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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 홀리데이] 27. 카나본 Carnarvon

나이트엔데이 2009. 12. 3. 10:00

이 호주 워킹 홀리데이 수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이 단 몇분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고, 몇 달에 관한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 에피소드 별로 보시는 것 보다 처음 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수기 몇편에 한번씩 Extra편에는 각종 호주 생활 관련, 준비관련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호주 생활,워킹홀리데이 관련 질문은 언제나 리플로 달아주시면 확인 즉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수기의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클릭하세요! 호주 워킹 홀리데이 첫편보기


 27. 카나본 Carnarvon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새들의 지저귐, 맑은 햇살을 느끼고는 이내 차 유리창에 가득 낀 성에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차에서 내리자, 어두운 밤에 들어왔던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담배 한대를 물고 마을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권도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근처에 공중 화장실이 있어서 둘이서 볼일도 보고 대충 눈꼽만 땐채 다시 출발 할 채비를 했다. 에덴아바라는 호주인들에게 조차 들어본적도 없을 작은 마을.



 


 괜시리 들뜬 마음에 이 마을에서 한번 농장일을 구해볼까 하는 상상을 하며 차를 출발 시켰다. 그리고 아침의 고속도로를 조금 달렸을까, 허허벌판이었던 고속도로에서 어느새 우리는 갑자기 대도시로 진입을 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문이 들때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버스에 'transGeraldton'이란 문구가 들어온다. 







 아, 이 곳이 제랄드톤이구나. 때마침 아침 출근시간에 겹쳐 들어오게 된 제랄드톤에서 본의 아니게 서행을 하며 마을을 천천히 볼 수 있었는데 나름 큰 도시였다. 솔직히 카나본이 유명하기에 퍼스 이후의 북쪽에서는 카나본이 가장 크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랄드톤이 더 큰 도시 였던 것이다.  쭉뻗은 고속도로만 달리다 다시 도시로 들어오니 잠시 길을 헤맸지만, 이내 다시 고속도로를 찾을수 있었다. 



 

 제랄드톤 이전에 이정표에서 카나본이란 이름을 절대 찾아볼수 없었는데 제랄드톤을 빠져나가는 순간 첫 이정표에 드디어 카나본 몇백킬로미터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이제 카나본으로 향하는 여정의 반을 지나쳤구나 생각하고 반쯤 떨어진 기름을 보고 기름을 채웠다. 어제 출발하고 한적한 한 주유소에서 내려서 기름을 채운뒤 다시 한번 채운 기름이었다. 어째 퍼스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점점 비싸지는 기름값. 


 고속도로를 달려 한참을 달리는데 어느새 풍경은 녹색의 끝없는 평원에서 서서히 메마른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어느새 주위 풍경은 마치 이집트 사막 여행을 할 때 보았던 끝없는 사막기후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 것 역시호주에서는 처음 보는 풍경이었기에 마냥 좋았다. 점점 거세지는 햇살만큼, 피로도가 더해갔고,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풍경은 어느새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정말 졸음운전 하기 딱 좋은 고속도로였다.


 중간중간 차를 한대씩 만나고, 또 슬슬 캠핑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캠핑카들은 종류가 여러가지 였는데 차 자체가 캠핑카인것이 있는가 하면 보통 Suv 뒤에 캠핑카(?!)집을 매달고 다니는 것이 있었다. 어찌됐든 둘다 무게 때문에 큰 속도를 내지 못했기에 캠핑카가 앞에 있으면 중앙선을 넘어 계속 추월하며 지나갔다. 딱히 큰 위험요소도 없고 해서 잠깐 피로 좀 풀고자, 권을 꼬시고 꼬셔 운전을 시키기로 했다. 


 운전을 무서워하는 권이지만 난 계속 꼬셨다.

 " 야 니가 봐봐, 어차피 차도 없어. 정 무서우면 110까진데 그냥 80만 밟어 봐봐 이 속도가 110이지 (속도를 줄이면서) 봐봐 이게 80이야 완전 느리지? 할 수 있겠지 "


 라며 한참을 꼬셔 드디어 권이 한시간 정도만 대신 운전을 해주기로 했다.

 차를 옆에 세우고 교대하고 다시 출발.


 옆좌석에 앉으니 운전할때의 피로는 온데 간데 없고 완전 행복, 더욱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수 있었다. 옆좌석에 앉아 사놓은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가는데 이런 속도가 너무 느렸다. 정말 80정도만 밟고 가는 권, 오죽하면 그 느린 캠핑카들이 계속 우리차를 추월하고 있었다.


 " 권,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 어떻게 캠핑카가 추월하게 만들어...110까지 밟을수 있는 도로잖아 좀 더 밟아 " 라며 다시 또 꼬셨다.


 그러자 "시킬땐 80만 밟으라고 꼬시더니 이젠 110밟으래" 라며 투덜. 어쨌든 110이나 80이나 어차피 이제 2-3시간 안에는 카나본 도착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난 충분히 휴식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권에게서 운전대를 받아 달리길 약 1시간, 160-170정도를 밟고 계속 카나본으로 향하는데 문득 갑자기 나의 이 애마 '엄마 보고 싶어'가 고마워졌다. 솔직한 심정으로 카나본으로 갈때 차가 중간에 퍼지지만 않으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자동차문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중간에 비싼차들도 자주 퍼진다고 했는데 이 90년식의 차는 160-170정도를 밟으며 몇시간을 운전해도 쌩쌩한 느낌이었다. 안퍼져도 다행인데 이렇게 잘 나가주는데 대한 고마움이 컸다. 그렇게 달리길 드디어 이정표에 카나본까지 남은거리가 몇십킬로 미터가 뜨고 이제 곧 도착한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리고 드디어 카나본 좌회전의 이정표가 떴다. 좌회전을 하고 카나본으로 향하는 길. 조금 달리자 옆쪽으로 "웰컴투 카나본"의 표시가 보였다. 그리고 들어선 마을. 작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기에 일단 그냥 대충 마음이 이끄는대로 운전을 해서 마을을 돌자, 바닷가가 보였다. 바닷가와 함께 수많은 갈매기들과, 이쁜 집들. 아 이풍경을 몇주전 윌과 엑스가 첨 와서 보고 얼마나 멋있어 하고 좋아했을지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게다가 윌이 카나본에 도착한 이후로 굉장히 자주 오랜시간동안 통화하며 카나본에 대해 들은 터라 풍경이나 시설들이 낯설지 않았다. 아닌 말로 바닷가에 벤치랑 바베큐시설이 있어 그곳에 캠핑카들을 주차시켜놓고 밥을 먹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더니 정말로 바닷가 근처에 벤치와 바베큐 시설들이 있고 정말 캠핑카를 주차 시켜놓고 밥을 먹고 있는 백팩커들이 많았다. 우리 역시 그곳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카나본 도착.

 일단 윌과 엑스가 어디에 묵고 있는지 찾기전에 아침도 못먹고 점심도 못먹어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부르스타를 꺼내 라면을 끌일려고 하는데 이런 씨발, 카나본의 바닷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스박스며 각종 물품을 이용해 방풍막을 쳐봐도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맥주캔을 한모금 먹고 테이블에 올려놨는데 바람때문에 맥주캔이 날아갔을 지경이었다. 이놈의 바람때문에 나와 권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욕을 해댔다.









 미친놈의 바람, 아 카나본 첫인상 드럽네 라며 투덜.


 결국 1시간에 걸쳐 라면을 끓인 끝에 겨우 설익은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거의 물이 끓는데까지 50분은 걸린듯. 어쨌든 힘들게 라면을 끓여먹은 후에 이제 윌과 엑스가 묵고 있는 숙소를 찾기 위해 차를 몰았다. 윌이 나에게 설명해준건 주소도, 백팩 이름도 없이 달랑 백팩에서 나오면 바다가 보이고, 교차로격인 라운드 어바웃이 보인다는 힌트뿐. 하지만 그 힌트만으로 우리는 가장 요건에 비슷한 카나본 백패커를 찾을 수 있었다. 대충 건물을 보니 윌의 설명과 비슷한 느낌이 다가왔다. 차를 앞에 주차시키고 걸어서 들어가 백팩을 둘러보는데 주인인듯한 여자가 나와 나가라고 지랄한다. 


 이 여자가 바로 카나본의 미친년으로 소문난 카나본 백패커 여주인 '캐시'다.


 친구가 여기 묵는데 찾으로 왔다며 물어보자 친구이름을 물어보는데 도무지 여기서 무슨 이름을 쓰고 있는지 몰라서 한국이름을 댔는데 모르겠다고 해서 영어이름을 대자 일하러 나갔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가 맞구나 싶어서, 이젠 뭘하나 방을 잡을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실히 만나게 되면 그때 방을 잡자고 싶어서 빈둥되고 있으니 한무리의 일본애들이 백팩으로 들어오면서 나를 보며 웃으며 " Looking for the job? " 한마디 한다. 아무래도 이 곳에서 윌이나 엑스말대로 잡을 많이 연결해주는가 보다 생각했다.


 계속 백팩앞에 있기도 해서 다시 아까 라면을 먹은 바닷가로 향했다. 잠시 그곳에서 쉬고 있으며 윌과 엑스에게 전화했지만 일을 하고 있는지 전화가 안됐고, 마침 아까 만난 그 일본인 3명이 바닷가로 걸어와 맥주를 따고 맥주 한잔을 하는거다. 난 기회다 싶어 트렁크를 열어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 그쪽으로 향했다. 인사를 나누고, 친구를 찾으로 왔다고 얘기하며 한국이름을 먼저 얘기하자 잘 모르겠으니 영어이름을 말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윌과 엑스라고 하자 단박에 안다고 하면서 자기네랑 친하다고 말하는 남자. 그가 바로 '요이치'


 그리고 나에게 웃으며 " Looking for the job?" 이라고 말했던 이가 '스즈키' 그리고 다른 또 한명의 여자가 '유우'였다.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카나본에 대해 묻는데 상당히 안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시급도 낮고, 아닌말로 자기네도 오늘 농장에서 짤렸다며, 카나본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다란 얘기를 해주었다. 게다가 카나본 백팩커는 좋지 않으니 방값이 조금 비싸도 포트호텔로 가보라고 조언을 해준다. 친구들 때문에 난 카나본 백팩커로 가려고 한다고 하자. 별말 하지 않는 그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제 일본인들에게 확실히 확인도 받았고 카나본 백팩에 자리를 잡으려고 가서 리셉션이 열리길 기다렸다. 


 좀 기다리다 보니 한 남자가 다가와 " 혹시 한국분이세요? " 라며 말을 꺼내며 나에게 대뜸 " 여기 안좋으니까 포트호텔로 가세요 " 라고 말하는거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포트호텔...갑자기 큰 고민이 되는 상황에서 난 " 여기 윌하고 엑스가 제 친구들이라 여기 머물려고요 " 라고 말하자 " 아 윌하고 엑스요. 근데 윌이 여기 안좋다는 얘기안해요? " 라며 물어보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상한 풍경, 그 남자와 몇몇 일본 사람들이 백팩의 마당에 자란 잡초들을 뽑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흡사 무슨 강제 수용소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도대체 저들은 왜 저렇게 잡초를 뽑고 있는걸까, 이때까지도 카나본 백팩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리셉션 문이 열리고 우린 방을 도미토리 방으로 잡았다.


 그리고 짐을 대충 내려놓고 마당에 있는 벤치에서 담배를 말고 있으니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들어온다. 안에 보니 윌과 엑스가 보였는데 완전 초췌해보였다. 나를 지나치는 순간 엑스가 날 보고 환히 웃는다. 차에서 내려 윌과 엑스가 다가와 반가워하는데 나 역시도 참 많이 반가웠는데 둘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얘기를 나누다가 윌이 이곳에 4인실이 있는데 우리둘 엑스 윌 둘 해서 4명이서 4인실을 쓸 수 있으니 10불씩 더 내고 4인실로 옮겨서 편하게 쓰자고 말하는거다. 그래서 우린 급 방을 옮겨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짐을 풀고, 회포를 풀며, 장을 보러 근처의 울월스에 가서 대충 장을 보고, 맥주를 사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맥주 한잔을 하는데 윌과 엑스는 다행이도 일이 잡혀서 그것도 상당히 대우가 좋고 일이 편한 농장에 일이 되어서 빈(콩) 픽킹(따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나본의 사정을 다시 한번 물어봐도 윌과 엑스는 여전히 좋다고만 말한다. 모두가 카나본은 아니라고 하는데 윌과 엑스만이 좋다고 하고 있었다. 물론 거의 이들의 말은 믿을수가 없었다.


 특히 엑스는 이제 자기는 일하고 있다는 편안함에서 더욱 말을 쉽게 하고 있었다.

 엑스의 성격은 자기문제에 대해 극히 민감하고,초조해하지만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모두 배제하고 아니 주관도 아닌 그냥 무심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문제가 있었다. 카나본 농장에 베트남팜이 많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그래도 대우가 좋은 오지(오스트레일리아인)팜에서 일해야 겠다는 애기를 하면서 너네는 오지팜이냐 묻자. 엑스는 퍼스에서 이력서 한장 돌리지 않고, 자존심도 버리고 집주인이 소개시켜준 한국인 식당에서 일한 자신의 과거도 잊었는지 거만하게 " 야 또 우린 오지 잡(호주인이 운영하는, 대우가 좋은 잡) 아니면 안하지 " 라며 시건방을 떤다.


 참..기가 막힌놈.


 어쨌든 그런 짜쯩나는 면도 있지만 그런걸 잠시 잊을 수 있을 만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던 순간이었다. 드디어 카나본에 발을 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