서 나에게 전화를 했을 때였다.
" 야 여기 진짜 존나 재밌어, 백팩에 일본애들 많은데 아 존나 웃겨, 맨날 애네들이랑 술 마시고 완전 재밌어.. " 라고 말을 하는거다.
난 비꼬듯이 " 컴퓨터 안하고 사람들이랑 노니까 재밌지? ㅎㅎ "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카나본에 와서 블로그때문에 인터넷 스틱을 구입한 나를 보며
" 인터넷 별로 안필요한데..뭐하러 사냐 " 라고 말을 하는데..
그렇다 바로 이런식이 엑스의 행동이었다.
대박은 이것.
포트호텔을 맨날 안좋다 안좋다 말하던 엑스,(가보지도 않고)
아무래도 카나본백패커에 비해서 잡을 잘 꽂아주던 포트호텔은 대신 가격은 비쌌다. 너무 일자리가 없어서 카나본 백팩으로 옮기는 일본인을 보며 엑스는 " 병신 왜 포트호텔로 가냐. 방값도 존나 비싼데 등신들 " 이라고 헐뜯었지만, 내가 " 나 쉐어하우스 구해서 나갈꺼야, 내일 " 이라고 말한 그 날. 엑스는 포트호텔에 방을 알아보로 갔다.
시푸드 공장에서 일하던 리오가 곧 그만두게 되었으니 한번 시푸드공장에 가보라고 말을 하자 엑스는 리오와 내 앞에서 " 야, 공장 보다 농장이지, 공장 가서 뭐해, 농장이 짱이지 " 라고 말한다. 몇일 후 " 야 리오가 지금 그만둔다고 너 꽂아주냐고 공장장한테 그만두면서 너 한번 물어봐준데는데 갈꺼냐? " 라고 전화로 묻자. " 어.. 나 갈래, 리오한테 말좀 해달라고 해 " 라고 말하는 엑스.
하지만 결국 안되서 술을 마시며 " 그래도 시푸드 공장 한번 가봐 리오 그만두고 그래도 뽑힐지도 모르니까 " 라고 말하자. " 야 됐어 공장은 무슨 농장을 가야지.. " 라고 말하는 엑스.
" 마코토 바나나 공장 됐다는데 너 그때 같이 리스트에 이름이나 올리지 왜 안올렸냐? " 라고 묻자 "해서 뭐해 , 그리고 공장 관심없어.. " 라고 말한 엑스는 며칠뒤 나에게 전화를 해 " 바나나 공장에 좀 꽂아주면 안되겠냐? " 라고 부탁해왔다.
이것 외에도 대박 에피소드가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엑스였다.
혼자서 어떤노력도 하지 않고, 줏어먹으려는, 남이 가져다 주길 바라는.
내가 하는 건 좋은 거고, 남이 하면 병신 취급하는 엑스였다.
그리고 윌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나는 노스브릿지에 이어 두번째로 또 엑스에게 질려 엑스를 외면한다.
후기) 이번 포스팅은 상당히 내용에 두서가 없네요. 거의 30편이 진행된 호주 워킹홀리데이 수기이지만 처음으로 일기 방식이 아닌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가지만 에피소드식의 방식인 덕택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면 아 이 얘기 앞에 썼어야지 내용이 연결되는데 하면서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때문에 갑자기 뜬금없이 튀어나온 얘기가 있는 반면. 설명도 안되고 지나가버리기도 합니다. 그런것들을 보게 되시면 언제나 덧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