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보기/세부의 태양

[필리핀 도전기] #4 새로운 마음

나이트엔데이 2015. 3. 31. 09:54



[필리핀 도전기] #4 새로운 마음

 엄청난 피로감에 쩔어서 기절했다 눈을 떴다. 창 밖으로 맑은 햇살이 들어오는데 너무나 상쾌하고 개운해서 기분이 좋았다. 햇살 덕분에 내가 남국의 나라 필리핀 세부에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어제 하루가 너무 정신 없어서 세부에 최소 3일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어제의 그 막막함과 암울함은 몸이 피로했던 탓인지, 푹 자고 일어나니 너무나 상쾌했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샵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일단 지리도 익힐겸,  운동복 복장을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집 안 거실이 물바다라서 고쳐달라고 빌리지 오피스에 열쇠를 맡길려고 했더니 왠걸 오피스 문이 잠겼다. 일단 빌리지 밖으로 나가 샵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좀 더 걷고 싶은 길이었으면 좋으련만 비 좁은 찻길이라 매연과 흙먼지들이 아쉽다. 그래도 한번 쯤은 걸어야 할 길이다. 걷다보니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포인트들을 눈여겨 보며 나중에 지프니 탈 때 헷갈리지 않게 익혔다.

  
 어느새 세부의 무더운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군데군데 필리핀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도 많이 보이고, 특히 한국식당들이 많이 보인다.  한참을 걸어오니 어느새 샵이 있는 호텔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는 그렇게 죽을 것 같고 낯설고 했던 이 곳이 오늘 또 다르게 보인다. 

 
 기분좋게 샵에 도착해서 내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샵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첫 스타트의 두근거림.  땀에 젖은 옷을 말리고 땀을 좀 닦은 후,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갈아신고 편한 차림으로 섰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업무시작. 이제는 내가 머물 곳이다.  앞으로 여기서 스폰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고 배우고 싶다. 물론 이 샵을 사장님 말대로 내 샵처럼 생각하며 내가 없으면 아쉬울 정도로 열심히 내 일처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느긋하게 이런저런 업무를 하고 있다보니 11시 10분이 넘어 사장님이 출근했다.  느긋한 사람이다.  아무리 샵이 작고 하더라도 이 양반 한 사람 먹고 사는데 지장없이 인생을 즐기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은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약간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지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언급한 부분도 있고, 나도 유심히 지켜봤다.   사실, 지매니저에게 사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몇 가지 재미난 부분이 있었다. 그 몇마디의 말만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 생각보다 재밌는 캐릭터인듯 하다.  


 오늘도 지매니저는 친절하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준다. 인계 받아야 될 것들이 수 없이 많다. 세부에 오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들 계획했던 것들 보다 더 많은 업무들이 존재했다. 나는 영업과 교육만 신경쓰면 되는 지 알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매니저 자리를 맡으며 말그대로 이 샵을 통째로 관리 해야 했다. 필리핀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졸지에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 


 과연 이게 나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하지만 일단 내 목적대로 필리핀을 배우는데는 이만한 곳이 없다. 마음가짐이 조금은 바뀐다. 느긋하게 필리핀을 배우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하나하나 일처리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체득해야만 했다.  사장과는 그다지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고, 그저 사장을 만나로 오는 여러 사람들과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양반이 정말 재밌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세부의 현실인가.


 배워야 될 것이 산더미 같고, 익혀야 될 것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상황에서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해야 했다. 어쨌든 이 샵을 맘껏 운영 해 보라는 사장의 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고, 새로운 출발의 두근거림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정말 내 샵처럼 내 일처럼 열심히 해서 사장에게도 또 나에게도 서로 윈윈이 되고 내가 이 샵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샵에서 관리하는 카페를 내 카페처럼 관리하고자 새롭게 다이빙 가격 메뉴, 코스 설명 등 이 샵의 카페에 글을 올렸다. 뭔가 체계적으로 이 샵을 만들어서 사장에게도 또 나에게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글을 정리하고 작업을 하다보니 살짝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첫날만큼은 세부가 막막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이튿날은 아침의 그 맑은 태양빛 만큼 앞으로의 날들, 앞으로의 희망에 기분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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