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 홀리데이] 23. 떠나는 이들과 남겨진 이들 ~ 윌과 엑스가 떠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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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떠나는 이들과 남겨진 이들 ~ 윌과 엑스가 떠나다 ~
새로운 보금자리 Leeder 리더 스트릿에 아파트로 이사온지도 다시 또 한참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똑같은 오피스 청소일을 하고, 권은 미용실에 나가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새로 이사온 집은 주인과 함께 사는 한국인 쉐어에다가 주인이 술을 별로 안좋아하는 이라, 사람들을 초대하는 문제도 좀 껄끄럽고 해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술을 마실때면 신이네 집으로 놀러가 마시곤 했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은 계속 되었다.
나 역시도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이 일상에 쳇바퀴 돌듯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농장을 가겠다고 이것저것 준비하던 윌과 엑스는 드디어 떠날날이 가까워졌다. 그들의 떠나는 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내 마음도 점점 쿵쾅거려졌다. 함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호주 생활을 같이 시작했다는 동지감을 가져 알게 모르게 유대감이 있던 그들이 떠난다니 마음이 이상해졌고, 또 나의 마음속에 있던 여행자의 본성이 다시 또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듯, 윌은 살고 있던 쉐어하우스에서 나와 신이네 거실로 일단 들어갔다. 떠날날이 몇일 안남았기에 신이네 거실로 들어가고, 엑스는 딱 쉐어하우스 기간이 끝나는 날 떠나는 날이었다. 떠난다기에 환송 파티를 해줄겸, 그날 제니 누나가 고추잡채를 만들어가지고 왔다. 차이나타운 시장에서 꽃빵까지 사서 제니누나답게 완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왔는데 사실 고추잡채는 내가 진작부터 먹고 싶다고 말을 했던 음식이었는데, 기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MJ,SR등과도 소원해진 관계가 최근에 제니누나와도 완전 껄끄러운 사이가 되버렸다. 그래도 내색 없이 함께 윌의 환송파티를 해주었다. 윌은 이런저런 준비한 물건들을 보여주고는 이건 얼마에 샀고, 저건 얼마에 샀고 얘기해주며 들떠 있었다.
어디로 갈꺼냐는 물음에 북쪽 카나본으로 결정했다는 윌.
북쪽에 올라가서의 일은 그 때 생각하고 이제 이 지긋지긋한 퍼스를 떠난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하고 또 새로운 길을 떠난다는 설레임에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윌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는 순간. 나는 너무나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윌은 그런 나에게 " 저도 솔직히 형이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엑스형은 의지가 하나도 안되요. 이거 가는 것도 솔직히 저 혼자 다 준비했어요. " 라고 말한다.
" 야 나도 가고 싶어 죽겠다. 진짜 돌아버릴껏 같다. "
" 형 그럼 가요. 형이 가야지 저도 의지가 되져...저도 형이랑 같이 가고 싶어요 . 엑스 형은 뭐 진짜 아무것도 안해요. "
내가 너무나 고민하고 있자. 윌은 계속 나를 꼬신다.
" 형, 미스터칠드런 쿠루미 뮤직비디오처럼 새벽에 배낭가지고 울면서 뛰어오시면 안되요 " 이러는거다. 그런 나의 모습에 권은 " 가고 싶으면 가 " 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정말? 이러면서 또 맞장구를 쳐서 어느새 나는 함께 가는 것처럼 됐다. 참 그런데 세상일이란게 매정한것이 그 와중에 " 오빠 가면 오빠가 하던 일 꽂아주고 가 " 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나는 그냥 분위기를 타 " 알았어, 그러면 내가 내일 꽂아주고 갈게 내일 출발시간을 조금 늦춰져, 아니면 내일 모레가 " 라며 분위기가 완전히 내가 내일 누군가를 내가 하던일에 꽂아주고 내일 모레 함께 떠나는 것처럼 되버렸다. 권은 완전히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게 윌의 환송파티가 끝난 다음날.
마지막으로 밥이나 한끼 먹자고 윌과 엑스를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삼계탕을 끓여주며 행운을 빌었다. 그런 와중에 진방이에게 전화가 왔다. " 오빠 안가요? 나 꽂아줘야줘 " 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 말이 어찌나 얄밉게 느껴졌는지 아닌말로 우리가 호주에서 만난사이도 아닌데 만약에 내가 정말 간다고 생각했다면 제일먼저 친한 권에게 전화해서 " 언니 괜찮아요? " 라고 말해야 되는거 아닌가. 난 그렇다쳐도 첨 왔을 때 마중나가고 얼마나 챙겨줬는데, 정말 난 그때부터 진방이가 밉상아닌 밉상으로 느껴졌고, 권도 그 일로 진방이에게 많이 서운했는지 조금 마음이 뜬 거 같았다.
어쨌든 " 야 그냥 웃자고 한 얘기지, 내가 어떻게 가냐 " 라고 말하자, 실망한듯 " 아 뭐야...알았어요 " 라고 단박에 전화를 끊었다. 정말 밉상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윌과 엑스와 함께 밥을 먹고 그들이 떠나는 길을 배웅 나갔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있는 그들의 차를 보니 정말 가슴이 미치도록 터질것만 같았다. 이들이 자유롭게 끝없는 고속도로를 달릴때 난 또 답답한 빌딩숲으로 출근해 오피스 청소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점점 퍼스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던 때라 더더욱 미련없이 퍼스를 뜰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아 미칠것만 같았다.
기념 사진을 찍고, 차에 오른 윌과 엑스. 잘지내, 잘가 라며 서로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드는데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그 허전함만큼 그들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배웅하고 리프트(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있는데 정말 가슴에 사무치듯이 뭔가가 에려왔다. 솔직한 심정으로 옆에 있는 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정도로 가슴이 뭔가로 요동쳤다.
마음을 추스리고 출근준비를 하고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전화 한통이 왔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윌. 너무나 들뜬 목소리로 "정말 좋아요 형. 야생소떼들이 막 돌아다니고 캥거루 시체가 널부러져있고 진짜 야생이에요 너무 좋아요 " 라며 전화하는 윌과 청소용 걸레를 손에 쥐고 있던 내 모습. 너무나 우울했다. 전화를 끊고 야외랑 연결된 통로에서 하늘을 보니 달이 훤히 떠오르고 있었다. 빌딩숲 속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렇게 윌과 엑스는 떠나고 우리는 남았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이제 영무녀석이 떠날날이 되었다.
다음날 떠나는 녀석에게 나는 마지막 날이니 녀석과 함께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 너 어디가 제일 가보고 싶냐? " 라는 말을 물었더니 " 스완벨 타워에 혼자 갔었는데 혼자가서 사진을 못찍었어, 같이 가서 사진 좀 찍어줘 " 라고 말하는거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혼자 또 울컥거렸다. " 이 바보같은 놈아 그러면 주위사람들한테 한장 찍어달라고 하지 " 라며 혼자 쓸쓸히 스완벨 타워를 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쨌든 그래서 함께 스완벨 타워로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나는 출근을 하고 돌아왔다. 밤에 씁쓸하게나마 환송파티를 해주는데 워킹홀리데이 완전 실패의 맛을 본 녀석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알게모르게 씁쓸한 기운이 가운데 녀석의 환송파티를 하고 나는 더욱 기분이 우울해져만 갔다. 요 며칠간의 영무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이미 한국으로 떠나기로 했기에 요며칠간 하는일 없이 주머니에 돈도 없었던 녀석이었기에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는일이 많았다. 신이네 집에 있다가 아침에 모두 출근하니 그 집에서 무얼하겠는가, 홀로 나와 근처 우리집에 와서 내가 출근하기 전까지 나와 함께 있다가 내가 출근 할때 함께 나오면 혼자 갈데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 신이네 집으로 다시 향하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저 멀리 녀석의 모습이 안보일때 까지 쳐다만 봤다.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어 녀석을 강제라도 꽂아줄수 있었으면, 이렇게 갈거라면 좀 더 잘해줄껄, 하는 여러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 뒷모습이 떠올라 우울해있다, 녀석의 환송파티도 끝나고 신이에게 내일 퇴근하면 녀석 좀 잘 좀 공항에 데려가달라고 부탁을 하며 맥주한박스를 샀다.
그런데 꼴통은 꼴통인가 끝까지 정말 영무 녀석은 역대 최악 워홀러의 자리를 굳건히 할려고 다짐했나보다.
다음날 비행기가 저녁시간이었는는데 의례 공항에 1-2시간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영무는 아침에 호주에 왔으니 캥거루는 죽어도 한번 봐야겠다며 백수인 진방이를 꼬셔 함께 퍼스동물원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너무 한심했으나 호주에 왔다 가는데 캥거루는 꼭 봐야되지 않겠냐며 얘기하는 녀석에게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 마지막 날인데 니 꼴리는대로 해라.
그리고 난 진한 포옹을 하고 잘 가라며 인사를 나누고 출근했다.
출근을 해서 청소를 하며 지금쯤 비행기를 탔겠네, 라면서 생각을 하고 일을 끝마치고 집에 왔더니 난리가 났다. 영무 녀석이 동물원에 갔다가 늦게 와서 비행기 보딩패스 발권시간에 약 30분 늦게 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비행기를 못탔다는거다. 어이없이 허탕친 신이는 신이대로 짜증이 났고, 나 역시 화가 너무 났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와 아버지는 정말 난리난리다. 아버지와 엄마가 나한테 난리 쳐봤자. 나는 언제나 " 영무를 이렇게 만든건 엄마와 아버지에요 " 라며 더 난리를 치기때문에 결국은 또 부모님은 " 그래도 니 동생인데 잘 좀 ... " 으로 끝나는 대화. 내 성격을 너무나 잘 알기에 결국은 항상 동생 걱정으로 끝난다.
어쨌든 정말 너무 화가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영무녀석을 한대 쳐버렸다. 한심해보였다. 나이 어린 애들도 와서 다들 꿋꿋히 호주 생활을 하는데 나이가 적지도 않는 녀석이 와서 한심하게 한달만에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는 것도 한심하고 쪽팔린데 동물원가서 캥거루 보겠다고 지 돈도 아니고 부모님돈으로 끊은 비행기까지 놓치니 화가 정말 너무 많이 났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 가, 일단 비행기를 추가요금없이 다시 탈수 있는지가 중요했기에 내일 함께 비행기를 끊은 여행사로 가서 알아봐주기로 하고 욕을 다시 한번 대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영무와 함께 퍼스 시티로 나와, 노스브릿지로 향했다. 노스브릿지에 있는 여행사로 가서 비행기를 놓쳤는데 이거 추가요금없이 다시 탈수 있는지 물어보며 비행기를 다시 예약했는데 다행이도 추가요금이 없었고, 내일 똑같은 저녁 6시 비행기로 예약할수 있었다. 영무녀석은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어찌나 기뻐하던지 여행사 문을 나서며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을 하는거다.
그러면서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헝그리잭을 가자고 말하는거다.
" 나 호주와서 헝그리잭 한번도 안가봤는데, 아니 밖에서 밥 사먹어본게 한두번인가 " 라고 말하자 자기는 한달짼데 서브웨이며 헝그리잭이며 되게 많이 갔다고 하는거다 그러면서 날 보며 " 형 독하다. 먹고 싶을꺼 아니야? " 라며 같이 헝그리잭에 들어갔다. 그렇게 처음으로 헝그리잭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영무녀석은 이제 또 지 형이라고 내 걱정을 해준다. 이것이 혈육의 정인가 다시 한번 느끼며 기분이 참 묘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정말로 영무가 떠나는 날.
아침부터 퍼참을 보고 영무를 공항으로 데려다 줄 픽업을 구했다. 도저히 미안해서 신에게 또 부탁을 할 수 없ㅇ서 픽업을 구하고, 오늘은 삽질하지말고 공항에 일찍 가라고하니 영무가 안그래도 자기 한 3-4시간 전에는 먼저 가있을려고 마음 먹었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일찍 집에서 영무와 함께 나왔다. 이제 픽업차량이 퍼스역으로 오기 전 몇시간동안 이 호주에서 내 동생 영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
딱히 할일도 없고 하기 때문에 그냥 빈둥되며 돌아다니는데 영무 녀석이 " 나 누나한테 헝그리잭 햄버거 꼭 한번 사준다고 얘기했는데 그냥 갈수가 없네 " 라며 돈을 탈탈 털어서 헝그리잭 햄버거 와퍼세트를 사서 권이 일하고 있는 미용실로 가서 전해주었다. 난 속으로 '새끼 그래도 역시 참 착해. ' 라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갑자기 " 형, 나 호주 떠나기전에 기념품좀 사가지고 싶은데 좀 사주면 안돼? " 이 지랄 하는거다. -_-;;
아 이개생키. 이렇게 난리부르스 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기념품 타령이라니.
그래도 또 어떻게 외면하겠는가.. 마지막인데..
그래서 시티에 수없이 많은 기념품 가게중 한곳에 들어갔다. 하나 골라보라고 하자 Perth가 적혀있는 티셔츠를 고른다.
" 그래 이 씹새끼야 이거 입고 평생 잊지마라 " 라며 티셔츠 한벌을 사주니 입이 헤벌래 한다. 그리고 공항픽업해줄 차가 퍼스역에 거의 도착했다고 해서 퍼스역으로 가서 영무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고 떠나 보냈다. 출근시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 머레이스트릿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블로그에 쓸 글들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생각에 잠기는데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그리고 마음 먹었다...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